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8일 일요일

행위, 인지, 학습에 대한 대안적인 인식론으로서의 상황학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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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육연구, 2008년 2월.
박 동 섭 (부산대학교 박사후연구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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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본고는 행위, 인지, 학습 등을 정의하는데 있어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의 관점과는 획을 긋는, 상황학습론(Situated Learning)의 본질을 밝히는 것을 연구목적으로 한다. 상황학습론은 1980년대 들어서 주목받고 있고, 이는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에 대한 대안적인 인식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먼저 상황학습론이 비판하는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이 메타이론(meta theory)으로서 채용하고 있는 전제를 되짚어 본다. 그리고 상황학습론의 본질적인 의미에 대한 탐색을 도모한다. 여기서 상황학습론의 본질을 음미하기 위해 전통적인 인지심리학과 대비되는 상황학습론의 인식론적 관점을 파악해보고, 그 관점에 기초해서 상황학습론이 어떻게 행위, 인지, 학습 등을 새롭게 정의하는지를 검토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얻은 지견에 기초해서 어떻게 학교를 특정한 문화적 실천의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상황학습론에 기초해서 국내의 상황학습론의 오해와 왜곡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러한 시도는 상황학습론의 메타이론으로서의 가능성을 탐구한다는 의미에서 상황학습론의 확장과 연결된다.

주제어: 상황학습론, 인지심리학, 학습, 행위, 참가, 문화적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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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문제제기

필자가 대학원 시절 경험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본고를 시작하고자 한다. 필자는 대학원시절 경도정신지체로 진단받은 초등학교 4학년 아이에게 수학 방정식을 가르친 적이 있다. 이 아이는 학교에서 국어와 수학을 잘하지 못했는데, 특히 수학성적이 아주 낮아 수학성적을 올려 주었으면 좋겠다는 아이 부모의 요청으로 과외수업을 하게 되었다. 아이의 부모가 담임교사와 상담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교에서 이 아이의 수학능력을 도와주려는 어떠한 시도도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고 했다. 필자도 몇 주 동안 아이에게 수학방정식 문제를 나름대로 쉬운 방식으로 가르치려고 해 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어느 날 필자는 거의 포기한 심정으로 마지막 시도를 하였다. 그 아이에게 필자가 어렸을 때 즐겨하던 게임을 같이 해보겠느냐고 제안했다. 아이는 기꺼이 동의했고, 게임은 시작되었다. 필자는 이렇게 질문하였다. “숫자를 하나 생각하고 거기에다 2를 더해보렴 이제 몇이 되었니?” 아이는 “6이 되었어요”라고 대답하였다. 그래서 필자는 아이에게 약간은 신비스럽게 “네가 처음에 4를 생각하고 있었구나”하고 말했다. 이 한 마디 말에 아이는 놀라며 이 비밀(?)을 배우고 싶어 하였다. 몇 번 이와 같은 게임을 반복하고 난 뒤에 우리는 역할을 바꾸었고, 아이는 필
자가 새롭게 구성한 방정식 문제를 푸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필자가 며칠 뒤에 전통적인 방식(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에 기초해서)으로 방정식을 설명하고자 하였을 때에는 아이는 여전히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였고, 결국에는 문제를 푸는 것조차 거부했다.

본고에서는 위의 에피소드에 기초해서 다음과 같이 ‘첫 번째 질문’을 던지면서 논의를 전개해가고자 한다. 만약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자들이 위의 에피소드의 분석을 의뢰받았다면 어떠한 관점을 취하고 실제로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역으로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자들의 관점에 반기를 들고 있는, 본고의 탐구대상인 상황학습론 연구자들은 위의 에피소드에 직면하였을 때 어떠한 관점을 취하고, 그러한 관점을 어떻게 자신들의 분석이라는 그릇에 담을 것인가?

전통적으로 인지과학과 발달[/]학습심리학에서 인지는 개인의 머릿속 정보처리 과정이며, ‘학습’과 ‘발달’은 개인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지식구조와 틀 등이 생긴다는 ‘전제(presupposition)’하에 연구를 수행해왔다. 즉, 인지적 프로세스와 그 변화는 주로 개인의 머릿속에서 발생하는 것으로서 간주되어 왔던 것이다. 한편 사회, 문화, 환경과 같은 것은 오로지 개인의 인지시스템에 정보를 입력하거나 혹은 ‘환경요인’으로서 개인의 머릿속 인지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외부적[/]부가적인 변수(예컨대 독립변수)로서 다루어져 왔다. 이와 같이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의 주된 테마는 머릿속 인지 시스템의 구조와 틀을 밝히고 그러한 구조와 틀의 변화의 프로세스와 요인을 밝히는 것이
었다. 이러한 인지심리학의 틀에서 학습도 또한 어디까지나 개인 초심자(beginner)에서 숙달자(expert)에 이르는 순전히 개인만의 변화로 정의되어 왔다. 그리고 여기서도 사회, 문화, 환경은 그러한 개인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고정적이고 외적인 요인(예컨대 독립변수)으로 다루어지게 되고, 따라서 이들 연구의 주된 관심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지식구조 등의 실체로서의 인지시스템만의 변화인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상황학습론 혹은 상황인지론(Greeno, 1993; Lave & Wegner, 1991; Park & Moro, 2006, 2007)은 위와 같이 본래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추어 학습 및 인지를 논의하는 종래의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자의 관점과는 다른 입장을 취한다. 이 관점에서는 인지과정이라고 하는 것은 개인의 머릿속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주체)과 그 주위의 도구와 기호, 언어, 심볼 나아가서는 타인등과의 상호작용의 시스템 전체 속에 있다고 보는 전체론적(Holistic) 혹은 시스템적인 입장을 취한다. 즉, 상황인지라고 하는 것은 개인의 머릿속에 닫혀있거나 미리 정해져 있는 인지과정이 아니라 ‘개인의 피부를 넘어선(Beyond skin)’ 늘 개인 주위의 매체와 자원(resource)과 상호 교섭하는(혹은 대화하는) 과정에서 생성되고(Emergent) 발전되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지지하는 연구자들은 어떠한 활동도, 예컨대 학습 혹은 인지도(그것이 설령 학교 수학시간에 일어나는 고도로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활동도 포함) 그 활동이 발생하는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상황 구속적(Situated)’이라는 명제를 중요한 이론구성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상황학습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개인과 그 주위의 타인과 도구, 맥락, 환경과 같은 것은 하나가 다른 하나에 영향을 미치는 '일방향적인(unidirectional)' 관계라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 내는 상호구성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맥락 혹은 상황이라고 하는 실체는 행위자의 활동의 외부에 존재하는 고정적이고 외적인 변인 즉, 독립변수가 아니라 그 활동에 없어서는 안 되는 전체 시스템의 일부라고 정의해야 한다. 또는 미리 존재하고 주어지는 것이 아닌 행위자들의 활동에 의해서 구성되는 것으로 혹은 ‘움직이는 것으로 상황(doing context)’을 정의한다.

이러한 논의에 기초해서 다음과 같은 ‘두 번째 물음’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국내의 상황학습론 연구자들은 위의 에피소드를 위의 두 가지 관점 즉,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적인 관점 그리고 상황학습론적인 관점 중 어느 관점에 기초해서 분석할 것인가? 본고는 이러한 두 가지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탐구과정을 주 연구 목적으로 하고자 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본고는 먼저 전통적인 주류 인지심리학의 여러 전제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그리고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학습론의 본질에 관해 반추해 볼 것이다. 이에 기초해서 상황학습론에서는 행위, 인지 그리고 학습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논의한다. 여기서 얻은 여러 지견에 기초해서 학교를 어떠한 문화적 실천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상황학습론에 대한 국내의 오해와 왜곡을 상황학습론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접근해 본다. 이러한 시도는 상황학습론의 메타이론으로서의 가능성을 탐구한다는 의미에서 상황학습론의 확장과 연결된다.


Ⅱ. 주류인지심리학의 전제

아이즈너(Einser, 1997)는 ‘우리의 눈은 뇌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전통의 일부이기도 하다’라고 역설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볼 때 생물학적으로 정해진 눈을 통하므로 지각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사회․문화․역사적으로 생성되고 발전해 온 기능, 관점, 초점, 언어, 틀(framework) 등이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안내하고 또 제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논리를 연구자의 어떤 특정한, 예컨대 어떤 현상에 대한 지각 혹은 특정한 텍스트의 해석에도 그대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연구자가 어떤 현상을 관찰하고 기술하거나 어떤 특정한 텍스트를 읽을 때 거기에는 반드시 연구자의 인간관, 세계관과 같은 ‘전제(presupposition)’ 혹은 ‘메타이론(meta theory)’이 작동하기 마련이다. 은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연구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특정한 인간관, 세계관 그리고 가치관, 즉 전제라는 프리즘을 통해서만 현상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또 더불어 텍스트를 해석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연구자는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인 상태에서 자기 눈앞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고 기술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의 전제와는 상충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뭔가를 지각할 때 프리즘으로 사용하
게 되는 전제 혹은 메타이론과 같은 것의 중요성에 대해 장상호(2000)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세계는 그 자체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상호 의존적이다. 인간이 경험하는 세계는 우리 내부와 외부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형성된다. 이 때문에 우리와 독립된 객관적 세계를 직접 접촉할 수 있다는 인식론적 가정은 엄청난 환상으로 보인다. 적어도 인식의 영역에 관한 한 우리 자신과 독립된 세계란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세계가 비록 모든 경험에 앞서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세계에 직접 접근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지식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세계의 속성, 구조 혹은 사건으로 보는 것은 환상이다”(장상호, 2000: 85-86)

이러한 관점에 따르자면 사람들은 흔히 마음을 비우고 ‘있는 그대로’보자고 말하지만, 우리가 세상을 볼 때에 관점이나 틀을 가지고 보지 않는다면 오히려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된다(박승배, 2006). 하지만 그 관점이나 틀 그리고 전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좀처럼 잘 가시화되지 않고 따라서 연구자가 의도적으로 그걸 자각하려고 하는 노력이 없는 한 자신의 전제에 대한 반성은커녕 그 전제에 대한 물음 자체가 불가능해 지는 것이다.

본고의 탐구대상인 상황학습론은 전통적인 인지심리학 전통 내에 유통하고 있는 전제들과 상충한다고 볼 수 있다(Park, 2007). 예컨대 상황학습론은 첫째, 심리학에서 과학적인 연구의 유일한 방법으로서 실험실에서 얻어진 결과를 갖고 특정한 현상을 설명하려고 하는 실험주의(experimentalism)와 상충한다. 둘째, 상황학습론은 추상적 이고 탈맥락화된 그리고 통계적인 언어로 다양한 심리적 현상을 기술하는 인지심리학과 상충한다. 셋째, 그 심리적 현상들이 마치 그것이 발생하는 사회적 그리고 실천적 맥락으로부터 독립되거나 분리되어서 발생하는 것처럼 기술하는 지배적인 연구패러다임인 심리주의와 상충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의 전제 등을 좀 더 부각시키기 위해 콜과 스크리브너(Cole & Scribner, 1974)와 슈에더(Shweder,1990)의 논의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콜과 스크리브너가 들고 있는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의 전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특정한 테스트와 실험장면을 통해서 특정한 인지능력과 인지적 프로세스를 진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아주 강하다. 
둘째, 심리적 프로세스를 특정한 ‘실체’로 보고 어떤 사람이 그 과제장면으로부터 독립해서 갖고 있는가, 갖고 있지 않은가와 같은 일종의 특성으로서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심리적 프로세스는 서로 독립적으로 작용한다고 여긴다. 
셋째, 앞의 첫째와, 둘째와 아주 밀접한 관련을 갖는 문제로서 어떤 특정한 테스트의 성적이 낮으면 그것이 그 테스트로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프로세스의 결함 내지는 결여를 반영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넷째, 어떤 특정한 문화집단이 소유 혹은 사용하고 있는 인지적 프로세스에 관하여 추론하는 경우, 다른 학문영역(특히 문화인류학과 언어학)에서 얻은 지견을 참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섯째, 연구대상으로 삼는 문화집단 내지 문화적 여러 제도의 복잡함이 단순화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문화심리학자인 슈에더(Shweder, 1990)가 지적하고 있는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의 전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은 맥락과 내용과는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중앙정보처리 메커니즘 혹은 정신 조작/구조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과학적 심리학의 목표 중의 하나는 이러한 맥락으로부터 자유로운(context free) 그리고 내용으로부터 자유로운 (content free) 정신적인 조작을 기술하는 것이다. 여기서 맥락은 변수의 일종으로 나중에 추가되는 어떤 것이다.
둘째, 개인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으로 가정되는 이러한 정신적인 조작을 연구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중립적인(맥락으로부터 자유로운) 실험실 상황에 피험자를 두고, 다양한 과제 혹은 질문지를 그들에게 제공하며 피험자들의 대답을 기록한다. 이러한 피험자들의 대답은 내적인 프로세스 그리고 정신조작이 있다는 증거로서 해석된다. 맥락으로부터 자유로운 실험은 따라서 개인의 중앙정보처리 메커니즘 혹은 내적인 정신 프로세스의 움직임을 엿볼 수 있는 창문의 역할을 한다.
셋째,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은 실험을 통해 인간의 정신기능과 예컨대 문제해결능력의 맥락으로부터 자유로운 혹은 추상적인 맥락을 강조하는 추상적인 언어 혹은 정보처리 언어로 여러 현상들을 기술하는 것을 선호한다.
넷째, 이러한 정신적인 프로세스와 구조는 상황, 문화적 내용 그리고 배경과는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존재하고 나타나는 것으로 가정된다. 그러한 전형적인 준거(서구사회에서 묘사되는 것으로)로부터의 일탈은 일종의 결여와 같은 것으로 혹은 정신적인 발달의 미성숙과 같은 것으로 다루어진다.

사회적 영향 접근(Social influence approach(Rogoff & Chavajay, 1995)으로 바꾸어 표현할 수 있는 이러한 인식론적 그리고 방법론적 개인주의에서의 가정은 개인의 학습을 평가하기 위해서 개인은 다른 어떠한 영향으로부터 분리되어야 하고 표준적인 절차에 따라서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가정되는 능력을 평가 받게 된다(Park, 2007). 이러한 방법론적인 조작(manipulations)은 아동의 특정한 기술 혹은 개념의 소유 여부를 평가하는데 방해가 되는 여러 상황적인 인공물(situational artifacts-예컨대 실험자와 아동 사이에서 발생하는 특정한 의사소통패턴, 아동에게 실험실이라는 제도적인 상황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 마찬가지로 연구자가 그 실험실에 관해 갖는 상징적인 의미 등)을 배제하는 장치로서의 역할을 한다. 전통적 인지심리학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실험과 테스트는 개인의 인지능력과 지식의 유무를 측정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라고 믿어왔다. 이것은 학교교육에 관련된 개인의 능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테스트를 통해 유아, 아동, 학생의 지적능력, 오개념, 인지구조 등을 측정할 수 있다는 전제에 기초해서 다양한 진단 테스트가 고안되고 실시되어 왔다.

그러나 전통적인 주류 인지심리학은 다음의 물음들을 비껴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행위(action), 인지(cognition) 그리고 마음(mind)은 과연 객관성과 엄밀성을 표방하는 자연과학적인 방법으로 제대로 탐구할 수 있는 것인가? 혹은 실험실 속에서 얻은 지견은 어디까지 인간의 저잣거리의 생생한 행위, 인지, 학습 등을 그려낼 수 있을까? 그리고 인간의 마음과 정신활동만을 따로 떼어 내어서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문화적인 측면들을 무시하고 마치 인간의 행위가 진공상태 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다루는 것이 가능한가? 또한 마음을 보다 작은 단위로 분해해서
요소적으로 다루는 연구스타일은 과연 동물과는 구별되는 인간에게만 고유한 마음 그리고 행위의 본질적인 특징을 제대로 그려내 줄 수 있는가? 이러한 물음들에 대해서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주류인지심리학은 인지 혹은 마음을 개인이 생활하고 있는 바로 그 사회․역사․제도적 장면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인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실체’로서 보고 그 실체의 메커니즘과 변화 그리고 변화의 요인만을 밝히는 것을 연구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Park & Moro, 2006). 이 접근에서는 상황은 어디까지나 머릿속의 실체에 영향을 주는 외적 요인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상황을 구성하는 도구는 그러한 실체가 기능할 때의 보조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긴다. 즉, 주류 인지심리학은 인간의 풍부하고 역동적인 인지, 학습, 행위를 좁고 작은 블랙박스인 ‘개인의 머릿속’에 가두어 버린 셈이다. 또한 주류인지심리학은 개인을 분석단위로 삼으면서도 개인은 외부변인에 의해 조작 가능한 수동적인 존재로 가정하는 인식론적․방법론적 행동주의에 빠져있다고 평가가능하다.

이러한 주류인지심리학적 관점과는 대조적으로 본고의 탐구대상인 상황학습론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비고츠키(Vygotsky, 1987)는 개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이라는 유기체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인간적인 활동은 인간자신보다 ‘큰 체계’를 끌어오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Vygotsky, 1987: 207) 주장하는 비고츠키의 관점에서, 그의 인간 마음의 사회적․역사적․제도적 발생과 마음과 그러한 차원과의 불가분의 관련성을 강조하는 점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그의 이러한 관점은 “마음의 근원은 아동의 인격 내부에서가 아니라 바깥에서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혹은 인간의 고차정신기능의 원천은 인간의 혼의 심부라든지 신경조직의 숨겨진 특성 속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라는 유기체의 바깥에, 개인의 탄생 이전부터 있어왔고, 지금도 눈앞에서 펼쳐지는 사회역사 속에서 찾아야 한다”(Vygotsky, 1987: 210)라는 주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즉, 비고츠키는 주류인지심리학이 취하는 개인을 분석 단위로 사용하는 것이 역으로 가장 인간다운 기능을 파악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보다 큰 살아 있는 단위를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는 요소로 분해해서 전체의 고유한 성질
을 잃어버리는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비고츠키의 관점을 현대에서 이어받고 전통적 인지심리학이 전제로 삼고 있는 여러 측면들과 상충된 전제들에 기초하여 실험, 연구, 문제해결능력 등을 정의하는 상황학습론은 다음과 같은 대비되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상황학습론은 실험은 결코 맥락으로부터 자유로운 혹은 중립적인 상황이 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서 있다. 즉, 실험은 어디까지나 사회적인 의사소통 상황이고, 그 상황에서 실험자와 피험자는 대화를 한다. 따라서 실험실 상황과 일상적인 상황은 명백히 다른 의사소통의 규칙, 전제 규범 등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무시하고 실험실 상황에서 이루어진 결과를 그대로 일상적인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사람이 바뀌고 상황이 바뀌면 즉, 그 배치와 관계가 바뀌면 실험에 대한 대답 혹은 결과도 당연히 바뀌기 마련이다. 이는 개인의 내적인 정신과정을 그 정신과정이 일어나는 맥락과는 독립적으로 고정된 실체로서 기술할 수 있다는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의 전제와는 대치되는 관점이다(Donaldson, 1978; Hundeide, 1993; Perret-Clermont et al. 1991; Cole, 1996). 또한 상황학습론은 개인을 분석단위로 삼으면서도 개인의 능동성을 무시한 주류 인지심리학과는 달리 상황을 만들어 내고 구성하고 상황을 변
경하는 주체의 ‘능동성(agency)’을 강조한다(Park & Moro, 2006, 2007). 그리고 상황학습론은 개인과 타자, 인공물 상황 등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관계로서의 행위, 인지 그리고 학습에 대한 시점의 변화를 우리에게 요구한다.

Ⅲ. 상황학습론의 본질적인 의미

1. 대안적인 인식론으로서 상황학습론

현대의 인지심리학은 크게 나누어서 두 가지 서로 대립되는 관점이 존재한다. 하나의 관점은 앞에서 지적한 잘 알려져 있는 전통적이고 지금도 주류가 되고 있는 인지심리학을 가리킨다. 이 관점에서는 개인의 ‘머릿속’ 인지 메커니즘과 지식표상의 양태를 밝히는 것이 연구의 주된 목적이 된다.

이에 반하는 것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이른바 ‘상황학습론(Situated learning)’이라고 하는 관점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이 관점에 의하면 그 용어에서 잘 알 수 있듯이 인지와 언어 그리고 학습을 연구할 때 ‘상황’혹은 ‘맥락’과 같은 것이 키워드가 된다. 이 입장에 따른다면 모든 인지는 상황적이고 언어의 의미도 늘 상황적이다. 즉, 상황 속에서 어떻게 인지와 의미가 상호 조직화되는가하는 것이 초점의 대상이 된다. 전자의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은 의식하든 하지 않던 데카르트주의적인 이원론, 예컨대 상황구속적인 행위와 상황독립적인 행위를 상정해서 인간의 행위를 설명하려 하고 있다(Suchman, 1987). 이에 반해 후자의 '상황학습론'의 관점은 어디까지나 상호적 행위주의, 혹은 상호기능주의, 상황주의이다(Bakhurst, 1986; Kawatoko, 2000; Park & Moro, 2006).

그러나 ‘Situated’라는 개념은 종종 ‘상황의존적’ 혹은 ‘상황구속적’이라고 번역되어서 또한 오해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인지와 언어는 상황의존적인 측면과 상황독립적인 측면이 있다는 이분법이 그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상황 행위, 인지, 학습에 대한 대안적인 인식론으로서의 상황학습론은 학습의 상황의존적인 측면만을 연구하고 상황에 의존하지 않는 혹은 상황을 초월한 일반적인 학습, 추상적인 사고는 대상외의 것으로 다룬다는 오해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분법은 어디까지나 인지심리학의 틀에서 가능한 설명이다. 상황학습론에 의하면 원래 그러한 이분법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모든 인지, 학습 혹은 언어의 의미는 상황적인 것이다.

상황학습론을 비고츠키(Vygotsky)의 아이디어와 관련해서 말하자면 “마음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보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Vygotsky, 1978)” 그의 사상, 즉 “고차심리기능의 원천은 개인의 혼의 심부라든지 신경조직에 숨어 있는 특성 속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개인이라는 유기체의 바깥에 개인 이전부터 존재해 온 사회역사 속에서 찾아야 한다”라는 견해를 발전시킨 것이다. 즉, 상황학습론은 개인을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개인의 마음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탈중심화 원리(de-centered principle)를 이론의 근간으로 삼는다.

2. 주체와 사회적 세계의 관계에 관한 3가지 관점

레이브(Lave, 1991)는 ‘주체와 사회적 세계’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여러 연구패러다임간의 견해 차이를 정리하면서 주체와 사회적 세계와의 관계에 관한 상황학습론의 본질을 표명하고 있다. 주체와 사회적 세계의 관계에 대한 첫 번째 입장은 ‘인지 더하기 사회 관점(cognition plus view)’이다. 이 입장에서는 사회적 세계는 주체의 내적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외적요인으로서의 의미만 가지게 된다. 예컨대 사회적 세계가 주체에 영향을 준다는 것의 의미를, 활동을 발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발생원인 주체의 내적과정이 외적인 상황의 영향 하에 있다는 입장이다. 전통적인 인지심
리학이 다름 아닌 이 ‘인지 더하기 사회적 관점’을 인식론적 배경으로 취하고 있다.  또한 여기서 말하는 ‘활동’이라고 하는 것은 주체의 여러 행위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입장에서는 주체의 내적과정과 사회적 세계에 명확한 경계선을 긋고, 전자를 후자로부터 분리해서 그것 자체만을 기술하고 분석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 입장에 있어서 “인지는 그것이 설령 사회적 과정의 결과로서 다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 자체는 사회적인 용어에 의한 재개념화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Lave, 1991: 15)라고 말할 수 있다.

주체와 사회적 세계와의 관계에 대한 두 번째 견해는 레이브가 ‘해석적인 관점(interpretive view)'이라고 개념 정의하는 것이다. 레이브는 로메트베이트(Rommetveit , 1987)의 관점을 들어서 그 관점에 기초하여 이 입장을 정의하고 있다. 해석적인 관점에서는 먼저 첫 번째 행위주체로부터 독립한 세계의 존재는 인정하지 않는다. 세계는 주체와 주체간의 교섭에 의해서 의미 지워지는 것을 통해서 비로소 존재한다. 이 입장에서 볼 때, 세계의 의미로서의 ’상황‘은 주체간의 사회적 교섭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바뀌고, 동시에 상황은 주체간의 사회적 교섭의 불가결한 맥락으로서 기능한다고 본다. 여기서 활동이라고 하는 것은 ‘인지 더하기 사회관점'에서 가정하고 있는 것 같은 개인 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상정되는 여러 행위가 아니라 다른 관점, 감정, 관심을 가진 주체간의 교섭과정으로서의 ’활동‘과 생성된 의미로서의 ’상황‘이 서로가 서로를 불가결한 전제로서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첫 번째 관점과 비교해 훨씬 역동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레이브는 이 두 가지 관점 모두 주체와 사회적세계의 관계를 그리는 시점으로서는 불충분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레이브는 이러한 두 가지 관점의 공통의 문제점으로서 ‘사회적 세계를 연구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이러한 접근방식에서는 ‘주체가 세계의 활동과의 관계에 있어 본질적으로 구성된다라는 가능성이 배제된다’라고 지적하고 세 번째 입장인 ‘상황구속적인 사회적 실천(situated social practice)’이라는 관점을 주장한다. 레이브에 의하면 사회적 실천에 있어 ‘situatedness’라는 발상은 사회적 세계에 있어 혹은 그것과 함께 있는 인지와 의사소통이 현재진행중인 활동의 역사적 발전에 자리매김 된다고 한다. 또는 묻혀 있다는(situated or embedded)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의 2가지 시점의 어느 쪽과도 다른 관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문장의 뒷부분에서 ‘이 세 번째 입장은 주체가 거기에 살고 있는 세계(lived-in world)에서 사회적 실천 속에서 학습을 자리매김하는-situate’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 두 가지 문장으로 판단하건대 레이브가 ‘활동’과 ‘사회적 실천’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사회적 세계’에 관해서 논의를 해보면, 레이브가 상술한 ‘해석적인 관점’과 ‘상황구속적인 사회적 실천’의 공통점의 하나로 ‘의미가 본래 사회적 교섭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성질을 갖고 있다’를 인정하는 점을 들고 있다. 또한 ‘사회문화적으로 구조화된 세계는 그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고도 진술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로부터 판단컨대 주체들의 사회적 교섭에 의해서 의미 지워지고, 구조적인 것으로서 주체들 자신에 의해 판단되는 ‘세계’를 여기서 레이브는 ‘사회적 세계’라고 개념 정의하였다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상황구속적인 사회적 실천’ 관점에서 주체와 사회적 세계와의 관계를 한 번 더 조망해 보면 먼저 레이브는 ‘해석적인 관점’과 똑같이 ‘활동’과 ‘상황-사회적 세계’의 상호구성적인 관계를 인정한다. 단지 여기서 말하는 ‘활동’이라고 하는 것은 두 사람의 인간에 의한 대화적인 상호작용에 한정되지 않고, 구조화된 공동적 행위전체를 가리킨다. 따라서 여기서의 상호구성적인 관계라고 하는 것은 ‘활동’의 구성원으로서의 공동적 행위에 종사(이것은 분담해서 지적, 신체적 작업을 단순히 수행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구성원과의 다양한 교섭, 조정과정을 포함한다)하는 것을 통해서 경험되고 해석된 ‘활동’으로서의 ‘상황’이 주체에 있어서 성립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학습론은 일터(workplace), 가정, 학교 등 다양한 사회적 실천의 현장에 있어서 사람들의 유능함(competence)과 그러한 유능함을 뒷받침하는 도구와 타자의 중요성이 주목을 받게 된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장 인지(outdoor cognition)’ 혹은 ‘생활 인지(everyday cognition)’에 관한 경험적 연구 그리고 거기서 파생한 이론적 지견은 상황학습론의 이론을 구성하고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지적인 행위를 그 인간이 갖고 있는 지식에 의해서 설명한다. 따라서 ‘현장인지 혹은 일상인지’에 있어서 도구와 타자의 지원도 그러한 것들을 이용하기 위해서 행위주체가 사용하는 지식의 성질이라는 면으로부터 검토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것에서 벌써 행위주체와 사회적 세계의 분리 즉. 이분법적인 관점을 엿볼 수 있다.

한편 상황학습론에서는 이러한 이분법을 넘어서서 ‘현장인지’를 주체와 다양한 도구, 사물, 타자, 상황과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전체적인 시스템으로서 이해하려고 한다. 인간의 행위를 자동차의 스피드에 비유하면, 개인의 내부구조에만 초점을 맞추는 인지심리학적인 접근방식이 자동차의 엔진의 성능과 구조를 철저하게 해명하려고 하는데 반해서 상황학습론은 실제로 자동차가 달리는 상태를 상세하게 관찰하여 엔진, 차체, 운전자, 노면, 공기 등이 어떻게 관련되어져 스피드를 달성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시점에 의한 ‘현장 혹은 일상 인지’의 연구가 본격적으
로 전개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에 들어와서 인데, 그 배경에는 대표적인 러시아의 심리학자인 비고츠키(Vygotsky, 1978, 1987)의 아이디어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비고츠키의 아이디어에 기초한 콜과 스크리브너 (Cole & Scribner1974)의 비교문화적 인지연구, 문화인류학과 사회학에 있어서 인지연구(예를 들면 Lave, 1988, 1990, 1991; Lave & Wegener, 1991), 그리고 대표적인 비고츠키학파인 콜(Cole, 1996)등에 의한 비교문화적 인지연구, 문화인류학과 사회학에 있어서 인지연구(예를 들면 Lave, 1988), 깁슨(Gibson, 1979)의 생태학적 지각이론 등 다양한 분야의 상호교류가 있었다. 이 접근은 인지심리학의 연구 스타일의 하나라기 보다는 주체와 상황의 불가분의 그리고 협동적 관계로부터 ‘현장인지’를 이해하려는 시점으로 연결된 하나의 학제적 연구 활동으로 전개되고 있다.

3. 문화적 실천으로서 학습

보통 개인의 학습대상이 되는 것은 지식과 기능 혹은 기술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이고 상식적인 관점과는 달리, 상황학습론에서는 그러한 지식과 기능이 반드시 상황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situated or embedded)을 강조한다. 그리고 지식은 사용 하는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갖게 되고, 지식을 얻는다고 하는 것은 그것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상황에 들어맞는 지식을 학습한다고 하는 것은 실천에 참가(participate)하는 것이 된다. 이러한 논점을 전개한 것이 레이브와 웽거(Lave & Wegner, 1991)의 상황학습론의 관점이다.

레이브와 웽거(Lave & Wegner, 1991)에 의하면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은 학습을 그것이 학습자 스스로 발견한 것이든, 타인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이든, 타인과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얻은 것이든 ‘학습자가 지식을 내면화하는 과정’이라고 다루어왔다. 한편, 상황학습론에서는 학습을 ‘전인격적(whole person)’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본다. 혹은 학습이라고 하는 것은 ‘실천공동체(community of practice)’에의 참가형태의 변형이라고 본다(Lave & Wenger, 1991). 레이브와 웽거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학습을 내면화로서 보는 것과 대조적으로 학습을 실천공동체에의 참가 상태의 변화로 보는 것은 다름 아닌 세계 안에서 행위하고 있는 ‘전인격(whole person)’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학습을 참가로서 정의하는 것은 그것이 진화하고 계속해서 바뀌어가는 ‘관계의 집합(set of relations)’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사회적 실천 이론에서의 전형적인 관점이다. 이러한 상황학습론은 사람, 행위, 그리고 세계를 관계론적으로 보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Lave & Wenger, 1991: 49-50).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어떤 과제를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것과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는 것은 기능과 지식을 개인이 내면화하는 문제를 넘어선다. 그것은 레이브와 웽거가 다음에서 진술하고 있는 것 같이, 보다 큰 관계의 시스템 위에 놓아두고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큰 관계의 시스템 위에서의 정체성(identity)의 형성과 관계 짓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완전한 참가자(full-participant)’가 되는 것, 구성원이 되는 것, ‘한 사람 몫을 해낼 수 있는 사람(a kind of person)’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새로운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라든지 새로운 작업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라든지, 새로운 이해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고 하는 것은 학습이라고 하는 활동의 정말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우연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활동, 작업, 기능 그리고 이해는 독립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중략.... 인간은 이러한 관계에 의해서 정의되는 것과 동시에 이러한 관계를 정의한다. 따라서 관계가 변하면 학습의 모습 또한 변하게 된다. 학습의 이러한 측면을 무시하면 학습이 정체성 형성을 포함한다는 것을 간과하게 된다”(Lave & Wenger, 1991: 53).

레이브와 웽거는 다음과 같이 똑같은 관점을 보다 간단하고 구체적으로 바꾸어 말하고 있다.
“공동체와 학습자에게 있어서 참가의 가치가 갖는 가장 깊은 의미는 공동체의 일부가 되는 것에 있다. 따라서 모자를 꽤 잘 만들어 내게 되었다고 하는 것은 양복점에서의 도제가 ‘한 사람 몫을 해내는 사람’(independent person)’이 되었다는 증거이다”(Lave & Wenger, 1991: 111).

4. 상황학습론에서 새롭게 정의하는 행위, 인지, 학습

이와 같이 상황학습론에 의하면 ‘무엇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단순히 어떤 기능과 지식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실천의 공동체에 완전한 참가자가 된다는 것이고, 그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고 ‘한 사람 몫을 해내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Lave & Wenger, 1991: 53). 즉, 실천의 공동체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하는 것’은 실천 공동체에서 어떤 포지션을 갖게 되는 것과 분리될 수 없다. 그러나 레이브와 웽거(1991)는 이러한 행위, 인지, 학습 등에 대한 대안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 게다가 난해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해서는 파악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1). 이해를 돕기 위
해 교실 상황을 예로 들어 보기로 하자. 교실이라고 하는 실천 공동체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하는 것은 예컨대, 산수문제를 푼다고 하는 활동이 있으면 그것은 산수문제를 수식과 공식에 맞게 풀어내는 것 이상인 것이다. 이는 그 산수문제의 의미를 파악하고 ‘누구로서(학생으로서) 산수문제를 푸는 것’과 관련된다. 즉, 산수문제라고 하는 활동에 참가함으로써 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무엇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하는 것은 참가 형태의 변화(예컨대 초등학교 1학년의 교실의 학생으로서 산수문제를 푸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1학년 학생으로서 같은 산수문제를 푸는 것이 가능하게 되는 것)와 어떤 포지션을 획득하게 되는, 즉 ,전인격적 문제(whole person issue)이다. 이 같은 예로 아리모토(Arimoto, 1991)는 아동이 교실 공동체의 참가자가 되어간다고 하는 것이 아동의 산수관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밝혔다. 그는 현실성이 없는 산수문제(예컨대 “6kg의 6학년 학생이 10명 있으면 전부 몇 kg일까요?”)를 출제했을 때 아이들은 사칙연산을 적용해서 아무 저항감 없이 풀어 버린 것을 예로 들고 있다. 이러한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교실이라는 실천 공동체의 참가자가 된다고 하는 것은 ‘누구로서 문제를 풀어내느냐’와 관련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레이브와 웽거의 말을 빌려서 표현하자면 아이들은 특정한 방식으로 산수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서서히 교실이라는 실천공동체의 완전한 참가자가 되어 가는 것이다.

이러한 레이브와 웽거의 상황학습론은 교육․학습에 관한 근본적인 시점의 이동을 우리에게 시사한다. 우리는 상식적으로는 교육․학습이라고 하는 것은 어떠한 지식 혹은 기능을 전달하고 획득한다고 보통 이해하고 있다. 즉, 은유적으로 말을 바꾸면 마치 우편으로 물건을 배달하는 것 같이 지식을 전달하고 그리고 도착한 지식을 자신의 머릿속에서 저장, 범주화하는 활동을 통해서 축적해 간다는 식으로 교육․학습을 정의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교육과 학습에 대한 이러한 방식을 취한다면 궁극적으로는 교육․학습이라고 하는 것은 학습자 개인의 머릿속에 정보를 집어넣는 것으로 환원되게 될 것이다. 현대의 학교교육은 그러한 교육․학습관을 기초로 해서 성립된 제도적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보편적인 지식이라는 것이 미리 존재하고 그것을 이미 소유하고 있는 교사가 소유하고 있지 않은 학생들을 향해서 전달하고 학생들이 그것을 머릿속에 축적하는 형태로 학교교육은 성립하는 것이다. 이러한 학교교육은 주입식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상황학습론은 전통적인 학교교육 그 자체를 부정하고 대안적인 학교교육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 학교를 학교 이외의 여러 사회적 활동의 장면과 똑같은 하나의 ‘실천공동체(community of practice)’로서 새롭게 정의하자는 점이다. 이는 교사와 학생들로 이루어지는 학교라는 장, 칠판과 책상이라는 도구로부터 이루어지는 교실이라는 공간, 교사와 학생 간에 이루어지는 특수한 의사소통 패턴(예컨대 I-R-E패턴, Mehan, 1979)2) 그리고 여러 지식이 담겨 있는 교과서와 학생들의 학습 도달정도를 측정하는 테스트라는 문화적인 인공물, 등등을 어떤 특정한 공동체의 특정한 활동 유형으로서 정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학습이라는 경험 그 자체를 개인내의 축적모델로부터 해방시키고자는 것
이다. 

학습에 있어서도 개체내부에서의 변화는 있지만 그것이 변화로서 해석되고, 기술되는 것은 이러한 문화와의 상호작용 혹은 은유적으로 말을 바꾸면 대화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즉, 상황학습론에서는 사람들은 어떠한 상황에 놓이든지 그 상황이 학교상황이든 혹은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기 위한 상황이든 관계없이 다양한 도구와 자원(실천을 조직화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도구와 그 밖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거나, 준비, 배치하거나 하면서 상황을 계속 만들어가고 인지적 행위를 조직화하는 것으로서 인지와 학습을 정의하는 것이다. 혹은 이 입장에 따른다면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과 인지적 행위를 조직화하는 것은 하나가 다른 하나의 요인이 된다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상호적인 형성 혹은 반영(inter-reflexive)으로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레이브(Lave, 1988)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산수와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산수라는 인지활동이 각각의 상황과 분리되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두 활동의 ‘비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레이브가 자주 인용하는 다이어트 강습에서의 산수는 상황학습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2/3컵의 치즈의 3/4를 요리에 사용하는 장면으로 어떤 참가자가 다음과 같은 전략을 사용한다. 그 참가자는 먼저 2/3컵의 치즈를 재고, 그것을 도마 위에 펼쳐서 칼로 십자를 그어서 4개로 나눈다. 그리고 그 중 한 개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사용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것은 만약 학교의 산수라는 수업시간에서의 문제해결활동이라고 가정해 보면 “2/3컵의 치즈의 3/4는 얼마일까요?”라는 언어형식의 문제가 학생들에게 제시되고, 학생들은 실제의 치즈를 물리적으로 변형하거나 칼을 사용하거나 하지 않고 종이와 필기용구를 사용해서 그리고 곱셈이라는 산수의 수식을 사용해서(예컨대 2/3 x3/4=6/12)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상생활이든 학교의 산수시간이든 어느 쪽도 산수라는 활동은 그 상황에 기초해서 일어나는 상황구속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의 산수의 교수와 학습이 그리고 평가가 이루어지는 제도적인 공간에서는 문제를 출제하는 교사 그리고 그 문제를 푸는 학생, 연필과 종이, 그리고 수식이라는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지금 이 상황이 산수라는 제도화된 교육의 하나의 형태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표시(display)되는 것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다이어트 강습에서는 요리라고 하는 행위 속에서 이러한 문제가 생기고, 물론 수식도 사용할 수 있지만 그러한 수식에 구애 받지 않고 칼과 같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한다. 일상생활 장면에서 우리가 문제에 직면하였을 경우에는 통상 목적에 맞추어서 유연하게 문제 그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거나 그 장면에 있는 여러 자원들을 활용하거나 해서 임기응변적으로(contingent)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고, 수학적 계산과 같은 범용적이지만 인지부하가 높은 문제해결방법은 오히려 피하는 경향이 강하다(Lave, 1988).

한편, 산수 수업장면에서는 사람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수학적 계산을 사용한다. 이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그 장면에서 적절한 행위가 되도록 다양한 물리적 자원과 사회적 교섭에 의해서 수업이라는 장면이 조직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렇게 조직화된 장면에서 행위주체는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적절한 역할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학교의 산수 수업에서도 일상생활장면에서도 인간의 활동이 물리적․사회적 상황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는 즉 ,말을 바꾸면 ‘그 활동이 일어나는 상황과 떼어서 그 활동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상황학습론에 대한 국내 연구의 오해 중의 하나인 일상생활에서의 ‘체험학습’등은 상황적 학습이고 심볼과 추상적인 기호를 주로 사용하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습은 탈상황적 학습이란 이분법 그 자체를 상황학습론은 부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학습과 탈상황학습을 구분하는 이분법은 어디까지나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의 잣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와 같이 상황학습론의 관점은 학교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활동들의 상황구속성 그리고 그에 따른 양 상황간의 비연속성을 강조한다. 지식은 늘 상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상황이 없으면 지식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바꾸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식은 원래 상황적이기 때문에 상황이 바뀌면 그 모습도 바뀐다. 따라서 다른 상황간의 지식의 전이가능성-지식의 추상성, 일반성-을 믿고, 인지의 탈문화․탈맥락성을 전제로 해 온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의 학습전이론은 반드시 재고해야 할 대상이다. 레이브(Lave, 1988)는 학교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산수는 비연속적이고 각각의 산수는 각각의 장에서 다른 의미를 갖기 때문에 각각의 상황에 따라서 인간의 인지는 다양하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관점에 기초해서 레이브는 개인과 상황을 분리해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상황의 불가분의 관계성’을 ‘분석 단위’로서 설정하는 것이 인지연구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한다. 이러한 레이브의 관점은 상황학습론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비고츠키(Vygotsky, 1987)가 제안한 심리학의 새로운 분석 단위 즉 ‘특정한 상황에서 도구를 갖고 행위하는 개인(acting person with a specific tool in a context)’이라는 분석단위와 일맥상통한
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의 예들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이 보거나, 기억하거나 계산하거나 하는 인지적인 행위는 단순히 외부의 자극을 수동적으로 해석하거나 주어진 절차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거나, 사회적 관계를 재조직하면서 주체의 인지적 행위를 실천적으로 조직화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지적 행위와 학습을 일종의 실천(practice)으로서 보는 것은 이상의 예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상황을 외부에서 미리 정해주는 혹은 부여하는 어떠한 실체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행위자들이 만들어 내는 것으로 인지적 행위를 조직화하고 또한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낸다고 하는 상황과 인지적 행위의 상호적 형성(inter reflexive)으로서 인지와 학습을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예컨대 연구자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수업시간에 배우는 교과목의 실생활과의 관련성을 알려주기 위해 실생활과 관련된 상황을 제공하더라도 그 상황이라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행위의 주체인 아이들이 특정한 상황을 만들어 내기 위한 하나의 자원에 불과한 것이지 결코 아이들의 행위를 일방적으로 결정짓는 ‘학습상황’(그것이 설령 연구자의 관점에서 보면 학습상황이라고 할지라도)이 아니다. 따라서 아이들은 실험자가 제공한 이른바 학습상황을 언제든지 자신의 기호에 맞게 ‘놀이상황’으로 재조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학습론에 기초한 인지, 학습관은 인지와 학습을 행위와 실천과 분리해서 개인의 머릿속의 인지 메커니즘과 지식표상의 형성이라는 것에 환원하는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의 그것과는 아주 다르다. 또한 마찬가지로 상황학습론의 관점에 의하면 문화와 상황은 인지와 학습을 위한 ‘환경요인’으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실천으로서 봐야 하는 것이다. 즉 문화와 상황은 고정되어 있는 실체가 아니라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유지되고, 변형되는 실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Ⅳ. 논의

논의에서는 지금까지 본고에서 다룬 상황학습론을 요약하고 동시에 본고의 서두에서 제시한 연구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암묵적으로 대답해 온 것에 기초해서 명시적으로 답한다는 의미에서 ‘개인의 유능함(individual competency)’이라는 ‘심리적 현상’을 상황학습론에 기초해서 검토해 보기로 하겠다. 다음으로 학교를 어떠한 장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를 상황학습론의 관점에서 탐구해 보고 마지막으로 상황학습론이 갖는 학교교육과 연구자에의 함의를 고찰해 보기로 하겠다.

상황학습론에서는 개인의 유능함이라는 실체는 소여(given)의 것으로 개인의 내부에 존재한다고 하는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의 관점과는 획을 긋는다. 대신에 주체가 사회적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야 비로소 유능함을 발휘하고 그 유능함은 사람들에게 사회적으로 가시화된다. 이것이 상황학습론(Brown, Collins, & Duguid, 1989; Lave, 1990, 1991; Lave and Wegner, 1991; Resnick, 1991;)의 중심적인 주장이다. 즉, 사람은 자신과 사회적 세계(도구와 타자를 포함하는)와의 관계를 조직화하는 실천(practice)을 통해서 사회적 세계를 편성해 가는 동시에 자신의 모습을 계속해서 바꾸어 간다. 이 과정을 통해서 그 사람이 유능하게 행동할 수 있는 모습과 사회적 세계와의 관계가 만들어지고, 거기에 능력(예컨대 특정한 지식과 기능)이 사람들에게 관찰가능하게 된다. 즉, 사람의 능력은 개인의 내적속성이 아니라 이러한 실천, 즉 자신을 포함한 환경의 적극적인 재구성작업 속에서 가시화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능력을 가졌다’라는 사실은 그러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도구, 제도, 언어, 인간관계 등)을 조직화하고 그 환경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
다. 이와 같이 개인의 능력(혹은 그 능력의 결여)은 그것이 능력(혹은 그 능력의 결여)으로서 다루어지고 가시화되는 환경의 조직화와 결코 독립적으로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이다. '능력이 환경의 구성작업의 결과로서 나타난다'는 것은 이와 같은 것이고 이러한 관점이 바로 상황학습론의 중심적인 명제이다. 통상 개체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학습을 논하는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자들은 학습의 최종적인 이상(ideal)상태를 미리 그려 놓고, 거기에 각 개인이 어떻게 도달하는가 혹은 도달하지 못하는가를 통해서 그 사람의 능력을 측정한다. 그러나 학습을 복수의 공동체(예컨대 실험실, 학교, 일상생활)에의 참가이고 각각의 공동체에서 다양한 인공물(artifact)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사회적으로 달성된다고 하는 것으로 새롭게 정의하면 ‘누군가 능력이 없다고 하는(disable) 사실’은 그 누군가를 포함하는 상호행위와 활동시스템, 그리고 '공동체(community)'의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과 같다(McDermott, 1993; Lave, 1996).

이러한 관점에 기초해서 본고의 서두에서 제시한 연구문제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통적인 인지심리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학교에서 진단을 내린 그 아이의 경도정신지체라는 특성은 그 아이가 갖고 있는 정신적인 기능에서의 어떤 결함 혹은 속성과 같은 고정적인 실체이다. 그리고 필자가 새롭게 구성한 방정식 문제를 그 아이가 풀어낸 것은 주체와는 단절된 새로운 외부환경의 자극에 의해서 새로운 반응이 일어났다고 해석 가능할 것이다.

둘째, 이와는 대조적으로 상황학습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경도정신지체라는 특성은 어떤 결함 혹은 속성과 같은 고정적인 실체라기보다는 그 특성이 가시화되도록 주위환경이 사회적으로 조직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즉, 학교라는 상황 속에서 ‘개인의 능력’이 사회적으로 표시되도록 산수수업, 테스트, 교사의 평가 그리고 아이들의 반응 등이 ‘상호적인 달성물(interactional accomplishment)’로서 그 아이의 경도정신지체를 가시화 시켰다고 바꾸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필자와의 일종의 게임으로 새롭게 정의된 방정식 문제풀이라는 새롭게 구성된 상황에서는 즉, 어디까지나 필자와 그 아이가 새롭게 공동구성한 상황, 학교와는 다른 질문을 주고받는 특정한 말하는 방식을 통해서 그 아이의 학교에서 다루어지는 무능력은 나타나지 않고 역으로 문제를 훌륭히 해결하는 그 아이의 ‘능력’이 가시화된 것이다. 레이브와 웽거(Lave & Wegner, 1991)의 표현을 빌리자면 각각의 장면에서 아이는 다른 참가의 형태 혹은 다른 언어게임(Wittgenstein, 1972)에 참가하였다고 바꾸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국내의 상황학습론 연구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필자가 새롭게 구성한 방정식 문제는 극히 일부의 연구(손민호, 2002, 2004)를 제외하고는 전통적인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수업방식의 대안이 되는 새로운 수업방식 혹은 수업 기법으로 비춰질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사회․문화․제도․역사로부터 분리된 개인을 분석 단위로 하는인식론적․방법론적 개인주의를 전제로 하는 그리고 상황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외부에 존재한다는 상황학습론의 비판대상인 다름 아닌 주류 인지심리학적인 관점이다.

예컨대, 이승희 서윤경(2002)은 다른 학습환경은 예컨대 교실 상황 혹은 전통적인 수업 방식 혹은 교실 바깥에서의 수업 방식으로 반대로 ‘상황론적인 수업방식’은 그 수업에 참여하는 각각의 구성원들에게 ‘다른 자극’을 준다. 따라서 그들은 ‘다른 종류의 반응’을 학습하게 된다. 더불어 ‘상황학습이론을 적용한 데이터 베이스학습효과’(신수범, 2006) 논문에서도 주장하고 있듯이 상황학습론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올리는 ‘외부적인 자극’으로서의 기능만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강희자와 이경애(2004)는 “상황학습이론은 현재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구성주의 교육철학에 바탕을 둔 교수․학습이론이다”라고 단언하면서 “상황학습 이론은 수업을 실제 생활의 경험과 연결시
키고 유의미한 맥락을 제공함으로써 학습을 촉진시키려는 접근방법이며 아동들이 지식과 기능을 그것들이 실제적으로 사용되는 맥락안에서 학습할 때 학습의 효과가 최대로 나타날 수 있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위의 상황학습론을 다룬 국내의 몇몇 논문에서 사용된 ‘학습을 촉진’ ‘학습의 효과가 최대로 나타난다’ ‘적용의 필요성’ 을 지닌다 그리고 ‘다른 자극’이라는 문구는 상황학습이 학습자의 외부에 수업기법으로 존재하고 학습자는 그 외부에 존재하고 있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내의 상황학습론 연구자들에게 있어서 본고의 서두에서 소개한 에피소드에서 학교에서의 산수수업은 아이의 방정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효율적인 수업전략으로 비춰질 것이다. 이와 맥을 같이하여 필자가 재구성한 방정식 문제는 아동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할 외부에서 미리 정해진 일종의 효율적인 수업전략으로서의 의미만을 가질 것이다. 이러한 연구들은 주체와 사회적 세계를 나누고, 상황학습과 탈상황학습을 나눈다는 의미에서 2중으로 이분법적인 전제에 서 있다.

다음으로 상황학습론의 관점에 선다면 어떻게 학교가 특정한 문화적 실천공간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는지를 그 이론에 대한 오해와 함께 탐구해 보기로 하겠다. 본고에서 일관되게 논의하고 있는 것 같이 상황학습론은 결코 어떠한 새로운 도구와 기법 사용을 함의하지 않는다. 하물며 그러한 것을 개발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상황학습론의 본질은 특정한 행위가 이루어지고, 그리고 행위에 의해서 만들어진 맥락, 즉 행위의 관계성 속에 있다. 그 관계성을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디자인해 가는가에 상황학습론의 진가가 있다. 즉, 상황학습론은 학습 환경 디자이너, 교사, 학생을 포함한 공동체로서의 교육적 실천 활동을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부각시키는 다름 아닌 교육현상을 보는 하나의 프리즘인 것이다. 

또한 상황학습론은 교육에 대해서 어떠한 효과성이 있는 처방전을 제공해 주는 것도 아니다. 레이브와 웽거(Lave & Wenger, 1991)가 주장하는 상황학습론에 기초한 도제제도의 분석은 명시적인 교수 및 교재가 없더라도 도제가 숙련자의 행위를 관찰하고 모방함으로써 효과적인 학습이 일어날 가능성을 강조하고는 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 기초해서 종래의 학교에서 이루어진 전통적인 ‘학습’과 짝으로서 여겨진 ‘교수’로부터 학습의 문제를 일단 해방시켜주는 것으로, 학습 그 자체를 중심소재로서 검토하는 것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인식시켜 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전통적인 교수법 형식 그 자체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관찰, 모방, 체험학습과 같은 것을 장려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교수가 이루어지든, 관찰, 모방이 이루어지든 중요한 것은 그것 자체의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그러한 여러 활동들이 어떻게 학교라는 공동체 속에서 자리매김하는가 또한 그러한 자리매김을 통해서 어떻게 공동체의 가치, 규범, 이데올로기 등이 재생산되고 유지되는가이다. 즉, 문제는 학습 그 자체가 공동체에 있어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를 밝히는 것이지 ‘제대로 가르쳤다 효율적으로 가르쳤다, 제대로 배웠다. 더 낫게
배웠다’와 같은 문제가 아니다.

상황학습론은 종종 ‘효과적인 학습전략’과 결부되어 오해되어 논의되는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다름 아닌 학교를 철저히 상대화해서 보자고 하는데 유익한 시점을 제공해 준다. 학교를 상대화해서 보자는 관점은 학교를 교수-학습 활동이 일어나는 공간이라고 보는 종래의 관점을 잠시 유보한다. 대신에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활동을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예배, 법정에서의 재판 등과 같이 특정한 문화적 가치를 실천(cultural practice)3)하는 공간으로서 새롭게 정의하자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을 취함으로써야 비로소 학교가 특정한 가치
와 이데올로기 실현을 위해 얼마나 특수하게 조직된 공간인지, 그리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수-학습이라는 활동이 얼마나 독특한지, 따라서 다른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그와 유사한 활동과 어떻게 단절되어 있는지가 가시화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인지심리학자들이 정의하고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정의되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이라고 하는 것은 학생이 지식을 스스로 자기 내부에 저장해서 그것을 필요에 따라서 재생하거나 그에 따라 자기 자신이 변화․발전해 가는 것을 가리킨다. 종이와 필기용구가 학생들에게 제공되고, 교과서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과 교사가 제공한 과제를 해결하고 가능하면 머리만으로 사고하는 것이 요구된다. 펜과 연필에 의해서 종이에 쓰이어진 해답이 학생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 혹은 능력으로서 해석되고 학생 개개인이 평가되게 된다. 그러나 학생의 능력은 학생 개개인의 내
부에 홀로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회․문화적인 맥락과는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는 내적인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일까? 그것보다는 이 ‘개인의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무매개(non-mediation), 탈맥락(decontextualization), 몰교섭(non-negotiation)으로서 개인이 갖고 있는 것으로 상정되는 능력을 가시화시켜 주는 일종의 문화적 실천(Ishiguro, 2002)이다. 이것은 개인의 능력이 문화 혹은 사회적 세계와 단절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능력은 늘 문화와의 관계 속에서 가시화된다. 학습에 있어서도 개체내부의 변화는 물론 있지만 그것이 변화로서 해석되고 기술되는 것은 다름 아닌 이러한 문화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즉, 학교 속에서 이루어지는 주체. 인공물, 그리고 타자와의 여러 상호적인 행위는 문화적인 이데올로기로서 ‘능력의 개인성’에 초점을 맞추는 문화적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수한 문화적 실천 공간으로서 자리 잡은 학교교육의 형태는 본고에서 다룬 주류인지심리학의 전제가 별 여과 없이 교육학의 이론적인 구축과 학교현장에 그대로 반영되어 이루어진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주류인지심리학은 개인의 능력과 특성을 다름 아닌 그 개인이 갖고 있는 (혹은 획득하는) 것으로 보고, 행동의 원인을 개인의 머릿속(혹은 마음 속)에 귀속시키는 관점을 취해 왔다. 이러한 관점은 교육에서 학생들 간의 능력경쟁을 격화시키고 능력에 따른 차별을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교사의 가르침을 ‘관리화’하고 예측과 계획의 기술을 교수기술과 같은 것으로 정당화해 왔다. 또한 지식을 탈맥락화된 것으로 다루고 학습을 패키지화된 ‘지식’과 ‘절차’의 획득으로 보고 그것은 특정한 ‘가르치는 기술’로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오랫동안 여겨져 왔다. 이러한 주류인지심리학이 우리의 교수․학습이론과 학교문화에 미친 보이진 않지만 막대한 영향에 대해 철저히 반성을 도모하는 것이 상황학습론의 학교교육에의 함의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황학습론의 관점을 충실히 따르는 즉, 학교를 상대화함으로서 가시화되는 학교 나름의 독특한 문화적가치를 실천하는 활동을 반성적으로 되짚어 보는것은 교육학 연구자 자신이 어떠한 연구공동체에 속해 있는지를 자각케 해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더불어 자신의 연구 전제를 자각하고 반성케 해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자가 속해 있는 공동체(예컨대 주류인지심리학의 관점을 따르는 연구공동체)는 어떤 함의가 얻어진 방식으로 어떤 현상과 분석단위가 조화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이 함의가 얻어진 개념화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이 현상을 연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한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서 최초의 개념화가 보다 타당하고 ‘옳은 것’으로 보이고 그 현상에 대한 지배적인 견해로 자리 잡게 된다. 웨익(Weick, 1979)이 말하기를 함의가 증가함에 따라서 그 견해는 ‘반증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고‘ 또한 자기확정적으로 보이게 되며 다른 견해가 거의 논의되지 않게 된다. 이러한 관점을 본고에서 다룬 상황학습론이 국내에서 오해되고 있는 현상과 결부시켜 논의해 보면 상황학습론을 자신들의 연구 틀로서 받아들일 때 어떠한 시점에 서서 상황학습론을 해석하는지의 문제가 발생한다. 전제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이해하려고 하는 사실에 어떠한 각도로부터 어떻게 초점을 맞출 것인가 연구자를 안내하면서 동시에 제약한다. 이러한 경우 연구자에게 있어 당연한 귀결로서 무엇이 우선시 되고 당연한 귀결로서 무엇이 부가적인 것이 되느냐의 문제가 발생한다. 더불어 무엇을 중시하게 되고 무엇을 놓치게 되는지의 문제 또한 발생한다(박동섭, 2008).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대부분의 국내의 상황학습론 연구자들이 속해 있는 연구공동체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주류인지심리학의 전제에 묶여 있기 때문에 그 전제에 녹아 있는 인간관, 세계관, 학습관에 기초해 상황학습론을 이해하고 현상을 분석하는 것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이해가 지배적인 견해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에 대한 오해현상은 상황학습론에서 강조하고 있듯이 결코 연구자 개인의 문제로 환원해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류 인지심리학에서는 사고도 학습도 개인에게 일어나는 개체중심주의 입장을 취하는데 반해, 상황학습론은 ‘학습은 이른바 참가라고 하는 틀(framework)에서 생기는 과정이고 개인의 머릿속에서는 아니다’. 레이브와 웽거는 ‘배우는 것은 공동체이고 배우는 것은 학습의 맥락에 참가하는 사람들이고 또한 학습은 공동체참가자간에 공유하는 것이지 한 사람의 인간의 행위가 아니라고 학습을 개인의 문제로부터 해방시켜서 공동체의 문제로 이행'하는 것을 들고 있다. 상황학습론은 이처럼 상황학습론에 대한 국내에서의 오해와 축소의 문제를 개인을 넘어서서 공동체 단위로 접근할 것을 함의한다. 연구자가 자신이 어떠한 전제에 기초해서 연구를 수행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반성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속해 있는 연구공동체를 학교를 상대화해서 보는 것과 같은 논리로 상대화해서 볼 필요가 있다. 즉, 자신의 공동체의 전제 바깥에 서서 자신의 전제를 바라보는 결단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들이 속해 있는 연구공동체의 전제에 대한 자각, 물음 그리고 자기반성은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상황학습론이라는 자신의 공동체 바깥에 있는 다른 연구 공동체의 전제를 ’학습‘하는 것도 그를 통한 학교교육을 위한 함의를 찾아내는 것도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댓글 4개:

  1. 도훈님!
    우연히 저의 글이 도훈님의 블로그에 올라있는걸 보고 반가운 마음에 덧글을 남겨 봅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제글에 대한 comment나 혹은 질문같은 사안이 있으면 연락주십시오.
    littleegan@gmail.co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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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반갑습니다. 논문 앞 부분의 수학과외 지도 사례가 아주 인상적이어서 제 눈길이 빨려 들어갔었습니다.

    번역하는 사람인 저는 현재 "손과 도구로 실용적인 물건을 만드는" craft와 craftsman을 다루는 번역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사회철학 상의 개념이라는 agency가 우리말 글에서 활용된 사례를 찾아다보다가 님의 논문을 검색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논문들의 경우는 agency와 agent(행위자)를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행위자라고 했던 경우도 눈에 띄었습니다만, '주체의 능동성'(혹은 능동성) 으로 적합하게 소화한 우리말 글이어서 반갑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번역중인 책의 핵심 소재 가운데 하나인 장인의 작업장과 도제제도가 상황학습론에 서 다루어졌다는 것도 님의 논문을 보면서 새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이었습니다.작업장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말로 전수하기 힘든 암묵적 지식을 전수하는 유기적 환경이라고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점이기도 했습니다.

    상황학습론의 보는 틀(패러다임)이 아주 설득력 있게 다가 옵니다.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살펴볼 기회도 있을 것이고, 질문하고 싶은 부분이 생기면 염체 불구하고 여쭈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훌륭한 연구 성과가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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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곧 바로 저의 글에 대해 comment를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더불어 저의 논문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내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 상황학습론에서 다룬 도제제도는 전통적인 심리학에서 단골주제로 다루어왔던 '학습(learning)'이라는 개념의 편협성을 지적하고 학교라는 곳이 얼마나 독특하게 구성된 제도인가를 부각시키기 위한 중요한 field라고 할 수 있죠.
    즉 학교라는 제도를 상대화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학교와는 구별되는 제도 중의 하나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땅에서는 상황학습에서 다루고 있는 도제제도를 현재의 학교교육의 대안으로 다루고 있으니 더불어 도제제도를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학습 테크닉 정도로 다루고 있으니 참 어이없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상황학습에 관해 최근 글쓰기를 마치고 게재된 글이 하나 있습니다. 이전의 글보다 좀 advance되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온지 얼마되지 않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요청하시면 PDF파일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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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새로 쓰신 논문을 보내주시면 감사히 읽어보겠습니다. hsalbert@gmail.com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정확히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학습과 인지, 인간관과 인간이 놓인 틀로서의 상황.... 관계된 맥락이 말씀하신 대로 많은 것 같습니다.

    번역 중에도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도제제도의 작업장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가 마스터의 권위이며, 그냥 권위가 아니라 그의 스킬에서 비롯되는 권위이고, 도제도 막말로 "하위자"로서의 도제가 아니라 마스터가 양아들에 버금갈 만큼 존중해주는 도제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사교육과 공교육 모두 일그러진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서 볼 때 다시 되새기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렇게 작업(혹은 교육)에 임한 사람과 사람의 역학/신의 관계로서 도제제도를 본다면, 지식의 전달 테크닉으로 인식하는 태도와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테크닉을 떠나, 교육현장에서 교사는 아이를 어떤 존재로 보고 있는지, 반대로 아이는 교사를 어떤 존재로 보는지 그 틀(frame)이 먼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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