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7일 금요일

[발췌: 피터 드러커] 사례 2_ 우리 사업의 개념은 무엇인가?

What is Our 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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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캘러핸Bill Callahan의 머릿속에는 소매 매장에서 일했던 기억밖에 없다. 사실 그는 소매매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의 아버지는 필라델피아 남부에 작은 정육점을 운영하는 주인이었다. 빌은 걸음마 할 때부터 정육점에서 놀았고, 빗자루질 할 나이부터 그곳에서 일했다. 학교를 다니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주말마다 가게에서 일했다. 군대에 입대하자마자 영내 판매점 운영을 맡게 됐다. 빌은 소매업무 하나하나가 좋았고, 현금등록기가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커다란 슈퍼마켓을 만드는 게 그의 꿈이기도 했다.

빌은 8~9세 때부터 소매 매장을 연쇄점으로 키워가자는 생각을 했다. 1960년대 중반 군에서 제대하는 날, 빌은 이 목표를 향해 첫발을 내딛었다. 아울러 그가 차릴 연쇄점은 다른 곳들과 아주 다르게 만들자고 마음먹었다. 소매 사업의 성공 요인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빌은 “소매상 입장에서 아무리 날고뛰어봐야 더 좋은 상품은 물론 색다른 상품을 내놓을 도리는 없다”고 자기 생각을 피력했다. “소매상이 할 수 있는 일은, 첫째로 장 보는 일이 즐겁고 친근하고 재미있게끔 만드는 것이다. 둘째로, 매장을 직원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곳이자 자기 사업으로 여기는 곳으로 만드는 일이다.” 빌 캘러핸은 세 가지 방식으로 이 일을 추진하고자 했다. 첫째, 단위 연쇄점 사업마다 많은 매장을 둘 수는 없다는 점이다. 즉 연쇄점 사업의 소유주 겸 경영자 한 사람이 모범을 보이면서 자주 방문해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매장 숫자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각 매장마다 다른 곳들과 구분되는 강점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각 매장의 핵심인력인 점장과 파트장은 매장의 성과를 나눠가질 소유지분이 주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캘러핸은 첫 매장으로 대도시권 외곽에 중형 규모의 슈파마켓을 차렸다. 입주 건물의 이전 사업자가 파산한 덕분에 값싸게 임대 공간을 얻었다. 캘러핸의 매장은 세 달도 지나기 전에 번창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캘러핸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렇다. “모름지기 슈퍼마켓에서 돋보여야 할 분야를 철저히 생각했을 뿐입니다. 바로 육류와 신선식품이지요. 다른 것들은 전부 제조업자들에게서 받아오는 포장제품들이니까요. 그래서 육류와 신선식품 코너는 누가 보더라도 훌륭하다고 할 때까지 제가 직접 경영했습니다. 둘째로, 작은 매장을 부각시킬 만한 특징을 고민했습니다. 생각 끝에 그 동네 슈퍼마켓으로서는 처음으로 화훼 코너를 설치했습니다. 화훼 코너가 들어서니까 매장 분위기가 확 살고 눈길도 끌게 됐죠, 화훼 코너 자체도 큰돈을 벌었습니다. 셋째로, 고객이 어느 매장을 다시 찾게 되는 이유를 저는 잘 알고 있었죠. 고객을 어떻게 대해주느냐에 따라 사람들 마음이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직원들 하나하나가 마음에 새길 때까지 친절하고, 친절하고, 또 친절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첫 매장 문을 열고 아홉 달이 지나 캘러핸은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본인은 새로 연 매장의 관리자로 옮기기로 하고, 첫 번째 매장의 점장을 맡을 후임자에게 매장 이익의 상당한 지분이 돌아가도록 배려했다. 점장 아래 각 파트장부터 밑으로 계산대 담당 직원에 이르기까지 차등을 둬서 매장 이익이 분배되도록 지분을 할당했다.

그러고 나서 캘러핸은 슈퍼마켓 매장을 더 이상 열지 않고, 새 업종인 화원 연쇄점을 열기로 했다. 화원 연쇄점에서도 이전과 똑같은 방식을 따랐고, 이어서 자기 집을 직접 관리하는 주택소유자들을 겨냥해 수작업 공구와 소형 전동공구들을 판매하는 집수리센터 연쇄점을 차렸다. 그 다음, 각종 인사장과 카드를 판매하는 소형 1인 매장 연쇄점을 시작했다. 매출 회전율이 높은 사업이었다. 첫 슈퍼마켓 매장을 연 지 30년 뒤 캘러핸은 네 종류의 연쇄점 사업과 총 40개 매장을 거느린 회사로 캘러핸어소시에이츠Callahan Associates를 설립했다. 총매출이 연간 1억 5천 만 달러가 넘었다. 각 연쇄점 사업마다 한 사람의 본부장을 지명해 경영을 맡겼다. 이들 모두 계산대 직원이나 점원으로 시작해 매장 관리를 하면서 성장한 사람들이었다. 재무담당 임원과 인사담당 임원도 밑바닥에서부터 성장한 매장 관리인이었고, 이들과 캘러핸과 본부장 네 사람이 캘러핸어소시에이츠의 경영위원회를 구성했다. 각 연쇄점 사업의 본부장은 캘러핸어소시에이츠 본사 이익에도 참여하고 자기가 경영하는 연쇄점의 이익에도 참여했는데, 본사 참여지분은 작고 자기 담당 연쇄점의 참여지분은 컸다. 마찬가지로 각 본부장 산하의 점장들은 연쇄점 전체 이익의 작은 지분에 참여하고, 자기 매장 이익의 큰 지분에 참여했다. 이런 식으로 차등을 둬서 18개월 이상 근속한 직원들 모두가 이익분배에 참여했다.

캘러핸은 직원들에게 승진 기회를 주려면 회사가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반면 어느 연쇄점 사업이라도 한 사람이 사업의 구석구석까지 잘 파악해서 용이하게 관리할 수 있는 규모 이상으로 성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 결국 6~7년마다 한 번씩 신규 사업에 진출해야 함을 뜻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가 슈퍼마켓 첫 매장을 연 지 정확히 30년이 지난 1995년 가을(6년을 한 주기로 치면 5 번째 주기를 맞게 된 시점), 새로 진출해야 할 신규 사업을 찾아야 했다. 캘러핸은 고민 끝에 가장 유망한 업종으로 두 개를 골랐다. 하나는 청바지, 부츠, 웨스턴셔츠 등을 다루는 “야외복” 연쇄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스테이크, 로스트비프, 닭요리를 다루는 간이 레스토랑 연쇄점이었다. 하지만 신규 사업은 한 번에 하나만 골라 달려들어야 함을 캘러핸은 잘 알고 있었다. 신규 사업을 제자리에 올려놓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충분히 배웠고, 사업 초기 첫 2~3년 동안 자기 시간의 대부분을 투여해야 함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캘러핸어소시에이츠는 주된 사안을 모두 경영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정책을 따랐다. 예전에는 정책이랄 것도 없이 경영위원들이 캘러핸의 통솔을 따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리 됐었다. 하지만 캘러핸이 사업확장안을 새로 꺼내자 예상 밖으로 반대가 대단했다. 그 시점이 신규 사업에 들어가야 할 때라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다. 또 한 가지 사업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도 똑같았다. 게다가 캘러핸이 선정한 두 업종 모두 전망이 아주 좋다는 점에 대해서도 모든 경영위원의 생각이 일치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경영위원의 절반이 “패션”(야외복 판매)과 관계된 사업에는 한사코 반대했다. 또 나머지 절반은 “개인서비스” 사업(레스토랑) 진출에 대해서 한사코 반대했다.

“식품과 가정용 제품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다”고 이야기하는 첫 번째 그룹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우리 고객들은 가정주부와 주택소유자들입니다. ‘야외복’은 일단 아이들 옷이 주류고, 스타일과 광고 판촉과 성적 매력을 다루는 일이죠. 우리가 잘하는 일이 아닙니다.” 두 번째 그룹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레스토랑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닙니다. 물건을 파는 일은 우리가 잘 압니다. 하지만 레스토랑은 서비스와 분위기를 파는 일이고, 요리도 하고 손님 시중을 드는 일입니다. 우리가 잘하는 일이 아닙니다.”

캘러핸은 몹시 화가 난 채 말했다. “좋습니다. 여러분들은 뭐가 우리 사업이 ^아닌지^ 말했습니다. 우리 사업이 무엇이고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결정하려면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두 업종 모두 사업기회가 좋다고들 모두 동의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따져봐야 할 일은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이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우리^가 확신하는 게 무언지라는 문제입니다.”


질문: 마지막에 나온 질문을 어떻게 풀어 가면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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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자료에서 일부를 발췌.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 사례집 개정판(Management Cases: Revised Ed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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