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1일 월요일

[발췌: 권오상, 파생금융 사용설명서] 4.4 개인 투자자에게 인기를 끄는 ELS/DLS 시장

출처: 권오상 지음, 《파생금융 사용설명서》, 부키, 2013.

제4장. 주식 시장과 파생 시장으로 본 한국의 파생금융 > 제4절. 개인 투자자에게 인기를 끄는 ELS/DLS 시장

※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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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 주식에 대한 비정형 옵션을 거래하는 ELS

우리나라에서 주가 연계 증권(equity linked security, ELS)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2003년 한국 시장에 처음 소개된 주가 연계 증권은 2008년 금융 위기 때 잠깐 주춤하는 듯했다가 다시 빠른 속도로 회복해 2012년 한 해 동안 그 발행 규모가 47.5조 원에 달했ㄷ. 우리 주식 시장 시가 총액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대략 4~5% 정도의 돈이 이 주가 연계 증권에 흘러들어 왔다는 이야기다. 

주가 연계 증권은 기본적으로 소규모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된다. 증권을 매입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원금 이상의 손실을 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면서, 동일한 만기의 예금이나 채권보다는 저겅도 표면적인 최대 수익률 관점에서는 유리해 보이기 때문에 개인들이 많이 산다. 이는 유통 시장을 갖고 있지는 않고, 증권사들이 공모로 발행하면 이에 대해 청약하는 형식으로 사는, 즉 발행 시장만 존재하는 것이다. 최소 100만 원이면 청약이 가능하므로, 어느 정도 모인 쌈짓돈을 운용하기에 적당할 수 있다. 발행한 증권사에 도중에 환매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굉장히 많은 비용을 물어야 하므로 원금을 다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일종의 투자 상품이므로 중도 해지시 원금 보장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다.

주가 연계 증권은 핵심은 주식에 대한 비정형 옵션을 거래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이다. 증권사는 개인 투자자에게 주가 연계 증권을 팔면서 받은 원금의 일부는 원금이 보장되는 자산인 예금이나 채권 등을 매입하는 데 쓰고, 나머지는 투자은행과 비정형 옵션이 내재된 스와프 계약을 맺는 데 쓴다. 증권사는 그렇게 확보한 비정형 옵션의 성과에서 일부를 차감한 뒤 만기에 개인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증권이라는 형태를 빌려 제공될 뿐 제작이나 관련 리스크 관리 등은 모두 해외 투자은행의 손으로 이루어진다. 단적으로 말하면, 국내 증권사는 여기에서도 브로커 역할을 하면서 수수료를 떼어 가고 있을 뿐 파생금융과 관련한 투자은행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없다.[주]*
[주]* 국내 증권사 한두 군데에서 직접 비정형 옵션을 제작하고 리스크 관리도 직접 수행하려고 하기는 한다. 브로커로서 돈을 버는 데만 익숙한 증권사들은 이런 리스크를 잘 지려고 하지 않는다.
주가 연계 증권에는 원금 보장형과 원금 비보장형이 있다. 원금 보장형은 글자 그대로 주가 연계 증권을 발행한 증권사가 망하지만 않는다면 만기에 최소한 원금은 돌려받을 수 있다. 원금 비보장형은 미리 정한 규칙에 따라 주가가 어떤 조건을 만족시키는 경우 원금의 일부, 나아가서는 전부를 다 잃을 수도 있다. 원금 보장형은 주가 연계 증권의 만기나 조기 종료일까지 이자만을 이용해 비정형 옵션을 매입한 형태로 구조가 만들어진다. 원금 비보장형은 크게 봐서 주가 연계 증권을 사는 투자자가 비정형 옵션을 매도해 발생되는 옵션 프리미엄을 가지고 표면적으로는 높아 보이는 이자율을 얻게 되는 구조다. 쉽게 얘기해, 원금 비보장형은 그 증권의 매수자가 비정형 옵션을 매도한 결과가 되므로 원금이 모두 망실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원금 보장형보다는 원금 비보장형의 최대 이자율이 높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서 팔리는 주가 연계 증권은 열이면 아홉이 원금 비보장형으로 발행된다. 최근에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그 이자를 만기에 한 번에 받지 않고 매월 지급받는 식으로 절세를 도모하는 구조들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4.4.2 FICC에 대한 비정형 옵셥을 거래하는 DLS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기초 자산, 즉 금리, 외환, 원자재, 신용 등의 분야를 총망라하는 표현으로 FICC라는 것이 있는데, 'fixed income, currencies and commodities'의 약자다. 이러한 기초 자산에 대한 비정형 옵션을 개인 투자자들이 거래할 수 있게 한 것이 파생 결합 증권(derivatives linked security, DLS)이다. 2005년 국내에 도입되어 처음 몇 년 간은 주가 연계 증권에 감히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으로 발행되었다. 그러다 2008년 금융 위기를 지나며 급속히 성장해, 2012년 기준으로 약 24조 원이 발행된 바 있다. 이는 주가 연계 증권의 50%에 달하는 양이다.

주가 연계 증권은 주식에 대한 비정형 옵션이 내재되어 있고 파생 결합 증권은 주식 아닌 기초 자산에 대한 비정형 옵션이 내재되어 있다. 여러 기초 자산의 비정형 옵션이 결합되어 있는 채권으로 보면 될 것을 굳이 다른 이름으로 구별하며 부르니 여간 어색한 일이 아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채권을 총칭해 구조화 노트(structured note)라 한다. 기초 자산에 따라 좀 더 구체적으로 주가 연계 노트(equity linked note), 신용 연계 노트(credit linked note), 외환 연계 노트(FX linked note)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금융투자협회의 분류를 보면, 주식은 특별한 것이어서 따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거나, 주가 연계 증권에 있는 것이 실은 비정형 파생금융 거래임을 별로 나타내고 싶지 않았거나 굴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2012년 하반기에는 "새로 개정된 자본시장통합법상 주가 연계 증권과 파생 결합 증권을 구별할 이유가 없고 비록 주식 기초 자산에 대한 것일지라도 그냥 파생 결합 증권으로 부르겠다"라는 입장을 밝힌 증권사가 있었다. 이러한 구별이 얼마나 어색하고 인위적인 것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기초 자산 차이만 있을 뿐 그 제작 방법과 경제적 성격은 파생 결합 증권과 주가 연계 증권이 전적으로 동일하다. 다만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주가 연계 증권은 대개 공모로 발행돼 개인 투자자가 많이 사는 반면, 파생 결합 증권은 공모로 발행되는 비중이 10% 정도에 불과하고 90%가량이 사모로 발행된다. 사모로 발행되는 경우 기초 자산은 딱 2가지다. 하나는 원화 이자율이나 달러 이자율에 대한 어크루얼(accrual) 구조를 갖고 있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신용 부도 스와프 류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어크루얼 구조는, 가령 원화 CD 91일물 금리가 0~6%에 위치하는지 매일 관찰해 그 조건이 만족되는 날은 이자가 생기고 그 범위를 벗어나는 날은 이자가 생기지 않는 비정형 옵션을 말한다. 여기에 최대 만기가 10년이 될 수 있는 콜옵션을 부가하면 그 표면적인 이자율은 꽤 높이 올라간다. 만기가 그렇게 길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보험 회사나 연·기금, 시중 은행의 자금 부서 등이 단기 자금을 운영하는 수단으로 많이 거래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는 일이 벌어지면 이들이 보유한 엄청난 규모의 파생 결합 증권 모두 평가상 적지 않은 손실을 기록할 것이다. 이는 우리 금융 산업 전체에 꽤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신용 부도 스와프와 바스켓 신용 부도 스와프가 내재되어 있는 파생 결합 증권이다. 물론 신용 부도 스와프의 준거 자산이 부도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하지만 외생적인 요인으로 그중 어느 하나라도 무너지는 날에는 그 신용 부도 스와프에 엮인 거의 모든 금융 회시가 줄에 끌려오는 굴비들처럼 줄줄이 무너지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2008년 미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 메릴린치 등이 파산하거나 인수된 과정이 바로 그러했기 때문이다.


4.4.3 제도와 감독의 허점을 파고든 ABCP

이러한 신용 부도 스와프 류가 내재된 또 하나의 파생금융 거래가 있다. 바로 ABCP, 즉 자산 담보부 기업어음이다. 구조화 금융 기법의 핵심 중 하나인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그 법인이 담보 자산을 확보하고 그를 바탕으로 채권이 아닌 CP를 발행하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건설 회사에서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많이 사용한다. 이런 것은 보통 PF(project finance) ABCP라고 한다. 2013년 현재 발행 잔액은 약 26조 원이며 그중 20조 원이 2013년 내에 만기가 도래하게 되어 있다. 상당수는 차환 자금 조달이 쉽지 않거나 그 비용이 크게 상승하는 어려움에 처할 전망이다.

그런데 비중이 더 큰 ABCP가 있다. 바로 신용 파생 거래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른바 '신용 부도 스와프 ABCP'가 그것이다. 2013년 초 기준으로 ABCP의 발행 잔액은 85조 원에 달하며, 이 중 건설 회사 ABCP의 잔액(26조 원)을 빼면 대략 60조 원에 육박하는 잔액이 바로 직간접적으로 신용 부도 스와프 같은 신용 파생 거래에 엮인 ABCP라고 볼 수 있다.[주]* CP는 채권보다 간편한 방식으로 단기 자금을 조달할 때 쓸 수 있는 금융 거래다. 통산 1년 미만의 만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채권 발행보다 절차가 훨씬 간단하고 신고 등록의 의무가 매우 가볍다. 물론 그러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이것이 워낙 단기간의 자금 조달에 쓰일 것이라는 암묵적인 이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가령, 해외에서는 이 CP의 최대 만기가 364일 혹은 180일 등과 같은 식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렇게 발행되는 CP에 대해 신용평가사가 등급을 부여하는데, A1 등급이 최고 등급으로서 이를 채권 등급으로 환산하면 AA- 등급에 해당하는 급으로 보통 인식된다.
[주]* 이 숫자보다는 조금 작을 것이다. 이 숫자에는 대출 채권을 유동화한 ABCP와 정기예금을 유동화한 ABCP도 일부 포함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신용 파생 거래에 관련된 ABCP의 비중은 결코 무시할 것이 못 된다.
놀라운 점은 우리나라에서는 이 CP에 대한 규정이 미비해 만기를 1년이 아니라 5년, 7년처럼 매우 길게 발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어렵게 채권을 발행할 필요 없이 CP 시장으로 곧장 달려가고 싶어진다. 2013년 하반기에 큰 파장을 낳은 동양그룹 사태에서도 법정 관리 직전에 CP를 발행해 계열사 동양증권을 통해 일반 투자자에게 적극적으로 판매한 것이 문제가 되었는데, 이는 CP가 어떤 식으로 악용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더욱 놀라운 것은, CP라는 이유로 만기에 상관없이 동일한 등급이 부여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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