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파생금융 사용설명서》, 권오상 지음. 부키 펴냄. 2013년. 80~100쪽.
※ 발췌:
3장 다양한 파생금융의 형태
파생금융의 형태는 실로 다양하고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그만큼 이를 분류하는 방식과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파생금융 거래가 기초 자산으로 삼는 대상이 무엇인가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크게 보아 외환 파생, 주식 파생, 원자재 파생, 이자율 파생, 신용 파생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 파생금융 거래가 어디에서 거래되는가에 따라 장외 파생 거래와 장내 파생 거래로 나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분류보다는 그 파생금융 거래가 갖는 성격에 주목해 3가지 방식으로 분류하고자 한다. 바로 델타원 파생 거래, 옵션, 구조화금융이다. ( ... ... )
3-1. 가장 기본적인 델타원 파생 거래
델타원(Delta-One) 파생 거래는 모든 형태의 파생금융 중에서 가장 기본이다. 역사적으로도 가장 먼저 개발되어 사용됐다. 여기에 속하는 파생금융으로는 선도, 선물, 스와프 등이 있다.
델타원이라는 이름은 이 형태의 파생금융이 가진 특성에서 비롯되었다. 파생금융의 기초 자산 가격이 변함에 따라 파생금융 거래의 가격 또한 선형적(linear)으로 변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델타'라는 말은 파생금융 거래 가격의 기초 자산 가격에 대한 민감도를 구한 값이다. 즉 기초 자산 가격이 기준 단위만큼 변동할 때 파생금융 거래의 가격 변화량이다.[주]* 그러한 민감도가 기초 자산 가격이 어느 영역에 있든 무관하게 동일한 값을 가지는 경우 그 델타가 1과 같은 상숫값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특성이 있는 파생금융 거래를 '델타원 파생 거래'라고 부른다. 이는 기초 자산 가격이 변하는 만큼 파생금융 가격도 정직하게 변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다. 파생금융 가격과 기초 자산 가격의 관계를 2차원 평면상의 그래프로 표현하면 하나의 깨끗한 직선으로 표현된다. 이런 특징을 나타내고자 선형적 파생금융 거래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주]* 수학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파생금융 가격의 기초 자산의 가격에 대한 1차 미분값 혹은 1차 도함수"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3-1-1. 모든 파생금융의 기본 구성요소, 선도
파생금융 중 가장 역사가 깊은 델타원 파생 거래 중에서도 가장 먼저 발생한 것은 선도(forward contract)다. 선도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매매, 즉 사고파는 행위와 한 가지 점을 제외하면 전적으로 동일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또 이 선도는 거의 모든 파생금융의 기본 구성요소 중의 하나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를 생각해 보자. 우선 물건을 파는 시장 상인이 있어야 하고, 물건이 어느 종류인지, 얼마나 많이 살지 정해야 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일로, 거래 상대방인 상인과 물건 가격을 합의해야 한다. 그렇게 모든 조건을 협상하고 나면, 그 물건과 그 가격에 해당하는 돈을 즉시 교환한다. 이것이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행위다. 선도는 이렇게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것과 똑같은데 단 한 가지가 다르다. 바로 그 교환 시점이 지금 즉시가 아니라 '미래의 확정된 시점'이라는 것이다. 즉 내가 사과 1상자를 A라는 시장 상인에게 사기로 하는데, 그 매입 금액을 지금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6개월 뒤에 지급하기로 하고 구입한 물건인 사과 1상자도 지금이 아니라 6개월 뒤에 받기로 하면, 이것이 선도다.
일반적인 매매는 거래 즉시 물건과 돈을 교환하는 것이 관습이며, 현재의 물건을 가지고 거래한다는 의미에서 '현물(spot) 거래'라고 부르기도 한다.[주]* 선도의 영어명 'forward contract'의 'forward'는 그 교환 시점이 지금 현장(spot)이 아니라 미해 시점으로 지정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매매하고자 하는 대상의 반대급부로서 반드시 돈을 지급하거나 지급받을 필요는 없으며 다른 기초 자산을 쓰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가령, 내가 석유 1배럴을 3개월 뒤에 살 예정인데 이를 꼭 달러로 지불하라는 법은 없다. 필요하다면 미리 약속된 금액의 원화로 지급하기로 하거나 약속된 중량의 금괴로 지급하거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선도는 현물 거래와 마찬가지로 두 거래 상대 사이의 약속, 즉 계약이기 때문에 서로의 편의에 맞춰 약정하기만 하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면 선도가 왜 델타원 파생 거래일까?
가상의 선도 계약을 한번 고려해 보자. A는 B라고 하는 거래 상대로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5개월 뒤에 1주 매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는 100만 원이고, 약간의 협상 끝에 5개월 위 한 주당 105만 원에 매입하기로 선도 계약을 맺었다.
5개월이 지나 만기일이 도래하면 이 선도 거래의 최종적인 손익이 결정된다. 가령 만기일의 삼성전자 주가가 106만 원이라면 어떻게 될까? A는 105만 원에 1주를 사기로 했으므로, 105만 원을 B에게 지불하고 그 반대급부로 삼성전자 주식 1주를 받아 온다. 그러넫 시장에서 이것을 106만 원에 팔 수 있으므로 그 즉시 팔아 버리면 A는 106만 원을 손에 쥔다. 따라서 1만 원의 이익을 보게 되었다.
이번엔 반대로 만기일의 삼성전자 주가가 104만 원으로 떨어진 경우를 생각해 보자. 약정한 대로 105만 원을 지급하고 삼성전자 주식 1주를 받아 왔는데 이를 시장에 내다 팔면 104만 원을 받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1만 원의 손해를 보는 셈이다.
물론 만기일의 삼성전자 주가가 105만 원으로 결정되었다면 A는 5개월 전에 맺은 선도 계약으로부터 아무런 이익도 손실도 입지 않게 될 것이다.
이 3가지 경우를 요약하면, 만기일의 삼성전자 주가가 105만 원이면 A에겐 아무런 손익이 없지만, 106만 원으로 105만 원보다 1만 원 높게 끝나면 A의 선도 계약 또한 1만 원의 이익이 발생하고, 반대로 104만 원으로 105만 원보다 1만 원 낮게 끝나면 A는 선도 계약으로 1만 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기초 자산의 가격이 1만 원 오름에 따라 A의 선도 계약 또한 1만 원의 이익을 보고, 반대로 기초 자산 가격이 1만 원 내리면 A의 선도 계약 또한 1만 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기초 자산 가격의 변동만큼 A의 선도 계약이 손익을 보므로 앞에서 정의한 델타원 파생 거래의 조건을 만족하는 것이다.
3-1-2. 선도는 거래 당사자 모두에게 의무다
만약 만기일의 주가가 105만 원 근처의 값이 아닌 아주 극단적인 값이라면 어떻게 될까? 가령 5개월 뒤 삼성전자의 주가가 205만 원이 된다면, A는 105만 원을 지급하고 삼성전자 주식 1주를 받아 205만 원에 팔 수 있으니 100만 원의 이익을 본다. 만기의 삼성전자 주가가 105만 원일 때와 비교하면, 주가가 100만 원 더 올랐는데 A의 선도 계약 또한 100만 원의 이익을 보니, 앞에서 얘기한 델타원의 조건을 여전히 만족한다. 이처럼 기초 자산의 가격 영역과 무관하게 파생금융 가격의 기초 자산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동일해야 델타원 파생금융 조건을 만족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엔 반대 방향의 극단적인 경우를 보자. 만기일 삼성전자의 주가가 5만 원으로 떨어졌다. 시장에서 5만 원이면 살 수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을 A는 선도 계약 탓에 105만 원을 주고 사 와야 한다. 105만 원을 지급하고 5만 원을 받게 되니 100만 원을 잃게 된다. 이는 너무 큰 손실이니, A는 선도 계약을 무시하고 B로부터 삼성전자 주식으로 사 오지 않을 수는 없을까? 정답은 "그럴 수 없다."이다. 선도는 거래 쌍방 모두에게 의무이며, 내가 유리하면 약속을 지키고 불리하면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이 허용되도록 한 것이 있는데, 이는 잠시 뒤에 다루도록 하겠다.)
삼성전자 주가가 5만 원으로 떨어져 100만 원의 손실을 입게 생겼다면 A는 "선도 의무를 지켜야 하나?"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는 삼성전자 주가가 205만 원으로 오른 앞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A가 100만 원의 이익을 보게 되어 좋아하고 있을 때 거래 상대인 B는 100만 원의 손실을 보게 되었으니 A와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즉 선도는 기초 자산 가격이 너무 많이 변하면 거래 상대방이 의무를 저버릴 수 있는 리스크가 생긴다. 이를 거래 상대방의 '의무 불이행 리스크'라고 부르며, 선도 거래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곤 한다. 물론 상대방이 선도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그 잘못을 물어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다.
3-1-3. 선도는 장외에서 거래되는 델타원 파생 거래
교과서에서 흔히 얘기되는 선도의 또 다른 약점으로 거래 상대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 있다. 내가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수량만큼 팔려는 거래 상대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그 시간 및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이는 장내 파생 거래 중개를 통한 수수료를 수익원으로 하는 영리 목적의 거래소들이 하는 얘기다. 그런데 아주 일반적인 물건이라면 모르겠지만 파생금융이 대상으로 삼는 기초 자산의 경우에는 이러한 언급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거래소에서 다뤄지는 기초 자산들이라면 그에 대한 선도 거래를 제공해 줄 상대방, 즉 투자은행을 찾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과 이자율 기초 자산의 경우라면 장내 파생의 작게는 몇 배 크게는 몇십 배 이상의 유동성이 장외 파생, 즉 선도에 의해 주어진다. 원자재 기초 자산의 선도에도 외환과 이자율 기초 자산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한 규모의 유동성이 존재한다. 주식 선도의 경우에만 장내 파생보다는 규모가 작다고 볼 수 있다. 즉 기초 자산이 무엇이냐에 따라 선도와 선물의 유동성의 우열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또 선도의 거래 상대인 투자은행들의 신용도 및 신용 등급은 웬만한 국가의 신용 등급을 상회한다. 따라서 거래 상대의 의무 불이행 리스크를 보통의 기관이 걱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반면, 선도의 장점은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만기가 도래하기까지는 평가상의 손익만 발생할 뿐 중간 정산 과정이 없어 현금 흐름상의 문제를 일으킬 염려가 없다는 점, 그리고 자신의 니즈에 정확히 대응하는 거래를 주문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순수한 헤지 목적으로 선도 거래를 했는데 선물과 같이 중간에 계속 손익을 정산하게 되면, 금융 회사가 아닌 기업 같은 경우 평가상으로는 아무 영향이 없더라도 현금을 계속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기업의 존폐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선물은 거래소가 표준화를 통한 유동성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 규모나 만기일 등이 내가 원하는 조건과 잘 맞지 않는, 그래서 이른바 얘기하는 베이시스 리스크(basis risk)[주]*를 추가로 질 가능성도 있어 불리하다. 선도의 경우라면 이런 문제를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다. 금융 회사가 아닌 기업의 경우 이 2가지는 특히 중요하다.
3-1-4. 선물, 거래소에 의해 장내화된 선도
선물(futures)[주]*은 자생적으로 오래전부터 거래되고 있던 선도를 거래소가 모방하여 내놓은 거래다. 그런데 거래 참가자가 충분하지 않으면, 즉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리 거래소가 이러한 거래를 중개해 줄 의향이 있어도 시장의 힘에 의해 그 선물은 사장될 수 있다. 따라서 거래소에서는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계약의 표준화를 추진한다. 이에 따라 거래의 기초 자산, 물량, 만기 등에 제약이 주어진다.
선도와 대비되는 선물의 가장 큰 특징은 일일 정산과 증거금이 있다는 점이다. 일일 정산(daily margining)은 선물 가격 변동에 따라 매일 장이 끝나고 나면 그 손익을 현금으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코스피 200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선물 거래를 A가 1계약 매수했다. 매수 시점의 선물 가격은 250이었고 거래 배수는 50만 원이다. 다음날, A가 매수한 선물 거래의 가격이 변동해 251로 마감되었다. 250에 샀는데 그 가격이 올랐으므로 그 차이만큼 이익을 보며 그 이익을 현금으로 받게 된다. 따라서 A가 받게 되는 돈은 다음과 같이 50만 원이다.
3-1-5. 일일 정산을 위한 증거금 제도
일일 정산 과정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려면 이 선물 거래 당사자들이 모두 매일같이 현금을 보내고 받고 해야 한다. 그렇다면 손실을 본 측에서 이 정산 현금을 지급하는 것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거래소 입장에서는 돈이 들어와야 돈을 받아 갈 거래자에게 줄 수 있는데, 한 명이라도 정산의 의무를 다하지 앟으면 모든 시스템이 서 버릴 위험이 있다. 그래서 이러한 위험을 통제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선물을 거래하려면 우선 거래소 측에 증거금(margin)을 맡겨야 한다. 쉽게 얘기하자면, 일정한 현금을 미리 거래소에 맡겨 놓고, 만약 내가 선물에서 손실을 보면 미리 맡긴 증거금에서 돈을 빼 정산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증거금의 규모가 관건이 된다. 증거금이 충분해야 혹시라도 발생할 손실의 최대 규모를 다 흡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증거금에는 개시 증거금과 유지 증거금이 있다. 개시 증거금(initial margin)은 선물 거래 원금의 일정 비율을 우선 현금으로 맡겨 놓는 것이고, 유지 증거금(maintenance margin)은 평소에 유지해야 하는 기준 액수를 말한다. 즉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개시 증거금에서 계속 현금이 빠져나가 유지 증거금 이하로까지 내려가면 원래 수준 이상이 되도록 현금을 추가로 입금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증거금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다시 개시 증거금 수준으로 맞춰 놓을 것을 거래소가 요구하는 것을 마진 콜(margin call)이라 한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거래소는 강제로 포지션을 정리하고 남는 돈을 돌려준다.
예를 들어 보자. 내가 코스피 200 선물을 1계약 매수하고자 할 때 개시 증거금이 15퍼센트다. 따라서 납부해야 하는 금액은 다음과 같다.
이 일일 정산 과정과 증거금 제도 덕에 선물은 거래 상대방 불이행 리스크가 거의 제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선물을 거래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거래 상대방 리스크가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 거래소 자체가 부도날 경우 이 모든 정산 및 증거금 유지 과정이 혼돈 속으로 빠지면서 연쇄 부도 과정을 밟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 등에서는 이런 가능성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간주하지만, 1987년 뉴욕 주식 시장이 하루 만에 22.6퍼센트 폭락한 '검은 월요일'에 시카고상업거래소가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가 마지막 몇 분을 남기고 겨우 작동한 사례가 있다.
3-1-6. 선물의 본래 기능은 헤지가 아니었다
근대적인 의미의 세계 최초의 선물은 미국 거래소들이 만들었다. 곡물 거래가 많았던 5대호 연안 도시 시카고에는 시카고상업거래소와 시카고상품거래소가 19세기 말부터 오랫동안 서로 경쟁 관계를 유지해 왔고, 뉴욕에서는 버터와 치즈를 거래하는 거래소로 시작된 뉴욕상업거래소가 버터, 달걀 등에 대한 선물을 20세기 초반부터 다뤄 왔다.
선물도 다른 파생금융과 마찬가지로 투기, 헤지, 차익 거래 기능을 한다. 교과서에서는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미국 농산물 선물들이 헤지 목적으로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다고 기술한다. 이는 그렇게 올바른 묘사라고 볼 수 없다.
1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금융의 근본 뼈대는 소유권과 예금·대출이다. 화폐에 대한 수요가 있는데 내게 그 돈이 없다면 나는 돈을 빌려 그 수요를 충족하게 된다. 우선 대출해 돈이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나중에 만기가 되면 갚는 것은 누구라도 이해할 만한 내용이다.
돈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돈을 빌리는 것처럼, 농산물이 필요한 농산물 가공업자가 농산물을 빌리고 싶어한다. 농산물을 빌려 현재 가공 라인을 돌리는 수요를 충족하고, 나중에 다른 곳에서 생긴 동일한 농산물로 이를 갚겠다고 한다. 처음에 들으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이야기다. 이 농산물을 빌려 주고 나중에 돌려받는 '농산물 예금·대출 시장'이 존재한다면 말이다. 그러면 빌려 온 것에 대해 그 값을, 즉 일종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이 이자를 같은 농산물로 갚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 농산물을 빌려 오면서 N이라고 하는 돈을 우선 지불하고 나중에 농산물을 갚을 때 N에서 그 곡물 대출에 대한 이자에 해당하는 금액을 차감하고 돈을 돌려받는다면 동일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곡물을 빌린 것에 대한 비용을 돈으로 지불한 결과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농산물 예금·대출 시장을 '합성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앞의 가공업자는 가공 라인을 멈추지 않게 하기 위한 농산물을 A라고 하는 거래 상대에게서 빌려 왔다가 나중에 갚았다. 그런데 지금 A로부터 농산물을 받아 오고 N이라는 돈을 지불한 뒤에, 나중에 갚을 때는 A가 아닌 B라는 별개의 거래 상대에게 농산물을 돌려주고 N에서 그 빌려 온 비용을 차감한 나머지 돈을 받아 오는 것은 어떨까? 내 입장에서는 A에게 빌려 와 A에게 갚는 것과 A에게 빌려 와 B에게 갚는 것이 경제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 A에게 농산물을 받아 오고 B에게 농산물을 갚는 것을 거래의 관점에서 다시 들여다보자. 농산물 현물 시장에서 농산물을 사 오고 농산물 선도 혹은 선물 시장에서 그 선도나 선물을 매도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즉 현물 시장의 거래와 짝으로 행해지는 선도 혹은 선물 거래는 헤지가 아니라 농산물에 대한 예금·대출을 합성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19~20세기의 농산물 선물 시장에서 누가 거래를 해 왔는가를 살펴보라. 교과서에서는 농산물 생산업자들이 미래에 생산될 작물에 대한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선물을 매도한다고 묘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사실 농산물 생산업자들은 시카고 선물 시장에 대해 언제나 적대적 태도를 견지해 왔다. 생산업자를 대신해 선물을 주로 거래한 쪽은 농산물 가공 처리업자였다. 이들은 선물을 별개로 거래한 것이 아니라 앞에서 묘사한 것처럼 현물 거래와 짝을 이루어 수행했다. 선물 시장이 예금·대출 시장을 대신해 형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이 농산물에 대한 예금·대출 시장도 선물 시장과 같이 동시에 존재했었는데, 이것이 법적으로 단속·규제되기 시작해 불법으로 간주되자, 선물 시장이 그 대안으로서 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면, 설령 선도·선물 시장이 지금처럼 외부적으로 명백하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물 시장처럼 예금·대출 시장의 합성을 통해 그 합성적인 선도·선물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또 실제로 그렇게 이용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3-1-7. 스와프는 선도와 옵션으로 분해되는 장외 파생 계약
스와프(swap)는 두 거래 상대방이 미리 약정한 방식에 따라 물건 혹은 돈을 주고받는 모든 장외 파생 계약을 총칭하는 표현이다. 'swap'라는 영단어는 글자 그대로 '교환한다', '바꾼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무엇을 주고받을 것인지, 그리고 거기에 어떤 조건이 붙어 있는가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상대적으로 표준화가 되어 있는 바닐라 스와프(vanilla swap)[주]*와 그때그때 주문 제작되는 비정형 스와프(exotic swap)다. 여기서 바닐라 스와프는 모두 델타원 파생금융이다.
통화 스와프는 외환 스와프와 유사하다. 외환 스와프는 보통 만기 1년 이내에 대해 현금 시점과 미래 시점 2번만 두 통화를 교환한다. 반면, 통화 스와프는 대개 만기가 1년 이상이고 처음에 주고받는 두 통화의 환율과 나중에 주고받는 환율이 동일하다. 그리고 중간에, 가령 3개월이나 6개월에 한 번씩 미리 정한 대로 각 통화 원금의 이자에 해당하는 현금을 주도받는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100만 달러를 받고 10억 원을 준다고 해 보자. 니는 내가 10억 원을 빌려 주고 100만 달러를 빌려 온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각각의 원금에 대해 달러는 고정 1퍼센트로 하고 원화는 고정 연 3퍼센트로 하기로 했다면, 만기가 될 때까지 3개월마다 나는 10억 원의 3퍼센트의 4분의 1만큼만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받아 오고, 대신 100만 달러 1퍼센트의 4분 1만큼을 거래 상대방에게 지급하는 것이다.[주]*
이러한 통화 스와프가 이루어지다 '같은 통화에 대해 그 이자 흐름만을 주고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만들어진 것이 이자율 스와프다. 이자율 스와프는 변동 금리와 변동 금리[주]*를 주고받는다. 초기와 만기에 원금을 주고받지 않기 때문에 통화 스와프에 비해 시장 리스크나 거래 상대방 리스크가 매우 작다.
3-1-8. 신용 부도 스와프는 옵션이다
순수한 의미의 스와프, 즉 델타원 파생 거래에 속하는 스와프는 그 교환 조건에 아무런 전제가 붙지 않아야 한다. 전제 조건이 붙으면 이는 사실 옵션이 내재된 파생금융이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용 부도 스와프는 사실 '신용 부도 옵션'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한데 시장 관습상 스와프라고 부르고 있다.
신용 부도 스와프는 두 거래 당사자가 있어야 하고 신용 부도 사건의 참조가 되는 채권 혹은 회사가 있어야 한다. 내가 신용 보장을 구입하려는 측이라면 그 보장(protection)을 판매하는 거래 상대 A에게 통상 5년인 만기가 되기까지 미리 약정한 금액을 통상 3개월에 한 번씩 지급한다. 그리고 만약 신용 부도 사건의 참조가 되는 채권 B에 실제로 부도가 발생할 경우, 더 이상 아무 금액을 지급할 필요 없이 그 부도로 인한 손해액을 A로부터 보상받는다. 즉 B에 부도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만기까지 약정된 금액을 계속 지불하고 A로부터 아무것도 받지 않은 채로 계약은 종료되는 것이다. 여기서 지급하기로 되어 있는 금액을 '스프레드(spread)' 혹은 프리미엄(premium)'이라고 부르며, '보장 원금 대비 퍼센트'의 형태로 표현된다.
어떠한 손실이 발생하면 그 손실을 메워준다는 점에서 신용 부도 스와프는 보험 계약과 경제적으로 매우 흡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탓인지 보험 회사들은 신용 부도 스와프를 보험 계약의 일종으로 보고 많은 거래를 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투자자 버핏은 신용 부도 스와프를 "금융의 대량 살상 무기"라고 지칭하며 매우 혐오한다. 레버리지에 의해 얽히고설켜 있는 세계 금융 시장을 완전히 폭파시킬수도 있는 위험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의 식견처럼 2007~2008년의 금융 위기하에 미국 제일의 보험 회사 AIG는 신용 부도 스와프의 보장 매도 포지션을 너무 큰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결국 무너져 미 연방정부에 의해 인수된 바 있다. 이 신용 부도 스와프와 그 변종들로 구성된 우리나라 ABCP 시장도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져 있어 그 잠재적인 위험이 적지 않다. (ABCP는 4장에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볼 것이다.)
일반적인 매매는 거래 즉시 물건과 돈을 교환하는 것이 관습이며, 현재의 물건을 가지고 거래한다는 의미에서 '현물(spot) 거래'라고 부르기도 한다.[주]* 선도의 영어명 'forward contract'의 'forward'는 그 교환 시점이 지금 현장(spot)이 아니라 미해 시점으로 지정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매매하고자 하는 대상의 반대급부로서 반드시 돈을 지급하거나 지급받을 필요는 없으며 다른 기초 자산을 쓰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가령, 내가 석유 1배럴을 3개월 뒤에 살 예정인데 이를 꼭 달러로 지불하라는 법은 없다. 필요하다면 미리 약속된 금액의 원화로 지급하기로 하거나 약속된 중량의 금괴로 지급하거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선도는 현물 거래와 마찬가지로 두 거래 상대 사이의 약속, 즉 계약이기 때문에 서로의 편의에 맞춰 약정하기만 하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면 선도가 왜 델타원 파생 거래일까?
가상의 선도 계약을 한번 고려해 보자. A는 B라고 하는 거래 상대로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5개월 뒤에 1주 매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는 100만 원이고, 약간의 협상 끝에 5개월 위 한 주당 105만 원에 매입하기로 선도 계약을 맺었다.
5개월이 지나 만기일이 도래하면 이 선도 거래의 최종적인 손익이 결정된다. 가령 만기일의 삼성전자 주가가 106만 원이라면 어떻게 될까? A는 105만 원에 1주를 사기로 했으므로, 105만 원을 B에게 지불하고 그 반대급부로 삼성전자 주식 1주를 받아 온다. 그러넫 시장에서 이것을 106만 원에 팔 수 있으므로 그 즉시 팔아 버리면 A는 106만 원을 손에 쥔다. 따라서 1만 원의 이익을 보게 되었다.
이번엔 반대로 만기일의 삼성전자 주가가 104만 원으로 떨어진 경우를 생각해 보자. 약정한 대로 105만 원을 지급하고 삼성전자 주식 1주를 받아 왔는데 이를 시장에 내다 팔면 104만 원을 받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1만 원의 손해를 보는 셈이다.
물론 만기일의 삼성전자 주가가 105만 원으로 결정되었다면 A는 5개월 전에 맺은 선도 계약으로부터 아무런 이익도 손실도 입지 않게 될 것이다.
이 3가지 경우를 요약하면, 만기일의 삼성전자 주가가 105만 원이면 A에겐 아무런 손익이 없지만, 106만 원으로 105만 원보다 1만 원 높게 끝나면 A의 선도 계약 또한 1만 원의 이익이 발생하고, 반대로 104만 원으로 105만 원보다 1만 원 낮게 끝나면 A는 선도 계약으로 1만 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기초 자산의 가격이 1만 원 오름에 따라 A의 선도 계약 또한 1만 원의 이익을 보고, 반대로 기초 자산 가격이 1만 원 내리면 A의 선도 계약 또한 1만 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기초 자산 가격의 변동만큼 A의 선도 계약이 손익을 보므로 앞에서 정의한 델타원 파생 거래의 조건을 만족하는 것이다.
3-1-2. 선도는 거래 당사자 모두에게 의무다
만약 만기일의 주가가 105만 원 근처의 값이 아닌 아주 극단적인 값이라면 어떻게 될까? 가령 5개월 뒤 삼성전자의 주가가 205만 원이 된다면, A는 105만 원을 지급하고 삼성전자 주식 1주를 받아 205만 원에 팔 수 있으니 100만 원의 이익을 본다. 만기의 삼성전자 주가가 105만 원일 때와 비교하면, 주가가 100만 원 더 올랐는데 A의 선도 계약 또한 100만 원의 이익을 보니, 앞에서 얘기한 델타원의 조건을 여전히 만족한다. 이처럼 기초 자산의 가격 영역과 무관하게 파생금융 가격의 기초 자산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동일해야 델타원 파생금융 조건을 만족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엔 반대 방향의 극단적인 경우를 보자. 만기일 삼성전자의 주가가 5만 원으로 떨어졌다. 시장에서 5만 원이면 살 수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을 A는 선도 계약 탓에 105만 원을 주고 사 와야 한다. 105만 원을 지급하고 5만 원을 받게 되니 100만 원을 잃게 된다. 이는 너무 큰 손실이니, A는 선도 계약을 무시하고 B로부터 삼성전자 주식으로 사 오지 않을 수는 없을까? 정답은 "그럴 수 없다."이다. 선도는 거래 쌍방 모두에게 의무이며, 내가 유리하면 약속을 지키고 불리하면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이 허용되도록 한 것이 있는데, 이는 잠시 뒤에 다루도록 하겠다.)
삼성전자 주가가 5만 원으로 떨어져 100만 원의 손실을 입게 생겼다면 A는 "선도 의무를 지켜야 하나?"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는 삼성전자 주가가 205만 원으로 오른 앞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A가 100만 원의 이익을 보게 되어 좋아하고 있을 때 거래 상대인 B는 100만 원의 손실을 보게 되었으니 A와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즉 선도는 기초 자산 가격이 너무 많이 변하면 거래 상대방이 의무를 저버릴 수 있는 리스크가 생긴다. 이를 거래 상대방의 '의무 불이행 리스크'라고 부르며, 선도 거래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곤 한다. 물론 상대방이 선도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그 잘못을 물어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다.
3-1-3. 선도는 장외에서 거래되는 델타원 파생 거래
교과서에서 흔히 얘기되는 선도의 또 다른 약점으로 거래 상대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 있다. 내가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수량만큼 팔려는 거래 상대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그 시간 및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이는 장내 파생 거래 중개를 통한 수수료를 수익원으로 하는 영리 목적의 거래소들이 하는 얘기다. 그런데 아주 일반적인 물건이라면 모르겠지만 파생금융이 대상으로 삼는 기초 자산의 경우에는 이러한 언급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거래소에서 다뤄지는 기초 자산들이라면 그에 대한 선도 거래를 제공해 줄 상대방, 즉 투자은행을 찾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과 이자율 기초 자산의 경우라면 장내 파생의 작게는 몇 배 크게는 몇십 배 이상의 유동성이 장외 파생, 즉 선도에 의해 주어진다. 원자재 기초 자산의 선도에도 외환과 이자율 기초 자산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한 규모의 유동성이 존재한다. 주식 선도의 경우에만 장내 파생보다는 규모가 작다고 볼 수 있다. 즉 기초 자산이 무엇이냐에 따라 선도와 선물의 유동성의 우열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또 선도의 거래 상대인 투자은행들의 신용도 및 신용 등급은 웬만한 국가의 신용 등급을 상회한다. 따라서 거래 상대의 의무 불이행 리스크를 보통의 기관이 걱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반면, 선도의 장점은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만기가 도래하기까지는 평가상의 손익만 발생할 뿐 중간 정산 과정이 없어 현금 흐름상의 문제를 일으킬 염려가 없다는 점, 그리고 자신의 니즈에 정확히 대응하는 거래를 주문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순수한 헤지 목적으로 선도 거래를 했는데 선물과 같이 중간에 계속 손익을 정산하게 되면, 금융 회사가 아닌 기업 같은 경우 평가상으로는 아무 영향이 없더라도 현금을 계속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기업의 존폐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선물은 거래소가 표준화를 통한 유동성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 규모나 만기일 등이 내가 원하는 조건과 잘 맞지 않는, 그래서 이른바 얘기하는 베이시스 리스크(basis risk)[주]*를 추가로 질 가능성도 있어 불리하다. 선도의 경우라면 이런 문제를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다. 금융 회사가 아닌 기업의 경우 이 2가지는 특히 중요하다.
[주]* 가령 나는 옥수수가 8만 톤만 필요한데 선물로는 5만 톤 아니면 10만 톤 중에 선택할 수밖에 없다든지, 나는 만기일이 6월 말인데 선물은 6월 중순 아니면 7월 중순이어서 시기가 조금 어긋난 채로 거래해야 한다든지 하는 경우 발생하는 리스크다.
3-1-4. 선물, 거래소에 의해 장내화된 선도
선물(futures)[주]*은 자생적으로 오래전부터 거래되고 있던 선도를 거래소가 모방하여 내놓은 거래다. 그런데 거래 참가자가 충분하지 않으면, 즉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리 거래소가 이러한 거래를 중개해 줄 의향이 있어도 시장의 힘에 의해 그 선물은 사장될 수 있다. 따라서 거래소에서는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계약의 표준화를 추진한다. 이에 따라 거래의 기초 자산, 물량, 만기 등에 제약이 주어진다.
선도와 대비되는 선물의 가장 큰 특징은 일일 정산과 증거금이 있다는 점이다. 일일 정산(daily margining)은 선물 가격 변동에 따라 매일 장이 끝나고 나면 그 손익을 현금으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코스피 200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선물 거래를 A가 1계약 매수했다. 매수 시점의 선물 가격은 250이었고 거래 배수는 50만 원이다. 다음날, A가 매수한 선물 거래의 가격이 변동해 251로 마감되었다. 250에 샀는데 그 가격이 올랐으므로 그 차이만큼 이익을 보며 그 이익을 현금으로 받게 된다. 따라서 A가 받게 되는 돈은 다음과 같이 50만 원이다.
1계약 × 50만 원 × (251-250)=50만 원.그 다음날, 이번에는 A가 매수한 선물 거래의 가격이 249로 하락했다. 그 전날 251이었던 것이 249가 되었으므로, 그만큼 A가 매수한 선물 거래는 손실을 보고, 그 손실을 즉시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A가 이날 장이 끝나고 지급해야 하는 돈은 다음과 같이 100만 원이 다.
1계약 × 50만 원 × (249-251)=-100만 원.이와 같은 식으로 선물의 만기일까지 혹은 이 선물 거래를 취소시키는 반대 거래[주]*를 할 때까지 일별로 정산이 계속 이루어지는 것이다. 선물 만기일의 선물 가격은 그 선물의 기초 자산의 현물 가격과 동일해지는데, 일반적으로 선물을 만기일까지 유지하는 것은 드물며 대개는 그전에 반대 거래를 통해 취소시키는 경우가 다반사다.
[주]* 내가 기존에 선물을 매수한 상태에서, 동일한 선물 계약에 대해 같은 수량으로 매도하면 기존 선물이 상쇄되어 취소된다. 이것이 반대 거래다. 기존에 선물을 매도한 상태라며, 이번에는 동일한 선물 계약을 매수하는 거래가 반대 거래가 된다.
3-1-5. 일일 정산을 위한 증거금 제도
일일 정산 과정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려면 이 선물 거래 당사자들이 모두 매일같이 현금을 보내고 받고 해야 한다. 그렇다면 손실을 본 측에서 이 정산 현금을 지급하는 것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거래소 입장에서는 돈이 들어와야 돈을 받아 갈 거래자에게 줄 수 있는데, 한 명이라도 정산의 의무를 다하지 앟으면 모든 시스템이 서 버릴 위험이 있다. 그래서 이러한 위험을 통제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선물을 거래하려면 우선 거래소 측에 증거금(margin)을 맡겨야 한다. 쉽게 얘기하자면, 일정한 현금을 미리 거래소에 맡겨 놓고, 만약 내가 선물에서 손실을 보면 미리 맡긴 증거금에서 돈을 빼 정산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증거금의 규모가 관건이 된다. 증거금이 충분해야 혹시라도 발생할 손실의 최대 규모를 다 흡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증거금에는 개시 증거금과 유지 증거금이 있다. 개시 증거금(initial margin)은 선물 거래 원금의 일정 비율을 우선 현금으로 맡겨 놓는 것이고, 유지 증거금(maintenance margin)은 평소에 유지해야 하는 기준 액수를 말한다. 즉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개시 증거금에서 계속 현금이 빠져나가 유지 증거금 이하로까지 내려가면 원래 수준 이상이 되도록 현금을 추가로 입금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증거금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다시 개시 증거금 수준으로 맞춰 놓을 것을 거래소가 요구하는 것을 마진 콜(margin call)이라 한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거래소는 강제로 포지션을 정리하고 남는 돈을 돌려준다.
예를 들어 보자. 내가 코스피 200 선물을 1계약 매수하고자 할 때 개시 증거금이 15퍼센트다. 따라서 납부해야 하는 금액은 다음과 같다.
1계약 × 50만 원 × 250 × 15퍼센트=1875만 원.다음날 코스피 200 지수가 236으로 하락했다. 내 손실은 다음과 같다.
1계약 × 50만 원 × (236-250)=700만 원.이 손실액을 개시 증거금 1875만 원에서 제하므로 증거금은 1175만 원이 남아 있다. 그런데 유지 증거금율이 10퍼센트라고 하면 원금 대비 증거금의 비율을 구해 이 1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았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현재의 선물 계약 원금은 다음과 같다.
1계약 × 50만 원 × 236=1억 1800만 원.이 계약 원금 대비 현재 증거금 비율을 구하면 다음과 같다.
1175만 원 ÷ 1억 1800만 원=9.96퍼센트.이 비율은 유지 증거금 비율인 10퍼센트보다 낮으므로 원금의 15퍼센트에 해당하는 다음 금액까지 증거금을 다시 채워 넣어야 한다.
1억 1800만 원 × 15퍼센트=1770만 원.현재 1175만 원이 남아 있으므로 추가로 넣어야 할 금액은 595만 원이다.
이 일일 정산 과정과 증거금 제도 덕에 선물은 거래 상대방 불이행 리스크가 거의 제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선물을 거래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거래 상대방 리스크가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 거래소 자체가 부도날 경우 이 모든 정산 및 증거금 유지 과정이 혼돈 속으로 빠지면서 연쇄 부도 과정을 밟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 등에서는 이런 가능성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간주하지만, 1987년 뉴욕 주식 시장이 하루 만에 22.6퍼센트 폭락한 '검은 월요일'에 시카고상업거래소가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가 마지막 몇 분을 남기고 겨우 작동한 사례가 있다.
3-1-6. 선물의 본래 기능은 헤지가 아니었다
근대적인 의미의 세계 최초의 선물은 미국 거래소들이 만들었다. 곡물 거래가 많았던 5대호 연안 도시 시카고에는 시카고상업거래소와 시카고상품거래소가 19세기 말부터 오랫동안 서로 경쟁 관계를 유지해 왔고, 뉴욕에서는 버터와 치즈를 거래하는 거래소로 시작된 뉴욕상업거래소가 버터, 달걀 등에 대한 선물을 20세기 초반부터 다뤄 왔다.
선물도 다른 파생금융과 마찬가지로 투기, 헤지, 차익 거래 기능을 한다. 교과서에서는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미국 농산물 선물들이 헤지 목적으로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다고 기술한다. 이는 그렇게 올바른 묘사라고 볼 수 없다.
1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금융의 근본 뼈대는 소유권과 예금·대출이다. 화폐에 대한 수요가 있는데 내게 그 돈이 없다면 나는 돈을 빌려 그 수요를 충족하게 된다. 우선 대출해 돈이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나중에 만기가 되면 갚는 것은 누구라도 이해할 만한 내용이다.
돈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돈을 빌리는 것처럼, 농산물이 필요한 농산물 가공업자가 농산물을 빌리고 싶어한다. 농산물을 빌려 현재 가공 라인을 돌리는 수요를 충족하고, 나중에 다른 곳에서 생긴 동일한 농산물로 이를 갚겠다고 한다. 처음에 들으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이야기다. 이 농산물을 빌려 주고 나중에 돌려받는 '농산물 예금·대출 시장'이 존재한다면 말이다. 그러면 빌려 온 것에 대해 그 값을, 즉 일종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이 이자를 같은 농산물로 갚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 농산물을 빌려 오면서 N이라고 하는 돈을 우선 지불하고 나중에 농산물을 갚을 때 N에서 그 곡물 대출에 대한 이자에 해당하는 금액을 차감하고 돈을 돌려받는다면 동일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곡물을 빌린 것에 대한 비용을 돈으로 지불한 결과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농산물 예금·대출 시장을 '합성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앞의 가공업자는 가공 라인을 멈추지 않게 하기 위한 농산물을 A라고 하는 거래 상대에게서 빌려 왔다가 나중에 갚았다. 그런데 지금 A로부터 농산물을 받아 오고 N이라는 돈을 지불한 뒤에, 나중에 갚을 때는 A가 아닌 B라는 별개의 거래 상대에게 농산물을 돌려주고 N에서 그 빌려 온 비용을 차감한 나머지 돈을 받아 오는 것은 어떨까? 내 입장에서는 A에게 빌려 와 A에게 갚는 것과 A에게 빌려 와 B에게 갚는 것이 경제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 A에게 농산물을 받아 오고 B에게 농산물을 갚는 것을 거래의 관점에서 다시 들여다보자. 농산물 현물 시장에서 농산물을 사 오고 농산물 선도 혹은 선물 시장에서 그 선도나 선물을 매도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즉 현물 시장의 거래와 짝으로 행해지는 선도 혹은 선물 거래는 헤지가 아니라 농산물에 대한 예금·대출을 합성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19~20세기의 농산물 선물 시장에서 누가 거래를 해 왔는가를 살펴보라. 교과서에서는 농산물 생산업자들이 미래에 생산될 작물에 대한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선물을 매도한다고 묘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사실 농산물 생산업자들은 시카고 선물 시장에 대해 언제나 적대적 태도를 견지해 왔다. 생산업자를 대신해 선물을 주로 거래한 쪽은 농산물 가공 처리업자였다. 이들은 선물을 별개로 거래한 것이 아니라 앞에서 묘사한 것처럼 현물 거래와 짝을 이루어 수행했다. 선물 시장이 예금·대출 시장을 대신해 형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이 농산물에 대한 예금·대출 시장도 선물 시장과 같이 동시에 존재했었는데, 이것이 법적으로 단속·규제되기 시작해 불법으로 간주되자, 선물 시장이 그 대안으로서 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면, 설령 선도·선물 시장이 지금처럼 외부적으로 명백하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물 시장처럼 예금·대출 시장의 합성을 통해 그 합성적인 선도·선물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또 실제로 그렇게 이용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3-1-7. 스와프는 선도와 옵션으로 분해되는 장외 파생 계약
스와프(swap)는 두 거래 상대방이 미리 약정한 방식에 따라 물건 혹은 돈을 주고받는 모든 장외 파생 계약을 총칭하는 표현이다. 'swap'라는 영단어는 글자 그대로 '교환한다', '바꾼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무엇을 주고받을 것인지, 그리고 거기에 어떤 조건이 붙어 있는가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상대적으로 표준화가 되어 있는 바닐라 스와프(vanilla swap)[주]*와 그때그때 주문 제작되는 비정형 스와프(exotic swap)다. 여기서 바닐라 스와프는 모두 델타원 파생금융이다.
[주]* 플레인 바닐라 스와프(plain vanilla swap)라는 좀 더 긴 용어로 부르기도 한다. 플레인 바닐라 혹은 바닐라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바닐라에서 나온 말로, 가장 흔하고 평범한 형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옵션의 기본 구성 요소인 바닐라 옵션도 마찬가지의 의미다.바닐라 스와프로 분류될 만한 것으로는 외환 스와프(FX swap)와 통화 스와프(cross currency swap, CCS)[주]**, 이자율 스와프(interest rate swap, IRS) 등이 있고, 원자재나 주식을 기초 자산의 하나로 해 주고받는 원자재 스와프나 주식 스와프도 시장에서 얼마든지 발견된다. 이 외에도 순수한 의미의 바닐라 스와프는 아니지만 그 전형적인 형태가 존재하는 애셋 스와프(asset swap), 토털 리턴 스와프(total return swap),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 금융 위기를 통해 일반에게 널려 알려진 신용 부도 스와프(credit default swap, CDS) 등이 있다.
[주]**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을 'CRS'라는 국적 불명의 용어로 부르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아무도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한다.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바닐라 스와프를 알아보자. 외환 스와프는 두 통화를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달러와 원화를 가지고 설명하면, 지금 당장 A라고 하는 거래 상대로부터 100만 달러를 받고 10억 원을 주는 대신, 지금으로부터 6개월 후에 내가 받았던 100만 달러를 다시 돌려주고 10억 5천만 원을 받아 오기로 지금 계약을 맺으면, 그것이 외환 스와프가 된다. 여기서 계약 시 협의해야 하는 사항은 그 '금액을 어마로 할 것인가'와 '언제 돌려줄 것인가' 그리고 '돌려줄 때 얼마의 원화 금액을 받아올 것인가'의 3가지다. 이 외환 스와프에서 벌어지는 일을 잘 보면, 지금 당장 달러를 샀다가 6개월 뒤 다시 파는 두 거래의 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까운 시점을 '니어 레그(near leg)', 먼 미래의 시점을 '파 레그(far leg)'라고 부르고, 이 전체 거래를 '미 달러 매입·매도(buy/sell) 외환 스와프'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대로 달러를 먼저 매도했다가 나중에 다시 매입해 오는 계약을 맺는다면,이는 '미 달러 매도·매입(sell/buy) 외환 스와프'다.
통화 스와프는 외환 스와프와 유사하다. 외환 스와프는 보통 만기 1년 이내에 대해 현금 시점과 미래 시점 2번만 두 통화를 교환한다. 반면, 통화 스와프는 대개 만기가 1년 이상이고 처음에 주고받는 두 통화의 환율과 나중에 주고받는 환율이 동일하다. 그리고 중간에, 가령 3개월이나 6개월에 한 번씩 미리 정한 대로 각 통화 원금의 이자에 해당하는 현금을 주도받는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100만 달러를 받고 10억 원을 준다고 해 보자. 니는 내가 10억 원을 빌려 주고 100만 달러를 빌려 온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각각의 원금에 대해 달러는 고정 1퍼센트로 하고 원화는 고정 연 3퍼센트로 하기로 했다면, 만기가 될 때까지 3개월마다 나는 10억 원의 3퍼센트의 4분의 1만큼만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받아 오고, 대신 100만 달러 1퍼센트의 4분 1만큼을 거래 상대방에게 지급하는 것이다.[주]*
[주]* 양 통화의 원금에 대해 모두 고정 이자를 주고받는 것은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거래는 아니다. 여기서는 설명의 편의를 위해 이렇게 가정한 것이다. 이처럼 이자를 주고받는 것과 관련해 독특하 시장 관습이 있다 보니 초보자들이 매우 혼란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외환 스와프나 통화 스와프는 외환 현물 거래와 일련의 외환 선도들의 합으로 만들 수 있다. 가령, 달러 매입·매도 외환 스와프의 경우, 달러 현물 매입과 달러 선도 매도의 두 거래를 합침으로써 만들어낼 수 있다. 또 1년 만기에 3개월 이자 지급 주기를 갖는 달러 매도·매입 통화 스와프의 경우라면, 달러 현물 매도·3개월 만기의 달러 선도 매입, 6개월 만기의 달러 선도 매입, 9개월 만기의 달러 선도 매입, 그리고 1년 만기의 달러 선도 매입의 5개 거ㅐ를 합침으로써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단순한 개별 파생 거래를 합쳐 보다 복잡한 파생금융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은 금융공학 혹은 스트럭처링(structuring)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다. 참고로, 한국은행이 중국인민은행이나 미 연준과 맺은 통화 스와프는 기술적으로 보면 그 만기가 3개월이고 현금 흐름이 초기와 만기 2번만 있기 때문에 통화 스와프가 아니라 외환 스와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통화 스와프가 이루어지다 '같은 통화에 대해 그 이자 흐름만을 주고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만들어진 것이 이자율 스와프다. 이자율 스와프는 변동 금리와 변동 금리[주]*를 주고받는다. 초기와 만기에 원금을 주고받지 않기 때문에 통화 스와프에 비해 시장 리스크나 거래 상대방 리스크가 매우 작다.
[주]* 변동 금리와 변동 금리를 주고받는다는 것은, 가령 3개월 CD 금리와 1년 만기의 국고채 금리를 주고받는 식으로 서로 다른 별개의 변동 금리를 주고받는다는 의미다.
3-1-8. 신용 부도 스와프는 옵션이다
순수한 의미의 스와프, 즉 델타원 파생 거래에 속하는 스와프는 그 교환 조건에 아무런 전제가 붙지 않아야 한다. 전제 조건이 붙으면 이는 사실 옵션이 내재된 파생금융이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용 부도 스와프는 사실 '신용 부도 옵션'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한데 시장 관습상 스와프라고 부르고 있다.
신용 부도 스와프는 두 거래 당사자가 있어야 하고 신용 부도 사건의 참조가 되는 채권 혹은 회사가 있어야 한다. 내가 신용 보장을 구입하려는 측이라면 그 보장(protection)을 판매하는 거래 상대 A에게 통상 5년인 만기가 되기까지 미리 약정한 금액을 통상 3개월에 한 번씩 지급한다. 그리고 만약 신용 부도 사건의 참조가 되는 채권 B에 실제로 부도가 발생할 경우, 더 이상 아무 금액을 지급할 필요 없이 그 부도로 인한 손해액을 A로부터 보상받는다. 즉 B에 부도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만기까지 약정된 금액을 계속 지불하고 A로부터 아무것도 받지 않은 채로 계약은 종료되는 것이다. 여기서 지급하기로 되어 있는 금액을 '스프레드(spread)' 혹은 프리미엄(premium)'이라고 부르며, '보장 원금 대비 퍼센트'의 형태로 표현된다.
어떠한 손실이 발생하면 그 손실을 메워준다는 점에서 신용 부도 스와프는 보험 계약과 경제적으로 매우 흡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탓인지 보험 회사들은 신용 부도 스와프를 보험 계약의 일종으로 보고 많은 거래를 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투자자 버핏은 신용 부도 스와프를 "금융의 대량 살상 무기"라고 지칭하며 매우 혐오한다. 레버리지에 의해 얽히고설켜 있는 세계 금융 시장을 완전히 폭파시킬수도 있는 위험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의 식견처럼 2007~2008년의 금융 위기하에 미국 제일의 보험 회사 AIG는 신용 부도 스와프의 보장 매도 포지션을 너무 큰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결국 무너져 미 연방정부에 의해 인수된 바 있다. 이 신용 부도 스와프와 그 변종들로 구성된 우리나라 ABCP 시장도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져 있어 그 잠재적인 위험이 적지 않다. (ABCP는 4장에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