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7일 일요일

어느 독서: 공감하는 즐거움

어느 구절을 읽다가 공감하는 대목을 만나면 반갑고 즐겁다. 이미 내 안에 씨앗이 있던 생각을 만나는 즐거움일 것이다. 인간은 그렇게 "서로 되울리는 감정"을 갈망하는 존재일지 모른다. 얼마 전에 읽었던 구절인데, 문체나 소재가 평소에 다루던 것들이 아니다.

그런데 섬유와 의류를 둘러싸고 전 세계의 곳곳이 물려서 돌아가는 산업에 대한 이야기인데, 무언가 우리가 몰랐던 내용을 가지고 메시지를 전한다. 상품 진열장에서 만나는 여러 가지 옷가지가 갖가지 상표로 화장을 하고 소비자 앞에 나타나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면화송이를 따고, 실을 잣고, 그밖에 디자인과 무역규제와 같은 요소들이 구체적인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차근차근 풀려가는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다.

가격이야 몇 십만원이든 몇 만워이든 천차만별이지만 그 옷가지가 시장에 나오는 그 사연 속에 인간의 모습이 드러나는 이야기 같다. 현대 자본주의의 영원한 화두, 바로 시장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 [... ...] The balance is needed everywhere, on every level. "Nature itself is probably the best analogy for looking at how to be inspired creatively, and how to check the rules," Scott says. "Nature has a lot of rules; if you pay attention, there's wisdom there. It's an important example, because a lot of ecosystems are out of balance, or abused, or in danger."

    "Art, fashion, music," Scott believes, "[these have] the emotional connection to so many important things, like science. The failure of scientists to communicate climate change is because they don't have a way to tell the story. People miss the origin of the fiber, how far things travel to get to them." For him, fashion tells these stories, and many others as well. The garment industry and its own vast, imbalanced, imperiled, impervious ecosystem, connected as tiny living parts of a massive industry, the story underneath the skin. A picture, he likes to think, of "what everyone's doing and thinking in the world. ..."

이 책의 분위기만 좀 느껴보려다가 이 구절을 다음과 같이 옮겨봤다. 잘 옮긴 것인지 모르겠지만, 좀 더 효과적인 흐름의 짧은 문장과 수식 관계가 경제적인 어구들로 정제할 수 있다면 좋겠다.

  • [이렇게 곳곳에서 진행되는 일과 세세한 무역 규칙이 톱니바퀴처럼 서로 물려서 돌아간다.] 모든 지역과 모든 차원에서 균형이 맞아야 한다. 스코트의 말이 이어진다. "창의적인 영감이 필요하거나 갖가지 규칙을 따져봐야 할 때, 그 실마리를 찾으려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눈여겨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자연에는 수많은 규칙들이 숨어 있고, 잘 살펴보면 거기에 지혜가 있다. 그렇게 발견하는 지혜는 중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를 둘러싼 생태계에서 균형이 깨져 있거나, 남용되고 있고, 위험에 처한 곳들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스코트는 이렇게 생각한다. "예술과 패션, 음악에는 감정이 개입되는 중요한 측면들이 많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과학자들이 기후변화 문제에서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그 문제를 전달할 이야기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람들 눈에는 섬유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 근원도 보이지 않고, 갖가지 물건이 얼마나 먼 길을 거쳐서 그들 앞에 나타나는지도 보이지 않는다." 다른 분야에도 이런 이야기는 많겠지만, 패션은 그에게 이런 이야기다. 의류 산업이 자리 잡고 있는 광대한 생태계는 물이 지표로 스며들지 못하는 불투수면(不透水面)은 늘고 균형이 무너진 위험한 상태로, 이 산업과 함께 얽혀 있다. 산업과 생태계를 잇는 수많은 작은 고리들이 살아 움직이면서 이 거대한 산업을 지탱하고 있다. 겉에서는 보이지 않는 이 산업의 숨은 이야기들이 그 속에 있다. 스코트는 그 이야기들이 "이 세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을 담아내는 그림이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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