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9일 화요일

이곳은 무의식의 입구?


자리가 채 열 개가 되지 않는 아주 작은 강의실.
학생들 서너 명이 앉아 있다.
그중 하나가 나를 보며 말한다.
“교수님이 이전 수업을 듣지 않은 사람은 따라가기 힘들 거라고 했어.”
“많은 학생들이 따라오지 못할 테니까 강의실도 이렇게 작은 방으로 바뀐 거니?”
나는 자리에 앉아 이렇게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방안을 두리번거리며 이 수업을 더 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이 커져만 간다.
이전 수업을 많이 빼 먹었기 때문이다.
‘가방을 챙겨서 그냥 나가 버릴까?’
이렇게 망설이는 사이, 이상한 생각이 스친다. ‘이건 이전에도 많이 해 본 걱정이야. 아주 익숙해. 이곳에 또 왔어. 이왕 왔으니까 이곳에 뭐가 있는지 살펴봐야겠어.’
이렇게 마음먹고 출입구로 걸어가 문을 열고 방을 나서자마자 내 몸은 자동적으로 왼쪽으로 향한다. 그쪽으로 한 발짝 내딛자 지하 공간의 입구가 펼쳐진다. 급경사로 푹 꺼지며 내려가는 듯한 그곳은 너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원형을 그리며 내려가는 계단 같기도 하고 까마득하게 떨어지는 지하 동굴 같기도 하다.
‘저곳으로 들어갈 수는 없어. 너무 깊은 곳이야.’ 
공포감에 몸을 반대편으로 되돌리려고 하지만 그리로 들어가려는 몸이 잘 멈춰지지 않아 안간힘을 쓴다. 무엇이 잡아당기는 것 같다. 옷이 무엇에 걸린 것 같기도 하다.
몸을 차츰 반대편으로 되돌리는 사이 ‘삐이잉-’하는 기계음 같은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저 지하 동굴 같은 곳은 포기하고 그 반대편이나 살펴보자’는 생각이 스치지만, 다른 생각이 엄습한다. ‘아니야 이건 이미 산통이 깨진 거야. 꿈에서 나가야 해.’
그렇게 꿈에서 나가자고 마음먹고 그 상태로 꿈에서 깬다.
#꿈

* * *

꿈속에서 ‘이왕 이곳에 왔으니 뭐가 있는지 살펴보자’는 생각을 하는 순간의 나는 꿈에 들어왔음을 자각했던 것 같다. 그러고는 지하 동굴 같은 공간을 보고 겁에 질려 탐험의 의지를 상실했다.

몸을 재운 채로 의식의 선명도를 높게 유지하는 훈련을 다시 시작하면 무의식의 세계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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