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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남기심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글학회 이사)
※ 자료를 인터넷에 공개해주신 지은이와 관계자 분들께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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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낱말(단어)
국어의 품사(品詞)에는 명사, 대명사, 수사, 조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감탄사가 있다.
(1) 체언(임자씨): 명사(이름씨), 대명사(대이름씨), 수사(셈씨)
명사, 대명사, 수사는 문법적 기능이 같기 때문에 이들을 한데 묶어서 체언이라 한다.
[1] 명사(이름씨)
명사는 사물의 이름을 나타내는 단어로서 아래 예문의 밑줄 그은 말들, 곧 ‘철수, 책, 사람, 평화, 모임, 수, 것’ 같은 말들이 명사이다.
철수는 책을 읽고 있었다.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열렸다.
혼자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중에 ‘철수’와 같은 말은 특정한 사물에 붙여진 이름으로 이러한 명사들을 특별히 고유명사라 하며, 그 밖의 명사들은 보통명사라 한다. 한편, ‘수, 것’ 같은 말은 명사이기는 하지만, 그 단독으로는 쓰이지 못하고 그 앞에 반드시 꾸미는 말이 와야만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의존명사라 한다. 이에 대하여 다른 말의 도움을 받지 않고 홀로 쓰일 수 있는 명사를 자립명사라 한다.
[2] 대명사(대이름씨)
어떤 사물에 대하여 구체적인 이름을 나타내지 않고, 다만 그 사물을 가리키면서 명사가 놓일 자리에 대신 쓰이는 말을 대명사라 한다. 대명사에는 인칭 대명사와 지시 대명사가 있다.
나는 누구와 함께 갈까?
우리는 너에게 저분을 소개할 예정이다.
위의 밑줄 그은 단어는 모두 사람을 가리키는 인칭 대명사이다. ‘우리, 나’는 1인칭, ‘너’는 2인칭, ‘저분’은 3인칭, ‘누구’는 특정한 인칭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주로 의문문에 쓰인다.
그것은 여기에 놓아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위의 밑줄 그은 단어는 모두 지시 대명사이다. ‘그것, 무엇’은 사물을, ‘여기, 어디’는 장소를 가리킨다. 또, ‘어디, 무엇’ 등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묻는 말로도 쓰인다.
[3] 수사(셈씨)
수사는 사물의 수량이나 차례를 가리키는 단어이다.
우리 둘이 힘을 합쳐 일해보자.
네가 신경 쓸 일 가운데 첫째가 건강이다.
‘둘’은 수량을 나타내는 수사로서 이를 양수사라 하고, ‘첫째’는 차례를 가리키는 수사로서 이를 서수사라 한다. 이들 수사는 대명사처럼 명사가 놓이는 자리에 쓰인다.
[4] 체언의 용법
체언은 조사와 결합하여 문장 안에서 주어, 목적어, 보어, 관형어, 부사어, 서술어 등으로 쓰인다. 그리고 그 앞에 ‘이, 그, 저, 어느’ 등의 관형어를 취할 수 있다.
정수는 책을 집에 놓고 그냥 나왔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그 나라의 이름은 영국이다.
어느 것이 너의 책이냐?
‘정수, 나, 이름’은 주어, ‘책’은 목적어, ‘바보’는 보어, ‘나라’는 관형어, ‘집’은 부사어, ‘영국’은 서술어로 쓰였다. 이러한 문법 기능은 체언 뒤에 결합되는 조사에 의하여 결정된다. 자립명사 ‘나라’, 의존명사 ‘것’ 앞에 관형사 ‘그’, ‘어느’가 쓰인 것을 볼 수 있다.
(2) 조사(토씨)
조사는 체언 뒤에 결합해서 다른 말과의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거나, 특별한 뜻을 더해주기도 한다. 조사는 그 앞의 명사의 끝소리에 따라 형태를 달리한다. ‘가’와 ‘이’, ‘를’과 ‘을’이 그러하다. 모음 뒤에서는 ‘가, 를’이 자음 뒤에서는 ‘이, 을’이 결합된다. 그리고 ‘이 곳에서만은’에서처럼 여러 개의 조사가 쓰일 수 있다.
언니가 집안 청소를 하는 동안, 동생이 화단에 물을 주었다.
이 곳에서만은 조용해 해야 한다.
조사는 대개 체언 뒤에 오지만, 다음에서 보듯이 ‘입어만’, ‘몹시도’처럼 용언이나 부사 뒤에 나타나기도 하고, ‘요’나 ‘고’처럼 어말 어미 뒤에 쓰이는 것도 있다.
이 옷을 한 번 입어만 보아라.
그 분께서 당신을 몹시도 그리워하시더니…….
언제 오셨나요?
언제 오셨느냐고 여쭈어 보았다.
조사는 그 기능과 의미에 따라 격조사, 접속 조사, 보조사 등으로 나눈다.
[1] 격조사
격조사는 앞에 오는 체언이 문장 안에서 일정한 자격을 가지도록 해준다.
현주가 내 책을 자기의 집에 가지고 갔다.
정준아, 이것이 바로 자연의 일반 법칙이다.
물이 얼어 얼음이 된다.
‘가’와 ‘이’는 주격 조사, ‘의’는 관형격 조사, ‘을’은 목적격 조사, ‘에’는 부사격 조사, ‘아’는 호격 조사, 그리고 ‘된다’, ‘아니다’의 앞에 오는 ‘이/가’는 보격 조사이다. ‘이다’는 서술격 조사로, 자립성이 있는 말에 붙어서 서술어를 만드는데, 다른 조사와 달리 활용하는 특성이 있다.
[2] 접속 조사
접속 조사는 두 단어를 같은 자격으로 이어 주는 구실을 하는데, ‘와/과’가 있다.
봄철이면 이 산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꽃이 가득 핀다.
우리들도 연극과 영화를 아주 좋아합니다.
[3] 보조사
격조사가 올 자리에 놓이거나 격조사와 결합되어 특별한 뜻을 더해 주는 조사를 보조사라 한다.
우리만 극장에 가서 미안하다.
그는 교과서도 안 가져왔다.
위의 글에서 ‘만, 는, 도’는 주격 또는 목적격 자리에 놓여 있으면서 그 앞의 체언에 ‘단독’의 뜻’, ‘대조’의 뜻, ‘역시’의 뜻 등을 더해 준다. ‘까지, 마저, 조차, 부터’ 등도 보조사이다.
이 밖에 우리말에는 다음과 같이 특별한 기능을 지니는 조사들도 있다. 다음 문장에서 ‘요’는 상대 높임을 나타내며, ‘고’는 인용절을 이끈다.
비가 내리는데요. 우산을 가지고 오시지요.
남의 말을 귀담아 들으라고 말했어요.
(3) 용언(풀이씨): 동사(움직씨), 형용사(그림씨)
동사와 형용사는 문장의 주어를 서술하는 기능을 하는데, 이들을 묶어서 용언이라 한다.
[1] 동사(움직씨)
다음 문장에서 밑줄 그은 ‘읽는다, 오시기, 기다렸다’는 각각 그 문장의 주어인 ‘나, 어머니, 우리’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말로서 이러한 단어를 동사라 한다.
나는 아침에 늘 신문을 읽는다.
우리는 어머니께서 빨리 오시기를 기다렸다.
동사에는 움직임이나 작용이 그 주어에만 그쳐서 목적어가 필요 없는 자동사와 움직임이 다른 대상에 미쳐서 목적어가 필요한 타동사가 있다. 위에서 ‘오시’는 자동사이지만, ‘읽는다, 기다렸다’는 ‘신문’과 ‘어머니께서 빨리 오시기’를 각각 목적어로 취하는 타동사이다.
[2] 형용사(그림씨)
다음 문장에서 밑줄 그은 ‘달다, 무뚝뚝했지만, 그러하였다’는 문장의 주어가 되는 ‘과일’, ‘그분’의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낸다. 이러한 단어를 형용사라 한다.
과일은 대부분 맛이 달다.
그분은 말투도 무뚝뚝했지만, 태도는 더욱 그러하였다.
‘달다, 무뚝뚝했지만’은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성상 형용사이고, ‘그러하였다’는 지시성을 지닌 형용사로서 지시 형용사이다.
[3] 보조 용언(도움풀이씨)
용언 중에는 단독으로는 쓰일 수 없고 반드시 다른 용언에 기대어 그 말에 뜻을 더해 주는 용언이 있다. 이를 보조 용언이라 하는데 보조 동사(도움움직씨), 보조 형용사(도움그림씨)로 나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 두었다.
나도 너를 따라가고 싶다.
여름 날씨가 그다지 덥지 아니하다.
밑줄 그은 ‘두었다, 싶다, 아니하다’는 보조 용언으로, 그 앞에 있는 용언의 뜻을 더해 주고 있다. 보조 용언의 도움을 받는 용언을 본용언이라 한다.
[4] 용언(풀이씨)의 활용(끝바꿈)
용언은 끝바꿈을 하면서 여러 가지 문법 기능을 나타낸다. 이러한 끝바꿈을 활용(끝바꿈)이라 한다. 용언은 활용할 때에 변하지 않는 부분인 어간(줄기)과 변하는 부분인 어미(씨끝)로 이루어져 있다. 어미에는 어말 어미와 선어말 어미가 있다.
아버지께서 마음에 드는 선물을 주셨다. (←시었다)
하루쯤 쉬면, 기분이 한결 좋아지겠지.
‘-는, -다, -면, -지’는 어말 어미이고, ‘-시, -었-, -겠-’은 선어말 어미이다. 어말 어미는 그 앞에 선어말 어미가 없이도 바로 어간에 붙어 쓰일 수 있다.
어말 어미에는 종결 어미, 연결 어미, 전성 어미가 있다.
우리 나라에서 세계 박람회가 열렸다.
바람은 좀 자는데, 비는 계속 내리고 있구나.
우리는 추운 (←춥-은) 겨울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첫째 문장의 ‘-다’는 문장을 완전히 끝맺는 종결 어미이다. 이렇게 문장을 끝맺는 종결 어미에는 평서형 어미, 감탄형 어미, 의문형 어미, 청유형 어미가 있다. 둘째 문장의 ‘-는데’는 문장을 끝맺지 않고 앞절을 뒷절에 이어주는 연결 어미이다. 이렇게 문장을 이어주는 연결 어미에는 대등적 연결 어미, 종속적 연결 어미가 있는데, 특히 ‘-고’처럼 본용언을 보조 용언에 이어 주는 것을 보조적 연결 어미라 한다.
셋째 문장에서 ‘-은, -기’가 쓰인 ‘추운’과 ‘지나가기’는 각각 관형어와 목적어의 구실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서술 기능과 더불어 또 다른 기능을 하도록 하는 어미를 전성 어미라 한다. ‘-은’은 관형사형 어미이고, ‘-기’는 명사형 어미이다. 이와 같은 국어의 활용어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종결 어미
┌─ 어말 어미 ──┼─ 연결 어미
어미 ┤ └─ 전성 어미
└─ 선어말 어미
한편, 용언 가운데는 활용할 때에 어간이나 어미의 기본 형태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 날씨가 추운 계절에는 감기에 조심합시다.
���� 잡초를 모두 뽑아 버립시다.
���� 늦기 전에 어서 학교에 가거라.
���� 이 책은 꼼꼼이 읽어라.
‘추운’에서 어간 ‘춥-’이 ‘추우-’로 바뀌는 현상은 일반적인 음운 변동 현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뽑아’에서는 ‘뽑-’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명령형 종결 어미 ‘-어라’가 ‘가다’ 동사에서는 ‘-거라’로 바뀌는 것도 우리말의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왜냐하면, ‘읽어라’에서는 ‘-어라’가 그대로 쓰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용언이 활용할 때에 어간이나 어미의 기본형태가 달라지는 경우를 불규칙 활용이라 하며, 이러한 용언을 불규칙 용언이라 한다. 불규칙 용언에는 어간이 바뀌는 것, 어미가 바뀌는 것, 어간과 어미 모두 바뀌는 것 등이 있다.
그리고 ‘데리다’, ‘달다’처럼 특정한 어미하고 결합하여 활용이 온전하지 못한 것이 있다. 이러한 동사를 불완전 동사라 한다.
(4) 관형사(매김씨), 부사(어찌씨)
관형사와 부사는 모두 뒤에 오는 다른 말을 꾸미는 기능을 한다.
[1] 관형사(매김씨)
다음 밑줄 그은 말은 모두 체언 앞에 놓여서 그 내용을 자세하게 꾸며 주고 있다. 이렇게 체언을 수식하는 단어를 관형사라 한다.
이 사람은 세상의 온갖 걱정을 혼자 떠맡아 해요.
한 어깨에 두 지게 질까.
관형사에는 ‘이’처럼 어떤 대상을 가리키는 지시 관형사, ‘온갖’과 같이 사물의 성질이나 상태를 꾸며 주는 성상 관형사, 그리고 ‘한, 두’처럼 수량을 나타내는 수 관형사가 있다.
[2] 부사(어찌씨)
부사는 주로 용언을 꾸며서 그 뜻을 더 세밀하고 분명하게 해 주는 일을 한다.
저 차는 너무 빨리 달려서 무척 위험하다.
이리 와서 내 말을 들어 보아라.
그 분을 한 번도 못 뵈었습니다.
파도치는 소리만 철썩철썩 들려 온다.
가을 산이 온통 단풍으로 울긋불긋 물들었다.
내가 사려했던 물건이 바로 그것이다.
위의 밑줄 친 ‘빨리, 무척, 이리, 못, ……’ 등은 모두 위에 오는 용언이나 부사를 꾸미고 있다. 이들은 모두 문장 가운데에서 어느 한 성분만을 한정해 주므로 성분 부사라 한다. 그러나 다음 문장의 ‘과연’과 같이 문장 전체를 꾸며 주는 부사는 문장 부사라 하고, ‘그러나’와 같이 앞 문장의 뜻을 뒤의 문장에 이어 주면서 뒤의 문장을 꾸며 주는 부사는 접속 부사라 한다.
과연 나는 똑똑해
사람에게는 의식주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살 수 없다.
(5) 감탄사(느낌씨)
여보, 벌써 연말이 다 되었어요.
아, 세월이 참 빠르군.
네, 그래요.
감탄사는 화자의 부름, 느낌, 놀람이나 대답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여보’는 부름을, ‘아’는 느낌을, ‘네’는 대답을 나타낸다. 감탄사는 형태가 변하지 않으며, 놓이는 위치가 비교적 자유롭다. 이들은 문장 속의 다른 성분에 얽매이지 않는 특성이 있다.
2. 단어(낱말)의 짜임새
(1) 형태소와 단어
[1] 구와 어절
하나의 문장을 분석하는 방법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나는 넓은 바다를 보았다.
위의 문장은 우선 다음과 같이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나는 넓은 바다를 보았다.
�� ��
������������������������
이 문장의 뒷부분 ‘넓은 바다를 보았다’는 다시 다음과 같이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넓은 바다를 보았다.
�� ��
������������������������������
‘넓은 바다’는 다시 ‘넓은’과 ‘바다를’로 나눌 수 있다. 결국, 위의 문장은 다음과 같이 네 도막의 말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네 도막은 네 개의 어절이다. 한편, ‘넓은 바다를 보았다’, ‘넓은 바다’는 구(句)를 이루고 있다.
나는 넓은 바다를 보았다.
�� �� �� ��
�� ���������������� ��
�� ������������������������
��������������������������������
[2] 형태소
위 문장의 네 도막의 말은 다시 더 작은 단위로 나뉜다.
나-는 / 넓-은 / 바다-를 / 보-았-다.
이들을 더 분석하면 뜻을 잃고, 아무 뜻도 없는 몇 개의 소리로 나뉜다. 이와 같이 일정한 뜻을 가진 가장 작은 말의 단위를 형태소라 한다. 위의 문장은 결국 아홉 개의 형태소로 이루어져 있는 셈이다.
형태소 가운데는 혼자 독립해 쓰일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위의 ‘나, 바다’와 같이 단독으로 설 수 있는 형태소를 자립 형태소라 하고, 그렇지 못한 ‘- 는, 넓-, -은, 를, 보-, -았-, -다’ 같이 반드시 다른 말에 기대어 쓰이는 형태소를 의존 형태소라 한다. 또 ‘나, 넓-, 바다, 보-’와 같이 실질적인 뜻을 나타내는 형태소를 실질 형태소, ‘는, -은, 를, -았-, -다’처럼 이러한 형태소에 결합해 문법적 관계를 표시해 주는 형태소를 형식 형태소라 한다.
[3] 단어
단어는 형태소가 하나 이상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자립 형태소는 단독으로 바로 단어가 되지만 의존 형태소는 다른 형태소와 어울려 자립 형식을 이루어서 단어가 된다.
나-는 / 넓-은 / 바다-를 / 보-았-다.
이 문장에서 ‘보-, -았-, -다’는 각각 의존 형태소인데, 이들은 서로 어울려야만 비로소 자립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이들 셋이 하나의 단어를 이룬다. ‘나, 바다’는 자립 형태소로서 각각 독립된 단어이며, 그들에 결합한 조사 ‘는, 를’은 의존 형태소이기는 하지만 워낙 분리성이 강하여 단어로 인정한다.
각 단어는 띄어 써야 하지만, 조사는 단어이기는 하지만 자립성이 없어서 앞 단어에 붙여 쓴다. 따라서, 모든 단어는 하나의 독립된 어절을 이루지만, 조사만은 앞에 오는 단어와 결합하여 그 단어와 함께 한 어절을 이룬다.
(2) 단어의 형성
이 산에는 나무가 많다.
밤나무에 햇밤이 많이 열렸다.
위의 밑줄 그은 단어들은 모두 명사이지만, 이들의 짜임새는 각각 다르다. ‘산’이나 ‘나무’는 하나의 형태소로 되어 있지만, ‘밤나무’나 ‘햇밤’은 두 개의 형태소로 되어 있다. ‘산, 나무’처럼 하나의 형태소로 이루어지는 단어를 단일어라 하며, ‘밤나무’나 ‘햇밤’처럼 두 개 이상의 형태소로 이루어지는 단어를 복합어라 한다.
그런데 단어의 짜임새를 분석해 보면, 실질적 의미를 나타내는 중심 부분과 여기에 붙어 그 뜻을 제한하는 부분으로 나누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 실질적으로 의미를 나타내는 중심 부분을 어근이라 하고, 어근에 붙어 그 뜻을 제한하는 부분을 접사라 한다. 위의 문장에서 ‘산, 나무, 밤’은 어근이며, ‘햇-’은 접사이다.
복합어를 형성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어근과 접사가 결합하여 복합어를 형성하는 방법이다. ‘햇밤’은 ‘밤’이라는 어근에 접사 ‘햇-’이 결합하여 복합어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복합어를 파생어라 한다. 둘째는, 두 개 이상의 어근이 결합하여 복합어를 형성하는 방법이다. ‘밤나무’는 ‘밤’과 ‘나무’ 두 개의 어근이 결합하여 복합어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복합어를 합성어라 한다. 단어의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단일어
│
단어 ┤ ┌─ 파생어
│ │
└─ 복합어 ┤
│
└─ 합성어
[1] 파생어의 형성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새들이 둥지를 찾아 들며 날개를 접는다.
짐승들은 먹이를 찾느라고 산 속을 헤매고 있었다.
‘선무당’의 ‘선-’은 어근 앞에 오는 접두사이고, ‘날개, 먹이’의 ‘-개, -이’는 어근 뒤에 붙는 접미사이다. 일반적으로 접사는 결합할 수 있는 어근이 한정되어 있다.
(가) 접두사에 의한 파생어
접두사는 뒤에 오는 어근의 뜻을 제한할 뿐, 품사를 바꾸는 일은 없다.
뒤에서 군소리를 많이 하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다.
옛날 군주들은 백성들의 자유를 짓눌렀다.
‘군소리’에서 접두사 ‘군-’은 ‘쓸데없는, 가외의’라는 뜻으로, 어근 ‘소리’가 나타낼 수 있는 뜻을 일부 제한할 뿐이다. ‘짓눌렀다’에서 접두사 ’짓-’도 ‘함부로, 흠씬’의 뜻을 어근 ‘누르-’에 더해 주지만 품사를 바꾸지는 않는다.
(나) 접미사에 의한 파생어
접미사는 접두사와 달리 어근의 뜻만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앞에 오는 어근의 품사를 바꾸는 경우도 많다.
우리도 놀이 문화를 건전하게 키워야 한다.
그는 언제나 멋쟁이었다.
개가 고양이에게 물리었다.
‘놀이’는 동사의 어간 ‘놀-’을 어근으로 하여 여기에 접미사 ‘-이’를 붙여 파생 명사를 만들었다. 그러나 ‘멋쟁이’는 명사 ‘멋’을 어근으로 하여 접미사 ‘-쟁이’를 붙였으나, 품사는 바뀌지 않았으며, 다만 ‘어떠한 특징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을 보탤 뿐이다. ‘물리었다’는 동사의 어간 ‘물-’이 그대로 어근이 되고, 여기에 피동을 나타내는 접미사 ‘-리-’가 결합한 것이다.
[2] 합성어의 형성
나의 큰형은 올해 대학교를 졸업한다.
일을 할 때에는 늘 앞뒤를 잘 살펴야 한다.
‘큰형’은 형용사의 관형사형 ‘큰’과 명사 ‘형’이, ‘앞뒤’는 명사 ‘앞’과 ‘뒤’가 결합하여 형성된 합성 명사이다. 합성어는 이와 같이 두 개 이상의 어근이 모여 형성된다. 이때 형성된 새 단어의 뜻은 어근 각각의 뜻이 단순하게 합쳐진 것만은 아니다. ‘큰형’은 형이 둘 이상 있을 경우 첫째 형을 말하므로, 키나 몸집이 커다랗다는 뜻의 ‘큰 형’과는 다르다.
이제 곧 도시를 벗어나면 초록빛 산과 들이 펼쳐질 것이다.
지금이 한창 뛰노는 때이다.
마주선 인형끼리 음악에 맞춰 춤추고 있었다.
‘벗어나면’과 ‘뛰노는’은 모두 동사 둘이 결합된 합성 동사이다. ‘마주선’은 부사와 동사가 결합되었고, ‘춤추고’는 명사와 동사가 결합된 합성 동사이다.
높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한가로이 풀밭에 누워 있다.
보기에 좋은 음식이 대개 맛있더라.
‘높푸른’은 형용사의 어간 ‘높-’에 또 하나의 형용사 ‘푸르-’가 바로 결합되었고, ‘맛있더라’는 명사에 형용사가 결합된 합성 형용사이다.
오늘 아침에도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그저 오래오래 사시기를 빌 따름이다.
관형사 ‘한’과 명사 ‘바탕’이 합성된 ‘한바탕’과, 부사끼리 결합된 ‘오래오래’는 모두 합성 부사이다. 특히, 합성 부사에는 같은 말의 형태가 반복되어 이루어진 반복 합성어가 많다. ‘구석구석, 깡충깡충, 어둑어둑, 퐁당퐁당’ 등도 모두 반복 합성어이다.
한편, 합성어가 다른 접사와 결합하여 다시 파생어를 만들기도 하고, 파생어가 다른 어근을 만나 다시 합성어를 이루기도 한다.
이 문은 여닫이로 되어 있다.
따기 쉬운 병마개가 새로 개발되었다.
‘여닫이’는 합성어 ‘여닫-(열+닫)’에 접미사 ‘-이’가 붙어 다시 새로운 파생어를 형성하였고, ‘병마개’는 어근 ‘병’에 ‘마개(막+애)’가 결합되어 다시 합성어를 형성하였다.
3. 문장(월)의 짜임새
(1) 문장의 성격
[1] 문장
문장은 하나의 독립된 언어 형식으로서, 그 자체로서 하나의 통일성 있는 짜임새를 가지고 있다.
우리 한글은 대단히 과학적이다.
위의 문장은 우선 주어부인 ‘우리 한글은’과 서술부인 ‘대단히 과학적이다’로 분석된다. 주어부는 다시 ‘우리’와 ‘한글은’으로 분석되는데, ‘우리’는 꾸미는 말이고 ‘한글’은 꾸밈을 받는 말이며,. 서술부도 ‘대단히’와 ‘과학적이다’로 분석되는데, 이 관계도 꾸미고, 꾸밈을 받는 관계이다. 이러한 관계는 다음과 같이 계층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우리 한글은 대단히 과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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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문장을 구성하면서 일정한 구실을 하는 요소들을 문장 성분이라 한다. 그리고 문장 성분이 되게 하는 여러 언어 형식들을 성분의 재료라 한다.
[2] 문장 성분
문장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하는 성분은 서술어로서, 다른 성분들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서술어와 관계를 맺고 있다.
문장 성분은 주성분과 부속 성분, 그리고 독립 성분으로 나뉜다. 주성분은 문장의 골격을 이루는 성분이며, 부속 성분은 주로 주성분의 내용을 수식하는 성분이며, 독립 성분은 주성분이나 부속 성분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이 문장에서 따로 떨어져 독립해 있는 성분이다. 주성분에는 서술어를 비롯하여 주어, 목적어, 보어가 있다. 부속 성분에는 관형어와 부사어가 있으며, 독립 성분에는 독립어가 있다.
[3] 성분의 재료
모든 단어 문장 성분의 기본 재료가 된다. 다만, 조사는 단독으로는 문장 성분이 될 수 없고, 반드시 다른 말과 결합해서 어절을 이루어 문장 성분이 된다. 다음 문장에서 ‘참, 잘, 먹는다’와 같은 단어는 단독으로 문장 성분이 되며, ‘우리’는 조사 ‘는’과 결합해서 ‘김치’는 조사 ‘를’과 결합해서 문장 성분이 된다.
우리는 김치를 참 잘 먹는다.
문장 성분은 단어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나 절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나의 희망은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는 것이다. (명사구)
선생님께서는 현규가 모범생임을 잘 아실 것이다. (명사절)
(2) 문장 성분
[1] 서술어
서술어는 문장의 중심성분으로서, ‘어찌하다’, ‘어떠하다’, ‘무엇이다’로 나타난다. 다음 문장의 밑줄 그은 부분이 서술어인데, ‘어찌하다’는 동사로, ‘어떠하다’는 형용사로, ‘무엇이다’는 체언에 서술격조사 ‘이다’를 결합하여 표현한다.
예람이는 요즘 컴퓨터를 배운다. (어찌하다 - 동사)
그 사람은 마음이 너그럽다. (어떠하다 - 형용사)
그들은 우리 학교 농구 선수들이다. (무엇이다 - 체언+서술격 조사)
서술어는 용언의 종류에 따라서 주어 하나만을 필요로 하는 것, 주어와 또 다른 성분을 필요로 하는 것, 그리고 성분 셋을 필요로 하는 것이 있다. 다음 문장과 같이, 자동사 ‘가다’는 다른 성분이 생략되더라도 주어 하나만으로 온전히 문장을 구성할 수 있다.
우리는 (수업을 마치고) (바로) 갔다.
타동사 ‘보다’는 주어와 목적어가 있어야만 완전한 문장을 구성한다.
나는 (어제 저녁에) (재미있는) 연극을 보았다.
그런데 자동사 중에는 주어 이외에 부사어를, 타동사 중에는 주어와 목적어 이외에 부사어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은(주어) (늘) 대자연과(부사어) 투쟁해 왔다. (자동사)
할아버지께서(주어) 우리들에게(부사어) 세뱃돈을(목적어) 주셨다. (타동사)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부분의 자동사와 형용사처럼 주어 하나만을 필수적으로 가지는 것을 한 자리 서술어라 하고, 타동사나 형용사 ‘같다’처럼 주어 외에 또 다른 한 성분을 필수적으로 가지는 것을 두 자리 서술어라 하며, 동사 ‘주다’처럼 주어를 포함하여 세 성분을 필수적으로 가지는 것을 세 자리 서술어라고 한다.
[2] 주어
주어는 서술하는 주체를 나타내는 문장 성분으로서 모든 문장에 필수적이다. ‘무엇이 어찌하다, 누가 어떠하다, 누가 무엇이다’에서 주어는 ‘무엇이’ 또는 ‘누가’에 해당한다.
주어는 체언에 주격 조사가 결합하여 실현된다. 전형적인 주격 조사는 ‘이/가’인데, 주어를 높일 때에는 ‘께서’가 쓰인다. 주어가 단체를 나타내는 명사이면 ‘에서’가 대신 쓰일 수 있다.
잎이 무성하니, 나무가 더욱 커 보인다. (이/가)
아버지께서 우리들을 칭찬하셨다. (께서)
이번에도 우리 학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에서)
주격 조사 대신 보조사를 쓰는 경우도 있으며, 여기에 주격 조사가 다시 결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주격 조사가 생략된 채 주어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음악회 끝나자 바로 집으로 갔다. (보조사)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보조사 + 주격 조사)
너 어디 가니? 응, 나 학교 가 (주격 조사 생략)
[3] 목적어
타동사가 쓰인 문장에서 그 동작의 대상이 되는 문장 성분이 목적어이다. 목적어는 체언에 목적격 조사 ‘을/를’이 결합하여 실현된다. 목적격 조사 대신 보조사가 결합하여 목적어로 실현될 수 있으며, 여기에 목적격 조사가 다시 결합할 수 있다. 물론, 목적격 조사가 생략될 수도 있다.
나는 과일을 잘 먹고, 동생은 과자를 잘 먹는다. (목적격 조사)
나는 과일도 잘 먹고, 과자도 잘 먹는다. (보조사)
동생은 과일만을 좋아한다. (보조사+목적격 조사)
넌 무슨 책 샀니? . (목적격 조사 생략)
한 문장에 목적어가 하나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목적어가 둘 이상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왜 지나가는 사람을 이름을 부르니?
동규는 그 책을 나를 주었다.
우현이는 그 책을 두 권을 더 달라고 하였다.
위치나 시간 등을 나타내는 말에도 목적격 조사를 쓰는 경우가 있다.
상철이는 지난 3월에 학교를 들어갔다.
희범이는 낮에 두 시간을 잤다.
[4] 보어
서술어가 되는 용언 중에서 ‘되다’와 ‘아니다’는 두 자리 서술어로서, 다음 문장의 밑줄 그은 성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한솔이는 이제 고등 학생이 되었다.
다솜이는 아직 고등 학생이 아니다.
위의 문장은 ‘고등 학생이’와 같은 말이 없으면 불완전한 문장이 된다. 이 때, ‘고등 학생이’와 같은 말을 보어라 한다. 보어는 체언에 조사 ‘이/가’가 결합하여 실현된다.
[5] 관형어
관형어는 주어, 목적어 등의 체언으로 성립되는 성분 앞에서 이들을 꾸미는 일을 하는 문장 성분이다. 관형어는 문장에서 필수적인 성분이 아니다. 관형어는 관형사로 실현되는 것이 원칙이나 체언만으로 관형어가 될 수도 있고, 체언에 관형격 조사 ‘의’가 붙어서 되기도 하며, 관형절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는 옛 친구를 다시 만났다. (관형사)
그는 겨울산의 설경을 좋아한다. (체언+관형격 조사)
그는 우리가 돌아온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관형절)
[6] 부사어
부사어는 주로 서술어를 꾸미는 문장 성분이다. 부사어는 부사뿐만 아니라 부사에 보조사가 결합되거나 체언에 부사격 조사가 결합되어 실현되기도 한다.
가을 하늘이 참 높아 보인다. 또한 무척이나 맑아 보인다.
우리들은 오후에 여행에서 돌아왔다.
동생이 종이로 학을 접고 있었다.
나는 늘 동생보다 일찍 일어난다.
부사어에는 문장 속의 특정한 어떤 성분을 꾸미는 성분 부사어와 문장 전체를 꾸미는 문장 부사어가 있다. 성분 부사어는 서술어, 부사어, 관형어 등을 꾸미며, 문장 부사어는 문장 전체를 수식한다.
시간이 늦었으니, 어서 떠납시다. (서술어를 꾸미는 경우)
그는 아주 새 사람이 되었다. (관형어를 꾸미는 경우)
그는 외국어를 썩 잘 한다 (부사어를 꾸미는 경우)
확실히 오늘 경기는 신나는 한 판이었어 (문장 전체를 꾸미는 경우)
부사어는 대부분 수의적으로 쓰이는 문장 성분이지만, 서술어에 따라서는 필수적인 성분이 되기도 한다.
선생님께서 영수에게 상을 주셨다.
선희는 어머니와 닮았다.
[7] 독립어
독립어는 문장의 어느 성분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독립된 성분이다. 이들은 그 뒤에 오는 성분들과 함께 하나의 문장을 구성하며, 문장 전체를 꾸미는 구실을 한다. 감탄사, 체언에 호격 조사가 결합된 형태 또는 접속 부사 등이 독립어가 된다.
아아, 드디어 기다리던 방학이 되었다. (감탄사)
신이시여, 우리들을 보호하소서. (체언+호격 조사)
누나가 가지 못하게 말렸다. 그러나 나는 굳이 떠났다. (접속부사)
(3) 겹문장의 짜임새
[1] 홑문장과 겹문장
문장에서 가장 중심 역할을 하는 성분이 서술어이며, 하나의 문장이 구성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 개의 서술어와 그 서술어에 대한 주어가 있어야 한다.
젊은이들은 주로 현대 음악을 좋아한다.
오늘은 기분이 굉장히 좋구나.
금강산은 우리 나라의 명산이다.
위의 문장에서는 서술어가 한 번만 나타나서, 주어가 서술어의 관계가 한 번만 맺어져 있다. 이러한 문장 짜임새를 홑문장이라 한다.
그런데 다음 문장들은 서술어가 두 번 또는 그 이상 나타나서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가 두 번 또는 그 이상 맺고 있다.
우리는 이제 그가 정당했음을 깨달았다.
형은 학교에 가고, 동생은 놀이터에서 논다.
비가 부슬부슬 오더라도, 안개만 걷히면, 비행기는 출발한다.
첫째 문장에서는 서술어가 ‘정당했음’과 ‘깨달았다’ 둘이 있고, 각각의 주어는 ‘그가’와 ‘우리는’이다. 둘째 문장에서는 서술어가 ‘가고’와 ‘논다’ 둘이 있고, 각각의 주어는 ‘형은’과 ‘동생은’이다. 셋째 문장에서는 서술어가 ‘오더라도’, ‘걷히면’, ‘출발한다’ 셋이 있고, 각각 주어는 ‘비가’, ‘안개만’, ‘비행기는’이다.
이처럼 서술어가 둘 이상 나타나서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가 두 번 이상 맺어져 있는 문장의 짜임새를 겹문장이라 한다. 실제 우리가 쓰는 문장은 여러 홑문장들이 모여 이룬 겹문장이다.
홑문장이 모여 겹문장이 되는 과정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위의 첫째 문장처럼 한 홑문장을 절로 바꾸어 다른 문장의 한 성분이 되도록 하는 과정이다. ‘그가 정당했다’라는 홑문장이 ‘그가 정당했음’이라는 명사절로 바뀌어 전체 문장 속에서 목적어가 되었다. 이러한 겹문장의 짜임새를 안은 문장이라 한다.
둘째는 위의 둘째, 셋째 문장처럼 홑문장들이 둘 이상 이어져서 겹문장이 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겹문장의 짜임새를 이어진 문장이라 한다. 이러한 문장의 유형은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 홑문장
문장 ┤ ┌ 안은 문장
└ 겹문자 ┤
└ 이어진 문장
[2] 안은 문장
한 홑문장이 절 형식으로 바뀌어 다른 문장 속의 한 성분이 된 겹문장이 안은 문장이다. 홑문장이 다른 문장 속의 한 성분으로 안길 때에는 명사절, 관형절, 부사절, 서술절, 인용절이 되어 안기는 경우들이 있다.
(가) 명사절을 안은 문장
다음 문장에서 밑줄 그은 부분은 홑문장이 ‘-(으)ㅁ’이나 ‘-기’와 결합하여 명사절이 되어, 전체 문장 속의 한 문장 성분이 된 것이다.
인호가 축구에 소질이 있음이 학교에 알려졌다. (주어)
어린이가 그런 일을 하기란 쉽지 않다. (주어)
나래는 인호가 축구에 소질이 있음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목적어)
농부들은 올해도 농사가 잘 되기를 바랐다. (목적어)
우리는 날씨가 맑기에 산책을 했다. (부사어)
그런데 ‘-(으)ㅁ’에 의한 명사절은 다음과 같이 관형절과 의존 명사로 된 ‘-는/은 것’으로 바꾸어 쓸 수 있다.
인호가 축구에 소질이 있다는 것이 학교에 알려졌다.
나래는 인호가 축구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나) 관형절을 안은 문장
다음 문장의 밑줄 그은 부분은 홑문장이 관형절이 되어 체언을 수식하는 관형어의 구실을 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관형사형 어미 ‘-은, -는, -을, -던’ 등과 결합하여 관형절을 이루어 안긴다.
이 책은 내가 읽은/ 읽는 / 읽을 / 읽던 책이다.
(다) 부사절을 안은 문장
다음 문장의 밑줄 그은 부분은 홑문장이 부사절이 되어 전체 문장의 부사어 구실을 하고 있다. ‘우리가 입은 것과 똑같다’, ‘아는 것도 없다’가 접미사 ‘-이’와 결합하여 부사절을 이루어 안긴다.
그들은 우리가 입은 것과 똑같이 입고 있다.
그는 아는 것도 없이 잘난 척한다.
(라) 서술절을 안은 문장
다음 문장의 밑줄 그은 부분은 홑문장이 서술절이 되어 전체 문장의 서술어 구실을 하고 있다.
이 교실에는 여학생이 없다.
우리 나라는 산이 많다.
이들 문장은 한 문장에 주어가 두 개 있는 문장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 하나는 겹문장의 주어이고, 다른 하나는 겹문장의 서술어로 안긴 서술절의 주어이다.
(마) 인용절을 안은 문장
다음 문장의 밑줄 그은 부분은 홑문장이 그대로 인용절이 되어 전체 문장 속에 안겨 있다. 인용절에는 조사 ‘고’와 ‘라고’가 붙는데 ‘고’는 간접 인용절에 ‘라고’는 직접 인용절에 쓰인다.
그는 한결이가 학교에 간다고 말했다. (간접 인용절)
그는 “한결이가 학교에 간다”라고 말했다. (직접 인용절)
다음 문장의 밑줄 그은 부분은 관형절이다. 그 속에는 다시 ‘현규가 모범생이었다’는 인용절이 안겨 있다.
우리는 현규가 모범생이었다(고 하)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바) 안은 문장의 문법 현상
안은 문장에서 서로 같은 말이 있으면, 다른 말로 대치되거나 생략되기도 한다.
나무꾼은 나에게 자기를 도와 주기를 바랐다.
나무꾼은 나에게 도와 주기를 바랐다.
[3] 이어진 문장
다음 문장과 같이 홑문장이 둘 이상 이어져서 이루어진 문장이 이어진 문장이다.
유미는 음악을 좋아하고, 석인이는 그림을 좋아한다.
내가 일찍 일어나면 아버지께서 칭찬하실 것이다.
첫째 문장은 앞절과 뒷절이 대등하게 이어진데 반하여, 둘째 문장은 의미상 앞절이 뒷절에 종속적이다.
이와 같이, 이어진 문장은 앞절과 뒷절의 의미 관계가 대등하게 이어진 것과 종속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뉜다.
(가) 대등하게 이어진 문장
대등하게 이어진 문장에서 앞절이 뒷절에 대해 가지는 의미 관계는 나열, 대조, 선택 등이다. 선택 관계는 대체로 연결 어미가 중첩되어 표현된다.
어제는 하늘도 맑았고 바람도 잠잠했었다. (나열)
함박눈이 내리지만 날씨가 춥지는 않다. (대조)
산으로 가든지 바다로 가든지 어서 결정합시다. (선택)
(나) 종속적으로 이어진 문장
종속적으로 이어진 문장에서 앞절이 뒷절에 대해 가지는 의미 관계는 이유, 조건, 의도, 결과, 전환 등 꽤 다양하다.
약속된 시간이 다 되어서 나는 더 있을 수 없었다. (이유)
손님이 오시거든 반갑게 맞이하여라. (조건)
우리는 한라산에 오르려고 아침 일찍 일어났다. (의도)
(다) 이어진 문장의 문법 현상
이어진 문장에서 앞절과 뒷절에 같은 말이 있으며, 그 말이 다른 말로 대치되거나 생략된다.
나는 미혜를 자주 만나지만, 그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는 미혜를 자주 만나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
앞절과 뒷절의 서술어가 같은 경우에도 생략이 일어난다. 다음 문장은 앞절과 뒷절의 서술어가 같기 때문에 앞절의 서술어가 생략된 것이다.
용섭이는 서울로 갔고, 광섭이는 시골로 갔다.
→ 용섭이는 서울로, 광섭이는 시골로 갔다.
앞절과 뒷절의 서술어가 같을 때, 뒷절의 서술어가 그러하다로 대치되기도 한다.
동훈이는 학교에 갔고, 예경이도 학교에 갔다.
→ 동훈이는 학교에 갔고, 예경이도 그랬다.
한편, 이어진 문장에서는 연결 어미가 다양한 만큼, 여러 가지 문법 제약이 따른다. 예를 들어, 연결 어미 ‘-어서’나 ‘-어야’에 의해 이어진 문장에서는 뒷절에 명령문이나 청유문이 연결되지 못한다.
┌ 날씨가 좋으니까 소풍을 가자.
└ *날씨가 좋아서 소풍을 가자.
┌ 비가 오니까 서둘러 가자.
└ *비가 와야 서둘러 가거라.
이와 같이 이어진 문장을 구성하는 연결 어미들은 제각기 고유한 특성이 있어서, 다양한 문법적 제약이 따르는 것이 특징이다.
4. 문법 기능
(1) 문장 종결
문장은 반드시 종결 어미로 끝맺게 되는데 이것을 문장 종결법이라 한다. 모든 문장은 어떤 어미를 쓰느냐에 따라 평서문, 감탄문, 의문문, 명령문, 청유문으로 갈린다. 문장 종결법은 상대 높임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1] 평서문
평서문은 말하는 이가 듣는 이에 대하여 아무것도 요구하는 일이 없이, 오직 자기의 생각을 진술하는 문장이다.
태은이는 어제 시골 할머니 댁에 다녀왔다.
우리 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다.
나도 네 뜻을 따르마.
이번 일요일에는 반드시 갈게요.
[2] 감탄문
감탄문은 말하는 이가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을 독백하듯이 표현하는 문장이다.
저 사람은 노래도 잘 부르는군!
아, 벌써 새 아침이 밝았구나!
[3] 의문문
의문문은 말하는 이가 듣는 이에게 질문하여 그 대답을 요구하는 문장이다.
아버지께서도 지금 오셨습니까?
너는 언제 왔니?
의문문은 듣는 이에게 대답을 요구하는 문장이지만, 위의 첫째 문장처럼 긍정이나 부정의 대답을 요구하기도 하고, 둘째 문장처럼 ‘언제’와 같은 물음말이 포함되어 있어 듣는 이에게 설명하는 대답을 요구하기도 한다.
[4] 명령문
명령문은 말하는 이가 듣는 이에게 어떤 행동을 하도록 요구하는 문장이다.
길이 막히니 서둘러 출발하십시오.
건강한 생활을 위하여 열심히 운동하여라.
물음에 알맞은 답의 번호를 골라라.
그런데 명령문은 평서문이나 의문문과 달리, 문장 안에서 여러 가지 문법적 제약을 받는다. 명령문의 주어는 반드시 듣는 이이며, 서술어는 반드시 동사이다. 시간 표현의 ‘-었-’, ‘-더-’, ‘-겠-’과 함께 나타나는 일이 없다.
[5] 청유문
청유문은 말하는 이가 듣는 이에게 어떤 행동을 함께하도록 요청하는 문장이다.
우리 함께 생각해 봅시다.
출발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빨리 가자.
그런데 청유문도 명령문처럼 여러 가지 문법적 제약이 있다. 청유문의 주어는 ‘우리’와 같이 반드시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함께인 경우이며, 서술어는 동사로 한정된다. 그리고 시간 표현인 ‘-었-’, ‘-더-’, ‘-겠-’이 나타나지 않는다.
(2) 높임 표현
말하는 이가 말 듣는 이나 문장에 등장하는 주체 및 객체에 대하여 높임의 뜻을 나타낼 수 있게 하는 문법 기능을 높임법이라 한다. 높임법은 높임의 대상이 누구인가에 따라 주체 높임법, 객체 높임법, 상대 높임법으로 나뉜다.
[1] 주체 높임법
주체 높임법은 말하는 이가 문장의 주어가 지시하는 대상, 곧 서술의 주체에 대하여 높임의 태도를 나타내는 문법 기능이다. 주체 높임법은 용언에 선어말 어미 ‘-(으)시-’를 붙여 씀으로써 이루어진다. ‘-(으)시-’가 쓰일 때는 주격 조사로 ‘께서’가 쓰이는 것이 원칙이다.
선생님께서 그 책을 읽으셨다. (←읽-으시-었-다)
주체 높임은 ‘계시다’, 잡수시다, 주무시다, 편찮으시다, 돌아가시다’ 등의 특수 동사로 나타낼 수도 있다.
주체 높임법은 다음과 같이, 높임의 대상의 신체 부분, 소유물, 생각 등과 관련된 말에 대해서도 ‘-(으)시-’를 써서 간접적으로 높임의 태도를 나타낼 수 있다.
할머니께서는 아직 귀가 밝으십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타당하십니다.
[2] 객체 높임법
객체 높임법은 말하는 이가 문장의 목적어나 부사어로 지시되는 대상, 곧 서술의 객체에 대한 높임을 나타내는 문법 기능이다. 객체 높임법은 주체 높임법처럼 선어말 어미를 쓰지 않고 ‘드리다, 모시다, 뵙다’ 등의 특수 동사로 나타내는데 이 때는 부사격 조사 ‘에게/한테’대신 ‘께’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객체 높임법은 현대 국어에서는 그 쓰임이 매우 한정되어 있다.
이것을 선생님께 드리자.
[3] 상대 높임법
상대 높임법은 말하는 이가 말 듣는 이, 곧 말 상대에 대한 높임을 나타내는 문법 기능인데 주로 종결 어미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슬기야, 책을 조용히 읽어라. 아기가 깨겠다.
박 군, 이리 와서 앉게. 혼자 왔는가?
어서 서둘러 가오. 왜 꾸물거리오?
이 책을 읽으십시오.
위의 문장에서처럼, 듣는 이에 따라 상대를 높이는 정도가 달라서 ‘-어라, -게, -(으)오, (으)십시오’의 네 등급이 있다. 한편 다음과 같이 ‘-어, -어요’의 두 등급만을 써서 격식을 덜 차리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슬기야, 책을 조용히 읽어. 아기가 깨겠어.
박 군, 이리 와서 앉아. 혼자 왔어?
어서 서둘러 가요. 왜 꾸물거려요?
이 책을 읽으셔요.
앞에 든 네 등급의 격식적 높임법은 심리적인 거리감을 나타내는 데 반해, 비격식적 높임법은 친근감을 나타내 준다.
(3) 시간 표현
문장의 서술은 시간 표현의 대상이 된다. 서술 대상의 동작이나 상태가 어느 시점의 것이냐 하는 것을 나타내는 시간 표현은 어느 언어에나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어제 지리산에 다녀왔어요.
학생들이 지금 운동장에서 축구를 한다.
내일은 날씨가 맑겠다.
위의 첫째 문장은 발화시보다 앞선 사건을 서술하고 있으며, 둘째 문장은 발화 당시의 사건이고, 셋째 문장은 발화시 뒤에 일어날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이를 각각 과거, 현재, 미래라고 하는데, 이와 같이 사건의 시간을 표현하는 문법 범주를 시제라 한다.
[1] 현재 시제
사건시와 발화시가 같은 시점임을 나타내는 것이 현재 시제이다. 동작이나 상태가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을 표현하거나, 일어난 것으로 생각하면서 표현하는 경우이다.
학생들은 지금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언니는 시험 기간인 요즈음 매우 바쁘다.
선철이는 현재 우리 학교 육상부 대표 선수이다.
현재 시제는 ‘지금, 요즈음, 현재’ 등과 같은 시간 부사와 함께 쓰이면 발화시와 사건시가 일치함이 더욱 분명해진다. 관형사형의 시제는, 동사의 경우는 ‘-는-’. 형용사나 서술격 조사 ‘이다’의 경우는 각각 ‘-(으)ㄴ’, ‘-ㄴ’으로 나타낸다.
도서관은 지금 책을 읽는 학생들로 붐빈다.
언니가 요즈음 바쁜 것은 시험 때문이다.
현재 우리 학교 육상부 대표 선수인 선철이는 노래도 잘 부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재 시제를 나타내는 형태로 확실성 있는 미래, 보편적인 진리를 나타내기도 한다.
우리는 내일 그 친구와 만난다.
지구는 자전하면서 또한 태양의 주위를 공전한다.
[2] 과거 시제
사건시가 발화시보다 앞선 시간임을 나타내는 것이 과거 시제이다.
나는 어제 그 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
지난겨울 방학에는 아주 즐거웠다.
우리가 지난 식목일에 심은 나무는 무궁화였다.
과거 시제는 ‘어제, 지난’ 등의 부사와 함께 쓰이면 사건이 발화시에 앞선 사실이 더 분명해진다. 과거 시제는 선어말 어미 ‘-었-’으로 표현된다. 관형절에서는 관형사형 어미로 표현되는데, 동사일 때에는 ‘-은’이, 형용사나 ‘이다’일 때에는 ‘-던’이 쓰인다.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은 모두 감탄하였다.
아주 즐거웠던 지난겨울 방학이 그리워졌다.
중학생이던 영철이가 어느새 고등 학생이 되었구나.
과거의 어느 때에 기준을 두고, 그 때의 일이나 경험을 돌이켜 생각하는 것을 회상이라고 하는데, 이는 선어말 어미 ‘-더-’로 실현된다. 다음 문장들은 모두 말하는 이가 주어에 대하여 직접 경험한 것을 회상하여 표현하고 있다.
태욱이는 어제 도서관에서 신문을 읽더라.
어제는 날씨가 몹시 춥더군.
발화시 전에 일어나, 현재와는 더 강하게 단절된 사건은 ‘-었었-’을 쓰는 경우가 있다.
아까 분명히 문을 닫았었는데.
엊그제 나는 박물관에 갔었다.
[3] 미래 시제
발화시 이후에 일어날 사건을 나타내는 것이 미래 시제이다. 미래 시제의 선어말 어미는 ‘-겠-’이다. ‘내일, 다음에’와 같은 말과 함께 나타내면 미래 시제의 특징이 더 분명해진다. 그러나 ‘-겠-’은 단순히 미래 시제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장차 일어날 일을, 추측하거나 말하는 이의 의지를 나타내기도 한다. 부사 ‘아마, 틀림없이’ 등과 함께 쓰이면 추측의 뜻이, ‘꼭, 반드시’ 등과 함께 쓰이면 의지의 뜻이 분명해진다.
내일은 비가 오겠다. (단순한 미래)
중학생도 아마 그 정도의 문제는 풀겠다. (추측)
그 일은 제가 꼭 하겠습니다. (의지)
미래 시제의 관형사형 어미는 ‘-을’이다.
야영 갈 사람들은 미리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미래 시제는 ‘-겠-’ 대신 ‘-으리-’나 ‘-을 것이-’로 나타낼 수도 있다.
그 일은 제가 맡으리라고 예상했어요.
내일은 아마 눈이 올 것이다.
우리는 이번에 그 일을 기필코 하고야 말 것이다.
[4] 동작상
시간표현과 관계 있는 문법 기능 중에는 동작이 진행 중임을 나타내거나, 동작이 완료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 있다. 이러한 모습을 나타내는 문법 기능을 동작상이라 한다.
광수는 지금 학교에 오고 있다. (진행상)
광수는 지금 의자에 앉아 있다. (완료상)
위의 문장들에서 ‘-고 있-’은 진행상, ‘-아 있-’은 완료상을 나타내고 있다.
(4) 사동 표현
다음 첫째 문장에서처럼 주어의 직접 동작을 주동이라 하고 그러한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를 주동사라 한다. 반대로, 둘째 문장에서처럼 주어가 남에게 동작을 시키는 것을 사동이라 하고 그러한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를 사동사라 한다.
철수가 책을 읽었다.
선생님께서 철수에게 책을 읽히셨다.
사동문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법으로 실현된다.
선생님께서 철수에게 책을 읽히셨다.
선생님께서 철수에게 책을 읽게 하셨다.
위의 첫째 문장에서는 동사 ‘읽다’에 접미사 ‘-히-’가 결합되어 사동을 실현하였으며, 둘째 문장에서는 보조적 연결 어미 ‘-게’에 보조 용언 ‘하다’가 이어진 통사적 구성으로 사동을 실현하였다. 이들을 각각 파생적 사동문과 통사적 사동문이라 한다.
파생적 사동문은 동사에 사동 접미사 ‘-이-, -히-, -리-, -기-, -우-, -구-, -추-’ 등을 결합하여 실현한다. 다음 문장은 자동사, 타동사, 형용사의 사동 표현인데, 형용사는 주동사가 될 수 없으나, 문장 구성과 의미상 사동문과 차이가 없을 때는 역시 사동 표현이 실현된 것으로 본다.
따스한 햇살이 얼음을 녹인다. (자동사의 경우)
주인이 당나귀에게 짐을 지웠다. (타동사의 경우)
선생님께서 눈높이를 낮추신다. (형용사의 경우)
통사적 사동문은 보조적 연결 어미 ‘-게’에 보조 용언 ‘하다’가 이어진 통사적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선생님께서 경희를 가게 하셨다.
선생님께서 영수에게 책을 읽게 하셨다.
파생적 사동문과 통사적 사동문은 의미 해석이 서로 다를 수 있다. 다음 문장처럼 파생적 사동문에는 어머니가 직접 딸에게 색동옷을 입혔다는 뜻도 있고, 어머니가 딸에게 스스로 색동옷을 입게 했다는 뜻도 있다.
그러나 통사적 사동문에서는 어머니가 직접 딸에게 색동옷을 입혔다는 뜻은 없다.
어머니께서 딸에게 색동옷을 입히셨다.
어머니께서 딸에게 색동옷을 입게 하셨다.
(5) 피동 표현
다음 첫째 문장에서는 주어인 ‘사냥꾼’이 제 힘으로 행하는 동작을 나타내는 반면, 둘째 문장에서는 주어인 ‘토끼’가 남의 행동을 입어서 되는 동작을 나타낸다. 이러한 특징은 각각 동사 ‘잡다’와 ‘잡히다’에 의한 것이다.
사냥꾼이 토끼를 잡았다.
토끼가 사냥꾼에게 잡히었다.
위의 첫째 문장에서와 같이, 주어가 제 힘으로 행하는 동작을 능동이라 하고, 그러한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를 능동사라 하며, 둘째 문장에서와 같이 주어가 남의 행동을 입어서 되는 동작을 피동이라 하고, 그러한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를 피동사라 한다.
피동문은 주로 파생적 방법으로 실현된다. 동사에 피동 접미사 ‘-이-, -히-, -리-, -기-’등이 결합되어 실현된다. 피동 접미사는 사동 접미사와 형태가 같은 것이 많다.
기적 소리가 들리더니, 멀리서 기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경찰이 추격하던 범인이 드디어 잡혔다.
오랫동안 소식이 끊기었던 친구가 전화를 했다.
한편, 다음과 같이 ‘-어지다’도 피동 표현을 실현한다.
속상했던 마음이 이제 다 풀어졌다.
오늘은 붓글씨가 잘 써진다.
학술 조사단에 의해 역사의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6) 부정 표현
부정문을 만드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부정 부사 ‘아니’나 ‘못’을 서술 용언 앞에 두는 형식이다. 둘째 방법은 용언 어간에 보조적 연결 어미 ‘-지 아니하다’, ‘지 못하다’를 쓰는 방법이다.
명은이는 아직 민석이를 안 만났다.
명은이는 아직 민석이를 못 만났다.
명은이는 아직 민석이를 만나지 않았다.
명은이는 아직 민석이를 만나지 못했다.
‘아니하다’가 쓰인 부정문을 명령문이나 청유문으로 바꿀 때에는, ‘아니하다’ 대신에 다음과 같이 ‘말다’가 쓰인다.
너무 심하게 다투지는 말아라.
산과 바다를 오염시키지 맙시다.
그런데 부정문이 실제로는 부정을 나타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음 문장은 비록 부정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확인의 뜻을 나타낸다.
하경이가 갔지 않니? (확인)
부정문에서는 부정이 미치는 범위에 따라 같은 문장이 두 가지 이상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니하다’가 쓰인 다음 문장은 세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다윤이는 그 책을 읽지 않았다.
<의미> 부정의 대상-‘다윤이’ (그 책을 읽은 것은 다윤이가 아니다.)
부정의 대상-‘그 책’ (다윤이가 읽은 것은 그 책이 아니다.)
부정의 대상-‘읽다’ (다윤이가 그 책에 대해 다른 일은 했는지 모르지만 읽지는 않았다.)
‘지 못하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음 문장 역시 세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나는 희연이를 보지 못했다.
<의미> 부정의 대상 - ‘나’ (희연이를 보지 못한 것은 나다.)
부정의 대상 - ‘희연’ (내가 보지 못한 사람은 희연이다.)
부정의 대상 - ‘보다’ (내가 희연이를 보지만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부정문에 수량을 나타내는 부사 ‘다, 모두, 조금, 많이’ 등이 있으면 부정의 범위에 그 부사의 의미가 포함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서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다음 문장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동네 사람들이 다 오지 않았다.
<의미 1> 동네 사람들 가운데 온 사람은 하나도 없다.
<의미 2> 동네 사람들이 오긴 왔는데, 모두 온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문장에 보조사 ‘는’이 결합하여 ‘동네 사람들이 다 오지는 않았다’가 되면 <의미 2>로만 해석된다.
<남기심: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글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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