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8일 목요일

(기사) 과잉 미디어

중앙일보, 2006.09.29
자료: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463593
지은이: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전략...) 미디어학자 토드 기틀린은 책 『무한미디어』에서 미디어가 제공하는 ‘감정의 과잉’에 주목한다. 미디어 과포화를 비판하는 그는 “더 큰 문제는 미디어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굳이 느끼지 않아도 되는 감정들을 급류처럼 쏟아부으며, 우리의 삶을 불필요한 포화 상태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썼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시청자가 원하는 것 또한 ‘감각적 만족’이다. “9ㆍ 11테러 사건에서도 사람들은 단지 사실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포와 슬픔, 연민ㆍ안심 같은 감정을 느끼려고 TV를 시청했다.”(같은 책)

기틀린에 따르면 감정의 사회학적 의미에 가장 먼저 주목한 이는 독일의 사회학자 게오르그 지멜이다. 그는 모든 것이 화폐가치로 전환되는 시장경제의 출현이 대중의 냉소주의를 가져왔지만 역으로 인위적인 자극과 흥분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라 예측했다.

기틀린은 “시장적 사고가 급증하던 18세기에 정반대로 내밀한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낭만주의가 태동했다.…계산의 시대인 근대는 감정에 헌신하는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썼다. 물론 이 때 감정은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일회용 감정이다. 실제 삶과 상관없는 가짜 감정인 것이다.

과잉 미디어가 쏟아내는 과잉 자극에 취해 감정 과잉상태로 살아가지만, 알고 보면 진짜 내 감정은 아니라는 얘기다. 삶의 경험이 곧 미디어 경험인 ‘미디어 시대’, 이 가짜 감정에서 벗어날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기틀린의 통찰이 흥미로우면서도 우울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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