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0일 목요일

몇 가지 상식적인 경제 용어의 띄어쓰기 조합에 관한 의견


상식적인 경제 용어 중 개념어적 성격이 강해서 다른 명사어와 띄어쓰기 조합이 빈번한 용어들이 상당히 많다. 그중 몇 가지를 골라 이러한 용어들이 다른 일반적 명사어와 띄어쓰기(혹은 붙여쓰기) 조합으로 활용될 때 띄어 쓸 것이냐 붙여 쓸 것이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어느 출판사의 담당 편집자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한 차례 논쟁을 치른 뒤 몇 가지 용례만을 골라 정리해 보았다. 

오늘 또 인터넷에서 어떤 교수가 예전에 쓴 어떤 글을 보니 어떤 문장에서 “시장경제원리”라고 세 가지 낱말─시장, 경제, 원리─을 모두 붙여 쓴 사례를 보았다. 이렇게 별개 어휘로 존재하는 명사어들을 조합할 때 모조리 붙여 쓰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반대로 별개 어휘로 존재하는 명사어들이라고 해서 “시장 경제 원리”처럼 모조리 띄어 쓰는 것도 좋지 않다고 본다.

아래 십여 가지 용례 중 한두 개를 제외하고 최근의 출판에 모두 반영되었다. 고민을 함께 나누고 수용해준 담당 편집자에게 감사한다.
[비고] 비슷한 내용의 이전 게시물: ‘상부구조’ vs ‘상부 구조’, ‘하부구조’ vs ‘하부 구조’

─  아   래 ─ 

붙여 쓰는 쪽과 띄어 쓰는 쪽 중 바람직해 보이는 쪽을 붉은 색으로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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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민 소득(vs 국민소득) ; 국민 총생산(vs 국민총생산) ; 국내 총생산(vs 국내총생산)
  • [다른 용어와의 조합 사례] 국민소득 수준, 국민소득 집계, 국민소득 계정, 국민소득 계정의 산출, 국내총생산 성장률, ...
  • [판단 근거] 이러한 용어들 모두 이미 존재하는 두 명사어의 의미가 따라따로 보존되면서 쓰이는 용어라기보다 단일한 개념어로 익은 말로 볼 수 있음.
  • [비교해볼 사례] 시민 소득, 주민 소득, 공동체 소득, 회원 소득 등의 용례와 쓰이는 차원이 현격하게 다름.
2. 자유 시장(vs 자유시장); 자유 경쟁(vs 자유경쟁)
  • [다른 용어와의 조합 사례] 자유시장 장치, 자유시장 신봉자, 자유시장론자, 자유시장 이념, 자유시장 전통, ... 
  • [판단 근거] `시장`이 의미를 부여하는 이미지 형성을 주도하고 `자유`가 뒤에서 따라가는─즉 꾸며주는─식이 아니라 `자유`와 `시장`이 한 범주로 융합. `자유경쟁`도 유사한 용례로 볼 여지가 있음. 대조할 만한 사례로 `통제 시장`이라든가 `비자유 경쟁` 등의 용례가 쓰이는 경우가 거의 없음.
  • [유사한 사례] 자유 무역, 보호 무역: 띄어 쓰는 것이 나쁘지 않아 보이나, `자유무역주의`, `보호무역주의`, `자유무역론자``자유 무역주의``보호 무역주의``자유 무역론자`처럼 띄어 쓰는 것은 나빠 보임(`무역주의``무역론자`란 용어를 쓰지 않음). 한편, 자유 사회자유 세계는 붙여 쓰는 것보다 띄어 쓰는 쪽이 좋아 보이고 다른 용어와 빈번하게 조합될 만큼 개념어적 활용이 별로 없어 보임.
  • [비교해볼 사례] 석유 시장, 원자재 시장, 상품 시장, 금융 시장, 주식 시장, 채권 시장, ... 등과는 `자유`와 `시장`의 두 의미가 융합되는 차원이 다름. 전자의 그룹에서 `석유 시장`은 `석유를 사고파는 시장`이지만, `자유 시장`은 `자유를 사고파는 시장`이 아님.
  • [비고] `자유방임`은 왜 띄어 쓰지 않는 것인가? `자유시장`과 `자유경쟁`도 `자유방임`에 버금가는 개념적 함축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음.

3. 시장 가격(vs 시장가격
  • [다른 용어와의 조합 사례] 시장가격 체계, 시장가격 형성, 시장가격 통제, 시장가격 메커니즘, 시장가격 결정 원리, 시장가격 형성 메커니즘, ...
  • [판단 근거] `가격`이 의미를 부여하는 이미지 형성을 주도하고 `시장`이 뒤에서 따라가는 식이 아니라 `시장`과 `가격`이 한 범주로 융합. 가격이 시장에서 형성되는 것인 동시에 시장의 목적이 가격과 거래량을 결정하는 것.
  • [비교해볼 사례] 석유 가격, 원자재 가격, 상품 가격, 주식 가격, 주택 가격, ... 등과는 `시장`과 `가격`의 두 의미가 융합되는 차원이 다름. `석유 가격`은 `석유가 사고 팔리는 가격`이지만, `시장 가격`은 `시장이 사고 팔리는 가격`이 아님.
  • [유사한 사례] 시장 교환 혹은 시장교환?? 물물 교환 혹은 물물교환??

4. 시장 경제(vs 시장경제); 계획 경제(vs 계획경제)
  • [다른 용어와의 조합 사례] 시장경제 원리, 시장경제 국가, 혼합 시장경제(혼합경제의 다른 용어), 시장경제 체제, 시장경제 모델, 시장경제 제도, 계획경제 체제, 계획경제 모델, ...
  • [판단 근거] 시장가격과 유사함. 시장경제를 `경제의 한 유형`으로 취급할 경우 대비될 만한 경제 유형은 `물물교환 경제`와 `계획경제` 외에 거의 없음. `자본주의 경제` 내에 `시장경제`라는 요소가 있고, `사회주의 경제` 내에 `시장경제`란 요소가 제한된 형태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음.
  • [유사한 사례] 통제경제, 지시경제, ...
  • [비교해볼 사례] 자본주의 경제, 사회주의 경제, 국민 경제, 국제 경제, 지역 경제, ... 

5. 중앙 계획(vs 중앙계획) 
  • [다른 용어와의 조합 사례] 중앙계획 경제, 중앙계획 시스템, ...
  • [판단 근거] 의미상 `외곽 계획`이나 `지방 계획`이라든가 `도시 계획`, '생산 계획`과 같은 용례처럼 `계획`에 `중앙`이 보태지는 식이 아님.
  • [비교해볼 사례] 도시 계획, 생산 계획, ...
  • [비고] `중앙은행`은 띄어 쓰지 않고 왜 붙여 쓰는가? 

6. 통화 가치(vs 통화가치)
  • [다른 용어와의 조합 사례] 통화가치 상승, 통화가치 하락, 통화가치 재평가, 통화가치 과대 평가, 통화가치 관리, 
  • [판단 근거] 위 1~5의 용례처럼 두 용어의 의미가 하나로 융합되는 경우는 아니지만, 다른 일반 명사어들과 빈번하게 결합되기에 `통화`와 `가치`를 의미 단위로 묶어 표기하는 것이 효과적인 듯함.
  • [본서의 용례] `전쟁_전_통화_가치_대비_평가_절하를 공식화...`(본서 57쪽): `전쟁_전_통화가치_대비_평가_절하`처럼 붙여 쓰는 쪽이 의미 단위를 구분하기 수월해 보임.

7. 평가 절상하다(vs 평가절상하다) ; `평가 절하하다`(vs 평가절하하다)
  • [용례] 파운드화를 평가절상하다, ....
  • [판단 근거] "파운드화를 평가 절상하다"라고 쓰느니 "파운드화의 평가를 절상하다"라고 쓰는 쪽이 옳겠고, 아니면 "파운드화를 평가절상하다"라고 쓰는 것이 옳은 것으로 보임.
  • [비고] 명사어로 쓰일 때는 평가 절상(혹은 평가절상), 평가 절하(혹은 평가절하)로 띄어 쓰거나 붙여 쓰는 방식 둘 다 무난한 듯함. 동사로 쓸 경우는 붙여 쓰는 쪽이 좋아 보임.

8. 지급 준비율(vs 지급준비율)
  • [판단 근거] 의미 단위를 `지급`과 `준비율`로 구분해 읽는 것이 부적절함. `준비율`이란 용어를 독립적인 의미 단위로 보기 어려움.
  • [유사한 사례]  지급준비(vs 지급 준비), 지급준비금(vs 지급 준비금), 지급준비 제도(vs 지급 준비 제도), 완전 지급준비 제도(vs 완전 지급 준비 제도), 부분 지급준비 제도(vs 부분 지급 준비 제도)

9. 국제 수지(vs 국제수지); 무역 수지(vs 무역수지); 경상 수지(vs 경상수지)
  • [다른 용어와의 조합 사례] 국제수지 균형, 국제수지 적자, 경상수지 흑자, 무역수지 악화, ...

10. 고속 물가 상승(vs 고속 물가상승); 극한 물가 상승(vs 극한 물가상승)
  • [비고] `물가 상승`과 `물가 하락`은 띄어 쓰더라도 `고속 물가상승`과 `극한 물가상승`은 붙여 쓰는 것이 좋을 듯함.

CF. 다른 명사어와 띄어 쓰기 조합이 빈번하지 않은 용어:

11. 화폐 유통 속도(vs 화폐 유통속도)
  • [조합 사례] 화폐(의) 유통속도, 화폐(의) 소득 유통속도.
  • [비고] {화폐 유통} 속도로 읽기보다 화폐 {유통 속도}로 읽어야 적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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