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미시경제학 (이준구 지음, 5판). 472쪽 ~
15장 생산요소의 고용량과 가격 > 15.2절 생산요소의 고용량과 가격의 결정 >
소절 3. 경제적 지대와 준지대
(1) 전통적 의미에서의 지대
우리의 생활에서 지대(rent)는 토지 사용에 대한 대가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에서는 토지뿐 아니라 어떤 생산요소든 그 공급이 완전히 고정되어 있으면 그것에 대해 지불되는 보수를 모두 지대라고 부른다. 어떤 생산요소의 공급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은 그것의 공급곡선이 수직선임을 뜻하는데, 이 경우 그 생산요소의 가격은 전적으로 수요측 요인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특성이 있다.
이와 같이 가격이 변해도 그 공급량이 변하지 않는 생산요소라면 그것의 소유자가 벌어들이는 수입, 즉 지대 수입에 무거운 세금을 물리더라도 경제에 별다른 파급효과를 미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 생각이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H. George)로 하여금 토지단일세제를 제창하게 한 동기가 되었다. 그는 운 좋게 많은 토지를 보유한 사람들에게 모든 조세부담을 지울 것을 주장하고, 이렇게 하더라도 토지의 공급량이 줄어드는 결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 경제적 지대
어떤 생산요소가 현재 고용되고 있는 곳에서 일정한 금액의 수입을 얻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이 생산요소를 현재의 고용상태에 붙들어 두기 위해 최소한으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이보다 적은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그림 15-6]에 나타나 있는 노동시장에 대해 고찰해보자. w*의 임금률에서 L*만큼의 노동이 고용되어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 임금률은 현재 고용되어 있는 제일 마지막 단위의 노동을 고용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인데, 사실 이 마지막 단위를 제외한 나머지 분량의 노동에 대해서도 모두 이 임금률로 보수를 지급할 필요는 없다.
각 노동고용수준에서의 공급곡선의 높이는 그 단위의 노동이 공급되도록 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을 뜻한다. 그림을 보면 첫 단위의 노동이 공급되게 하기 위해서는 선분 OA의 높이에 해당하는 금액만 지불하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고용되어 있는 L*만큼의 노동을 여기에 묶어두는 데 필요한 치소한의 금액은 원점에서부터 L*에 이르는 공급곡선 아래의 면적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전용수입(transfer earnings)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생산요소를 현재의 고용상태에 묶어두는 것과 관련한 기회비용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시장에서 노동은 모두 똑같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므로, 현재 고용되어 있는 모든 노동에 대해 w*의 임금률로 보수가 지급된다. 따라서 실제로 노동에 대해 지불되고 있는 금액 (사각형 0w*EL*의 면적)은 전용수입을 초과하고 있다. 이 초과분, 즉 노동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려 그은 수평선과 공급곡선 사이에 있는 구역을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라고 부른다. 따라서 경제적 지대는 생산요소의 기회비용을 초과해 추가로 지불되는 보수를 뜻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경제적 지대의 개념은 지금 보고 있는 노동시장의 경우에 대해서만 도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산요소 시장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도출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제적 지대의 개념은 앞에서 설명한 전통적 지대의 개념과 어떤 관련을 갖는 것일까?
-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우선 어떤 생산요소의 공급이 가격에 대해 무한히 탄력적이어서 공급곡선이 수평선으로 주어진 경우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이 경우라면 현재 그 생산요소에 대해 지급되는 보수 전체가 그것을 현재의 고용상태에 묶어 두기 위해 최소한으로 지급되어야 하는 금액을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지급되는 보수 중 경제적 지대에 해당하는 부분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 반면에 공급의 탄력성이 0이라서 공급곡선이 수직선으로 주어져 있는 경우라면 지급되고 있는 보수 전부가 경제적 지대에 해당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앞에서 본 경제적 지대의 개념을 원용해 한 가지 답을 얻을 수 있다. 경제적 지대한 한 생산요소가 받고 있는 수입 중에서 기회비용에 해당하는 부분을 뺀 잉여(residual)로 정의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가변투입요소와 고정투입요소를 모두 고용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에도, 판매 수입 중에서 가변투입요소에 지급한 보수를 뺀 나머지를 공급이 고정되어 있는 고정투입요소의 보수로 귀속시키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일시적으로 공급이 고정되어 있는 생산요소에 귀속되는 보수를 준지대(quasi-rent)라고 부른다.
한 기업의 단기비용곡선들이 [그림 15-7]에서 보는 것과 같은데, 시장에서 가격이 P^로 주어졌다고 하자. 이 기업은 Q^만큼의 상품을 생산할 것이며, 이를 통해 사각형 0P^AQ^의 면적에 해당하는 수입을 얻는다. 이 중에서 사각형 0DCQ^(평균가변비용곡선 기준)에 해당하는 부분을 가변투입요소에 대한 보수로 지급하고 난 나머지에 해당하는 사각형 DP^AC의 면적이 준지대가 된다.
그런데 이 준지대 전제차 그 기업의 경제적 이윤을 뜻한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준지대를 나타내는 사각형 DP^AC는 다시 DEBC(평균비용곡선과 평균가변비용곡선 사이)와 EP^AB(한계비용곡선과 평균비용곡선 사이)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 이 중 DEBC는 현재 고용되고{어} 있는 고정투입요소에 대한 기회비용으로 지출되어야 할 부분을 뜻하며, 나머지 EP^AB만이 이 기업의 경제적 이윤을 나타내고 있다. 이윤은 경우에 따라 음의 값을 가질 수 있지만, 준지대 그 자체가 음이 되는 경우는 없다. 준지대가 음의 값을 갖는 상황이라면, 비록 단기라 하더라도 그 기업은 문을 닫는 것이 더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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