- 지은이: 김태수 (그리스도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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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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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최근 좋은사회론(good society)이 미국은 물론 유럽 일각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막연한 개념으로 사용되는 좋은 사회와 별개로 사회과학적 담론의 대상으로서의 좋은 사회론은 사회설계론의 시각에서 다양한 담론을 포괄하고 있다. 또한 이상상태 설계로서의 좋은 거버넌스론(good governance)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가치지향적 성향을 갖는 일반적 거버넌스론과의 혼동되는 경향을 보여준다. 그리고 시기와 관점에 따라 지나칠 정도로 다양한 개념을 포괄하고 있다. 이러한 좋은 거버넌스는 국가 등 공공영역에 의한 좋은 사회 실현의 방법론이라는 측면에서, 또한 현실적으로 좋은 사회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있는 방법이란 측면에서 두 개념은 자칫 순환논리 또는 동어반복(tautology)에 빠질 우려도 없지 않다.
그래서 좋은 사회와 좋은 거버넌스와의 관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다만 지나치게 가치지향적인 나머지 치밀한 개념화 성과가 부족하다. 특히 좋은 거버넌스론이 그렇다. 그래서 본 연구는 두 개념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특히 이론화가 미진한 좋은 거버넌스론을 보완하는 의미에서 그 일종이라 할 수 있는 참여 거버넌스를 제시해 보려 한다.
Ⅱ. 좋은 사회와 좋은 거버넌스의 이론적 검토
1. 좋은 사회론
(1) 좋은사회론의 의의
사회학^계열에서의 좋은 사회론은 에치오니(Amitai Etzioni)에게 크게 빚지고 있다. 에치오니는 이념적 차원에서 자유주의(libertarianism)와 국가주의(statism) 모두를 반대하며 그 대안으로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를 제안하면서, 그 방법론으로 제3의 길(the third way)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한 제3의 길은 비교조직론에 적용되어 공리적 조직과 강요적 조직의 중용으로서의 규범적 조직(normative organization)에 대한 선호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의사결정 모델에서도 자유주의적 합리주의 모형과 국가주의적 점증주의 모형 모두를 배격하면서 그 절충안으로서 혼합모형(mixed scanning)의 제시로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관점에서의 좋은 사회론이 전개되고 있지만, 정작 그 개념적 작업이 미진한 가운데 그나마 가장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개념화 작업은 바로 에치오니가 맡고 있다. 에치오니는 방법론적 검토를 거쳐 스스로 거시사회학과 사회분석론 및 사회경제학이라는 시각을 설정하였다. 이러한 시각에 따라 공동체주의를 제창하면서, 공동체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제3의 길에 의해 좋은 사회 및 좋은 정체(polity)에 이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물론 그 이상형은 이스라엘의 키부츠(Kibbutz)다.
(2) 좋은사회론의 조류
① 에치오니의 좋은사회론
에치오니는 다양한 발표를 통해 좋은사회의 상을 제시하긴 했지만 좋은사회론의 흐름에 대해서는 정연히 정리한 바가 없다. 다만 보수주의를 포함하는 자유주의적 좋은사회론과 전체주의적 국가주의로 대별한 뒤 자신의 공동체주의 좋은사회론을 자리매김하고 있다(2000). 그 가운데서도 특히 자유주의 사회과학과 공리주의 경제학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 그 대안으로 좋은사회론을 전개하고 있다.
에치오니의 지적대로 좋은사회론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에치오니는 다른 사람의 지적을 받아 좋은사회론이 멀리는 그리스철학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면서,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에 비중을 둔다. 그러나 본격적 좋은사회론이 영국식 계몽주의인 사회계약설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으로 본다. 홉스를 자유주의에 선행하는 보수주의의 선구자로 보면서 로크와 룻소, 아담 스미스, 밀을 대표적 자유주의자로 열거한다. 또한 노직(1996)과 롤즈(2000) 등 현대 사회계약이론가들도 현대 자유주의자로 간주한다. 에치오니가 보는 좋은사회론은 자유주의적 담론이 전부다.
② 여타 좋은사회론
좋은사회론이 학문적 주제를 넘어 사회적 화두가 된 것은 갤브레이스의 저서가 나오면서부터였다. 그러나 정작 갤브레이스는 그 용어의 기원은 1937년 나온 월터 리프먼(Walter Lippman)에서 빌려온 것이라 하였다(Galbraith, 1996). 제도주의 경제학자로 분류되는 갤브레이스는 그간 국가의 경제적 역할과 관련된 여러 작업을 정리하여 좋은사회의 상을 제시하였다. 그는 평소에 생각했던 것들, 예컨대 이상적 사회로서의 좋은 사회를 빈곤퇴치로 보고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경제적 기능은 물론 정치적 맥락까지 언급한다. 또한 규제의 기준을 제시하고 인플레와 재정적자, 환경문제, 이민문제, 교육, 소득분배, 군사력, 대외원조 등에 대한 관점을 정리하여 제목을 그렇게 붙인 것 뿐이었다.
맑시스트 계열의 좋은사회론은 에치오니 좋은사회론의 사상적 기원으로 고려될 수 있다(1996). 에치오니는 맑스가 사회질서를 허위의식으로 보았다고 하면서 그 해체를 좋은사회로 보았다고 간단하게 정리한다(ibid). 그러나 맑스는 생시몽과 프루동 등 그 이전의 공상적 사회주의 등과 자신을 구분하기 위해 이른바 과학적 사회주의를 제창했지만, 맑시즘은 자본주의에 대한 철저한 시각 속에서 충실한 이상사회론, 곧 좋은사회론을 가정하고 있다(Burke & others). 맑스가 유토피아로 인간적 가치로는 인간의 자유(fredom, liberty)와 자존심(dignity), 공동체, 민주주의, 평등, 정의 등이었다. 레닌은 그러한 맑스의 좋은사회론 실천을 추구했다(ibid.).
네오맑시스트의 좋은사회론은 매우 다양한 흐름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분석적 맑시스트인 라이트(Erik Olin Wright)는 초기의 철저한 계급분석 결과를 종합하여 다양한 형태의 현실적 유토피아, 곧 좋은사회의 상을 제시한다(김태수, 2006). 라이트는 계급분석 결과 얻어진 불평등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의 적극적 역할, 곧 거버넌스가 필요함을 주장한다. 이로써 좋은 사회가 실현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 외 약간 추상적인 이상사회를 좋은사회로 보는 흐름들이 있다. 먼저 복지 및 평등과 자유 및 능률성의 조화, 복지국가의 재설계, 복지사회 비전과 복지전략의 재검토, 거시경제학에서 구조적 정책으로의 이행, 공격적이고 신국가주의적 노동복지의 구현, 복지를 통한 사회적 연대 및 시민의식의 회복, 민주적 거버넌스의 실현, 협력적 민주주의(associative democracy), 다양한 가치들의 조화 등을 실현한 사회를 좋은사회라고 보는 흐름이 있다*Greve, 2000). 달(Robert Dahl)도 그 동안 제시했던 사회설계 구상을 정리하여 막연히 좋은사회로 부르고 있다(Dahl, 1990). 교육(Inglis, 2004), 헌정주의(constitutionalism) 개편 등 정치제도의 설계(Elkin & Soltan, 1993), 경제적 조정(Berliner, 1999)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이 실현된 사회를 막연한 개념의 좋은사회로 규정하는 흐름도 있다.
2. 좋은 거버넌스론
(1) 일반적 거버넌스론
개념적 막연함과 그 다양한 조류에도 불구하고 에치오니라는 대표적인 학자와 그 학문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좋은사회론과 달리 비슷한 수준의 규범적인 개념을 다루는 일반 거버넌스론 또는 좋은 거버넌스론은 매우 막연하게 논의되어 왔다.
주지하듯 전통적 용어인 정부 또는 통치(government)를 대신하여 협치(協治)로 번역될 수 있는 거버넌스가 널리 쓰이고 있다.
- 즉, 계층제, 국가의 절대적 권위, 엄정한 법집행, 평등을 통한 동질성을 의미하는 통치 대신[,]
- 수평적 조정, 시민사회와 시장 영향력, 갈등과 협력, 네트워크와 참여를 의미하는 거버넌스가 범세계적인 신자유주의 및 공공관리론의 추세에 맞춰 등장한 것이다(김정렬, 2001).
거버넌스의 연구추세를 보면 주로 그 개념의 탐색(오세윤, 2006; 김정렬, 2001)[,] 개념적 등장배경의 규명(조성한, 2005; 김정렬, 2001), 정책분석이나 참여민주주의 등 관련적 개념과의 관계 분석(이종원; 채원호 2001), 구체적 정책이나 행정에 대한 적용적 연구(최진학 외, 2006; 조영석, 2003), 바람직한 거버넌스의 상 모색(오세윤, 2006) 등으로 구분된다.
거버넌스 개념의 등장배경에 관한 연구들에 의하면 거버넌스는 정부실패의 발견과 수평적 관리기법으로의 전환, 신자유주의의 대두, 세계화와 다원화 등으로 인해 등장하였다고 한다(김정렬, 2005). 또한 국가의 재정위기, 시장주의적 이념적 수렴, 세계화와 지방화의 동시 진전, 국가의 정책실패, 정책결정의 파편화와 전문화, 사회적 복잡성의 증가, 전통적 책임성의 변질, 신공공관리기법의 도입에 따른 작은 정부 지향, 정책네트워크의 중요성 증가, 정부행위 이해관계를 사적부문이 대신하는 사적 이익 정부(private interest government)의 보편화, NGO 등 비영리부문의 급성장이 그 등장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김정렬, 2001).
그러한 거버넌스 개념의 등장배경에 이어 거버넌스의 긍정적 측면에 대한 구성적 개념탐색 관한 연구들도 있다. 예컨대 로즈(Rhodes, 1998) 등(Goss, 2001; Kichert, 1997; Kooiman, 2003)은 네트워크식 국정운영체계로 이해하고, 피터스(Peters, 1996)는 시장적, 참여적, 신축적, 탈규제적 국정운영으로 요약한다. 그러면서 로즈는 최소국가, 기업지배구조, 신공공관리, 좋은 거버넌스, 사회적 사이버네틱 체제, 자기조직망과 같은 여섯 가지 용법의 거버넌스의 개념을 제시한다. Hirst(2000)는 좋은 거버넌스, 국제제도와 레짐, 기업지배구조, 신공공관리, 네트웍적 조정 등의 다섯 가지 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국내에도 네트워크식 국정운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배응환; 전영평․이곤수, 2005; 김근세 외, 2005; 유재원․소순창, 2005; 이명석, 2001; 2002).
한편 거버넌스를 참여적 정책분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채원호, 2001) 그간의 정책분석이 일반시민의 참여가 배제된 채 전문가와 정부에 의해서만 주도되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 참여적 정책분석(PPA: participatory policy analysis)이다. 참여민주주의(participatory democracy)의 이념 하에 공공정책결정에 어떻게 하면 시민을 참여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검토에서 시작하여 심의(deliberation)나 주장(argument)의 중요성을 재인식함으로써 정책분석가와 정책결정자 사이의 자문적 관계(consultative relation)를 문제시하면서 제시된 전문가와 시민과의 협조관계 대안이 바로 참여적 정책분석이었다.
(2) 규범적 거버넌스론으로서의 좋은 거버넌스론
이미 일반적 거버넌스론에서 본 바와 같이 일반적 거버넌스도 규범적 거버넌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규범적 시각에서 종래의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통치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막연히 이상적 관점에서 그리는 다양한 거버넌스 외에는 딱히 아직껏 규범적 거버넌스론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는 실정이다.
주로 특정지역, 특히 낙후된 지역에서의 민주주의의 상(image)이나 특정의 제도를 좋은 거버넌스로 통칭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동아프리카나 남아프리카에서의 헌법적 수호나 군부통제, 옴부즈만 등을 좋은 거버넌스라고도 하고(Hatchard & others, 2004; Reif, 2004; Seidman & others, 1999) 남아시아에서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좋은 거버넌스라고도 하며(Thakur & Wiggen, 2004; Ginther & others, 1995)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신자유주의에 따른 갈등의 해결과 비정치화를 좋은 거버넌스로 보기도 한다(Demmers & others, 2004). 또 발전에 대한 원조의 성공을 가능하게 하는 여건들(Neumayer, 2003)이나 중동 석유왕국에서 바람직한 정부형태(Nagem & Hetherington, 2003), 바람직한 대표체제나 책임성, 공공영역을 지칭하기도 한다(Poluha & Rosendahl, 2002).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아시아지역의 발전(ADB, 2002, 2003), 부패의 척결(Botchwey, 2000; OECD, 1996), 아세안과 유럽연합에서의 지역적 다원주의(Delmartino), 중부유럽과 동부유럽에서의 성공적인 자본주의 설계(Hoen, 2001), 유럽경제권의 통합(Joerges & Dehausse, 2002), 빈곤퇴치 정책(Narayan, 2003),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인권신장, 참여민주주의(OECD DAC, 1994), 남남(south-south) 협력(UN DESA, 2000), 여성의 정치참여(UNDP, 2000), 재정적 책임성(World Bank, 2002) 등을 좋은 거버넌스로 열거한다.
일찍이 세계은행은 좋은 거버넌스를 효율적(efficient) 공공 서비스와 독립적 사법체계(judicial system), 계약의 강화를 위한 법적 틀(framework), 책임성(accountable) 있는 공공기금 행정, 대의적 입법절차에 책임지는 독립적 공공 감사(independent public auditor); 정부수준에서의 법과 인권에 대한 존중 다원주의적 제도구조와 언론의 자유로 정의한 바 있다(Rhodes, 1996: 652).
이밖에 사회학자인 라이트(Erik Olin Wright)는 가치중립적 시각에서 거버넌스를 개념화 하면서도 주민참여예산제로 각국에서 제도화된 성숙한 참여민주주의를 일종의 좋은 거버넌스로 규정한다(김태수, 2006). 라이트에 있어 좋은 거버넌스의 개념은 한마디로 강화된 참여와 사회적 억지력을 전제로 하여 계급불평등 시정주체로서의 국가가 갖는 적극적 권위로 정의될 수 있다(김태수, 2007a; 2007b).
Ⅲ. 좋은 사회의 상(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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