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3일 일요일

발췌:// 혼돈(chaos)의 이론 (김영욱, 1992)

제목: 혼돈(chaos)의 이론

지은이: 고려대학교 수학과 김영욱 교수, 1992

URL: http://elie.korea.ac.kr/~ywkim/kkk/chaos92.pdf


※ 발췌:


... ... 혼돈이 무엇인가를 알려면 혼돈이 일어나지 않는 곳에는 어떤 질서가 있는가를 먼저 알아야 된다. 당대 최고의 수학자 포앙카레(Poincaré)가 기본을 이룩하여 놓은 역학계의 이론은 시간을 따라 변화하는 현상, 특히 움직이는 물체들의 운동을 기술하는 이론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물체의 운동은 미분방정식이라는 것을 써서 나타내게 된다. 아주 간단하게는 뉴튼의 운동방정식 F = ma 같은 것이 그 예이다... ...


이러한 방정식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사실은 어느 순간의 위치나 속도, 가속도 등, 소위 초기조건만 알면 그 이전이나 이후의 모든 움직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며, 또, 이러한 움직임은 여러 가지가 생길 수 없다는 것이다. 즉 고전 물리학의 결정론이 여기서 나온다. 


양자론적인 규모에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면 이는 모두 맞다고 보아도 잘못은 없다. 여기서 당연하면서도 재미있는 또 다른 사실은 초기조건이 조금 바뀌거나 방정식 자체가 조금 바뀌어도 움직임(그 방정식의 풀이)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


((로렌츠 Edward Lorenz의 기후 모형))


이 방법은 훌륭했으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이 실험(simulation)의 과정에서 초기치를 아주 조금만 바꾸어도 상당시간 후에는 전혀 비슷하지도 않은 기후가 전개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즉 안암동에서 나비 한마리가 날개짓을 한번 더해도 몇 달 후에 남아메리카에 폭풍우가 생긴다고 하여, 이 현상을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고 불렀다. 이런 현상을 이전에는 충분히 정확한 계산을 할 수 없어서라고 만 여겼으나, 이제는 아무리 잘 계산한다고 하여도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이런 현상은 다른 데서도 발견되었다. 유한한 환경(예를 들어 무인도)에서 사는 어떤 동물(토끼라고 하자)의 숫자를 예측하는 문제는 고전적 생태학의 가장 중요한 수학적 문제다 .... ... 여기서 상수 0 ≤ r ≤ 4 는 토끼의 번식력에 따르는 증가율이며 토끼의 수는 이 무인도의 최대 수용능력을 1로 하여 0과 1 사이의 수로 나타내기로 한다. 이 때, 첫해의 토끼수가 얼마냐에 따라 쉽

게 몇 년 후까지라도 토끼수의 예측이 가능하다.(간단한 계산기만 있으면 된다.) 예를 들어 r = 2로 잡고, 이렇게 계산하여 보면 어떤 초기조건에서도 결국에는 한 극한값으로 수렴해 들어간다. 이 극한값이 그 환경에서 나타나는 토끼수의 평형값(equilibrium)이다.


그런데 r이 3을 넘어가면서 다른 현상이 일어난다. 토끼의 수가 해를 거듭하여도 수렴하지 않고, 두 가지 값으로 가까이 가며 진동하기 시작한다. 이는 r이 커지면 곧 네 가지 값으로 늘어나며, 다시 8가지, 16가지,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마침내 r이 4가 되면 주기가 없어지고 만다.(그림 1) 이것은 위의 점화식에 x^2 항이 있음으로 해서 생기는 현상으로 비선형(일차식이 아닌)방정식의 특징이다.


((복잡한 끌개와 혼돈))


이러한 현상을 역학계에서 나오는 개념을 써서 설명해보자. 지구를 도는 위성은 속도를 약간 증가시키더라도 그 가진 에너지에 합당한 궤도를 찾아 들어간다.(정확히는 그런 안정된 궤도로 수렴한다.) 이처럼 주어진 에너지에 맞는 안정된 궤도는, 그 만한 에너지를 갖고 그 궤도 밖에 있는 위성들이 그 궤도로 끌려 들어가는 듯이 보이므로, 끌개(attractor)라고 부른다. 위의 토끼수의 경우 r ≥ 3 일 때는 끌개가 각각 두 점, 4 점, 8 점, 16점, 등이라고 보면 된다.

안정된 궤도를 갖는 것은 이 끌개가 간단한 모양인 경우로서, 떨어지는 위성이나 토끼 수 모형에서 r < 3 일 때 같이, 한 가지 값(또는 위치)으로 수렴하거나(그림 2a), 궤도에 진입한 위성같이 주기적인 경우는 모두 이런 경우이다.(그림 2b, c) 그러나 앞의 기후모형은 끌개가 있으나, 비선형인 방정식으로 인하여 그 모양이 상상외로 복잡하여진다.(그림 3) 이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체적으로 두 가지 형태가 나타나서(양쪽 원에 해당함) 한쪽을 따르다가, 또 다른 쪽을 따르고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되풀이하는데,

이 선택의 순서가 초기조건에 따라 전혀 예상 밖이라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에서 여름에 몇 월 며칠에 비가 오는지는 몰라도(그 날짜에 어느 쪽 궤도를 따르는지는 예측할 수 없으나) 태풍이 한 두 차례 지나가는 것(태풍궤도를 꼭 한두 차례 돈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 사실인데 이런 성질이 끌개에 나타나 있다.

 이와 같이 끌개가 복잡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간단한 주기적인 모양이 아닐 때 이를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라고 불렀다. 그림 3의 끌개는 로렌츠의 끌개이다. 

이런 이상한 끌개가 나타나는 경우는 모두 예측 불가능한 가운데에도 어떤 규칙성이 보인다. 근래에 과학은 이런 것을 혼돈으로 이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혼돈은 어디에 나타나는가? 여기에 대한 답은 어느 곳에나 나타난다는 것이다. 위에서 든 예들 밖에도 조금씩 균일하게 떨어져 쌓이는 흙더미에서 생기는 산사태, 조금씩 균일하게 움직이는 두 땅덩어리 사이에서 생기는 지진, 아름다운 음악에서 음높이의 움직임, 규칙적인 심장박동들 가운데서 일어나는 불규칙한 박동의 주기와 강도(심한 것은 심장마비이다)등은 모두 Noise 가운데서 완전히 마구잡이(random)가 아닌, 지금까지 본 바와 같은 규칙성을 가지는 것들이다. 더 복잡하게는 유체의 흐름에서 나오는 소용돌이나, 우주에서 별들이 소용돌이를 이루고 있는 성운 등에서 움직임도 이런 혼돈을 보여준다. 과학자들은 이에서 더 나아가 사람의 정신적인 이상 현상도 이러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


((혼돈과 프랙탈))

그러면 이러한 혼돈은 어떻게 연구하는가? ... ... 그 가운데 알려진 것에는 프랙탈이라는 것이 있다. 그림 3에서 나오는 끌개에서 궤도에 수직인 방향으로 잘라서 단면을 보면 그 단면에서 끌개가 이루는 집합은 특이한 모양을 이룬다. 즉 프랙탈의 일종이다.

 그럼 프랙탈은 무엇인가? 공간 안의 어떤 집합이 프랙탈이라는 것은 차원과 관계되는 문제이다. 일차원, 이차원, 을 이해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독일의 Hausdorff 는 이런 생각을 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