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8일 토요일

[발췌: 피터 드러커] 사례 13_ 무엇이 병원의 ‘실적’인가?


What Are the “Results” in the Hospital?

※ 아직 미출간 상태인 다음 역서에서 일부를 발췌:
피터 드러커, Management Cases: Revised Edition (2009,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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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암스트롱이 해군에서 전역하고 보니 자기 집안의 가족회사가 위태로운 처지였다. 그래서 곧바로 가족회사 일에 합류했다. 그러고 몇 년이 지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 바람에 암스트롱은 아주 작고 별 볼 일 없는 가족회사를 떠맡았다. 20년 넘게 가족회사 일을 하면서 거기에 자기 시간의 전부(혹은 거의 다)를 빼앗겼다. 빼앗겼다고 해야 할 것이, 본래 의학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서 의료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청년기에 의과대학에 가보겠다고 자못 진지하게 생각하기도 했고, 사실 대학 초년생 때 징병되지만 않았다면 의과대학에 갔을지도 모른다. 세월은 흘러 가족회사 암스트롱컴퍼니가 자리를 잡고 잘 굴러가게 됐다.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에 암스트롱은 곧바로 대도시 광역권의 주력 병원 한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1985년에는 병원 이사회의 임원으로 선출됐고, 1995년에는 이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암스트롱은 이 일을 중히 여겼고, 자기 시간과 정력을 아낌없이 바쳤다.

( ... 중략 ...)

그런데 병원운영책임자(hospital administrator)가 갑자기 중풍이 발병해 은퇴하게 되자, 병원 이사회가 후임자를 물색하고자 인선위원회를 설치하고 로버트 암스트롱을 인선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암스트롱은 인선위원회 첫 회합을 소집하기 전에 병원의 의료최고책임자(chief of Medical Services)를 만나 어떤 유형의 사람을 찾아야 할지 상의했다. 그는 존경 받는 의사이기도 했고 오랫동안 암스트롱의 주치의이기도 했다. 암스트롱은 그에게서 다음과 같은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로버트, 쓸데없는 생각은 집어치우세요. 우리 병원의 병원운영책임자를 찾아볼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니까요. 병원에 대해 당신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더 적합한 사람은 없어요. (... 중략 ...)” 암스트롱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의 말이 그럴 듯했다. 하지만 그 쪽으로 생각을 몰고 가다 보니 자꾸 불안감이 밀려 왔다. 과연 그 일을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의료최고책임자를 찾아가서 물어봤다. “만약 내가 이 일을 맡는다면, 내 성과를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요? 내가 추구해야 할 실적은 어떤 것일까요? 병원의 성과는 무엇이고, 어떤 것을 실적으로 봐야 합니까?”

그가 활짝 웃더니 말했다. “그런 질문을 할 거라고 짐작했답니다. 당신이 그 일을 맡기 바라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고요. 나 같으면 내가 하는 일과 실무에 대해서는 무엇이 실적인지 잘 압니다. 하지만 병원에 대해서는 무엇이 실적인지 나도 모를뿐더러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제는 당신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람이 그런 질문을 던질 때가 됐습니다.”

암스트롱은 (... 중략 ...)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 가장 성과도 좋고 업적이 뛰어난 병원 관리자에 손꼽히게 됐다. 6년이 지나고 암스트롱은 미국병원관리자대학(American College of Hospital Administrators)에서 “올해의 병원운영책임자 상”을 수상했다. 그는 짧게 언급한 수상 소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병원운영책임자를 맡았던 것은 제 생애에서 가장 현명한 결정이었습니다. 이 일을 맡고 보낸 여섯 해는 정말 멋진 세월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직무에 임해서 답을 찾으려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만, 아직도 답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6년 전보다 지금이 더 혼란스럽기도 하지요. 지금의 현대적인 대도시 병원은 추구해야 할 목표도 많고 봉사해야 할 고객도 많습니다. 의사도 고객입니다. 병원을 늘 치료업무의 연장으로 보는 분들이지요. 당연히 환자도 고객입니다. 아픈 데를 치료 받고 적어도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분들입니다. 환자의 가족도 고객이고 지역사회도 고객입니다. 또 병원 청구서를 결제해주는 다양한 기관들이 다 고객입니다. 정부, 블루크로스(Blue Cross: 미국의 민간의료보험 중 하나), 보험회사, 기업주, 노동조합 등입니다. 그 밖에 다양한 고객들이 더 있습니다. 이미 발생한 질병과 피해를 치료해 주는 게 우리의 직무이고, 이 일은 우리가 웬만큼 잘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지역 의료센터로서의 역할이라든가 건강한 사람을 계속 건강하도록 돕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또 가난한 분들, 특히 도심 빈곤층을 돌봐줄 주치의 역할도 우리가 해야 할 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암스트롱은 수상 소감으로 몇 마디를 더했다. “하나의 성과 목표나 하나의 성과 지표를 찾아보자는 희망은 이미 접었습니다. 하지만 영 개운치 않은 것은 이들 여러 가지 임무 중 단 하나라도 성과를 측정하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병원의 어느 활동에 대해서도 ‘훌륭한 성과’란 어떤 것인지 정의할 방법을 아직 모릅니다. 나아가 추구할 목표는 무엇이며, 우선적인 게 무엇이고 포기해야 할 것이나 줄여 잡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이런 것들도 잘 정의할 수가 없습니다. 국민총생산의 14 퍼센트가 의료서비스에 들어가고 의료비용도 오르는 중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의료서비스이니만큼 목표와 성과 표준과 지표가 없다면 곤란한 일입니다. 하지만 여기 계신 노련한 병원운영책임자 분들 가운데 지금 어떠한 목표와 성과표준과 지표를 채용하고 있는지 혹은 제가 채용해볼 만한 게 무엇인지 말씀해줄 분이 계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질문: 암스트롱이 던진 질문을 풀어볼 무슨 방도가 있겠는가? 아니면 “의료서비스”는 워낙 무형적인 일이어서 정의나 목적이나 측정 같은 것을 들이댈 수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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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미출간 상태인 다음 역서에서 일부를 발췌:
피터 드러커, Management Cases: Revised Edition (2009,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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