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29일 화요일

EARLY AMERICAN CURRENCY AND FINANCIAL DOCUMENTS

http://www.scottwinslow.com/2002/content/catalogs/november2001part1.pdf

TEXAS MIDLAND SUED.; Attorney General of Texas Charges Road with Viola... - Article Preview - The New York Times

TEXAS MIDLAND SUED.; Attorney General of Texas Charges Road with Viola... - Article Preview - The New York Times

《위대한 가치투자자 캐피탈 그룹》

관련분류
Welcome > 국내도서 > 비즈니스와 경제 > 투자/재테크 > 주식/증권

• 책소개

주식시장이 대폭락했던 1931년, 직원 8명과 운용자산 1200만 달러로 출발한 캐피탈 그룹은 현재 전체 인력 9000명, 운용자산 1조4000억 달러(1400조 원)의 세계 3대 자산운용회사 가운데 하나로 우뚝 섰다. 이 책은 캐피탈이 초일류 자산운용회사로 발돋움하게 된 성공요인과 캐피탈만의 독특한 투자철학 및 기업문화, 최고경영진의 리더십을 상세하게 들여다본다. 저자는 우수한 투자실적과 고객들의 철석 같은 신뢰가 어떻게 뿌리를 내리게 됐는지를 드러내기 위해 192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캐피탈 그룹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는 오늘의 캐피탈을 일궈낸 인물들 수십 명을 인터뷰했고, 캐피탈 그룹의 창업 과정과 이 회사를 지탱해주는 가치, 발군의 투자회사로 일궈낸 인물들에 대한 놀라운 이이야기를 담아냈다. 지난 70여 년 동안 요란한 펀드 광고 하나 없이 묵묵히 자기 일만을 해온 캐피탈 그룹의 투자전문가들이 어떻게 세계 초일류 자산운용회사를 일궈낼 수 있었는지 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 찰스 D. 엘리스

자산운용 분야의 전문가로, 지난 30여 년간 투자전략 컨설팅회사인 그리니치 어소시에이츠의 파트너로 일하며 세계적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투자자문을 해왔다. 하버드 대학교 비즈니스스쿨과 예일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투자관리론을 강의했으며,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이사회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패자의 게임Winning the Loser's Game》을 비롯해 10권의 투자금융 관련 저서가 있다.


• 목차보기

버튼 G. 멜키엘의 서문
머리말: 캐피탈의 철학
제1장 영혼이 있는 기업
제2장 시간과 생존
제3장 다중운용자 시스템
제4장 핵심 인력의 구축
제5장 장기 투자자를 위한 뮤추얼펀드
제6장 루비콘 강을 건너다: 캐피탈 그룹
제7장 고객 서비스
제8장 인수합병과 벤처 투자
제9장 연기금 자산의 운용
제10장 글로벌 투자를 개척하다
제11장 세계 최대의 이머징마켓 투자자
제12장 노-스타 정책과 익명성
제13장 캐피탈의 리더십
제14장 오너가 없는 회사: 비상장 원칙의 고수
제15장 캐피탈은 어떻게 투자하는가
에필로그
부록1. 회사의 목적과 목표
부록2. 경영의 기본 신조
부록3. 캐피탈 그룹 성장 추이
참고. 캐피탈 그룹 국내 주식 보유현황
역자후기


• 책속으로

캐피탈은 신중한 자세로 "인기가 달아오른" 투자 개념을 피해왔다. 그런 투자 상품을 팔려는 브로커들에게는 당혹스러운 일이지만, 캐피탈은 그것이야말로 장기 투자자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다. 캐피탈이 신규 펀드 출시를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히려 신규 펀드를 출시할 적기는 언제나 아주 나쁜 시점으로 보일 때임을 잘 알고 있는 캐피탈은 "의혹이 밀물처럼 일어날 때 신규 펀드를 출시한다"고 밝힌다. --- p.110

투자의 세계에서는 자동차 경주와 마찬가지로, 경주에서 승리하기 위해 모든 코스에서 승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경주의 마지막에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운전자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 준비를 해야 하지만, 너무 위험한 시도를 한다면 담장을 들이박고 말 것이다. 의미 있는 위험이 있는가 하면, 아무 의미도 없는 위험이 있다. --- p.145

캐피탈은 "가치투자"라는 입장에 서 있으면서도 이 용어를 경계한다. 다른 투자자들이 "가치"를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주식이나 고배당 주식, 실속 있는 자산주에만 국한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캐피탈은 성장주를 포함해 다음과 같은 모든 투자에 가치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앞으로 여러 해를 기다리면 현재 주식시장에서 인정되는 가치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인정받을 게 확실한 투자를 가치라고 보는 것이다. --- p.324

투자의 성공은 틀린 결정을 하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틀린 결정보다 옳은 결정을 하는 데 있는 것도 아니다. 성공은 잘못된 결정의 결과를 옳은 결정의 결과가 능가할 때 달성된다. 베이브 루스도 통산 홈런 개수보다 세 배나 더 많은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했다. 미키 맨틀이나 새미 소사도 그랬다. 그러나 이들이 친 홈런의 결과가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한 결과를 훨씬 더 능가했다. --- pp.352~353


• 출판사 리뷰


한국 보유주식 평가액만 12조 원이 넘는 외국인 "최대 투자자"

캐피탈 그룹은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한 자산운용회사다. 실제로 한때 삼성전자의 지분을 12%나 보유, 단일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고, 현재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현대자동차, 국민은행 등 국내 대표기업 24곳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주식 시가총액만 12조 원이 넘는다. 캐피탈은 글로벌 투자의 개척자로 손꼽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머징마켓 주식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캐피탈은 현재 이머징마켓 투자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2~10위 업체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투자 규모가 훨씬 더 크다. 캐피탈이 운용하는 뮤추얼펀드들은 탁월한 장기 투자수익률을 꾸준히 달성해왔지만, 캐피탈은 창업 이래 절대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해왔다. 기업으로서의 평판이나 개인적인 명성이 고객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캐피탈은 그래서 광고를 전혀 하지 않고, 아예 미디어 노출을 피한다. 인기 있는 펀드 상품은 출시하지 않고, "스타 펀드매니저"를 두지 않는다는 점 역시 캐피탈 그룹만의 독특한 투자철학이다. 특히 비상장 원칙을 고수하면서 보유주식을 임직원들이 소유하고, 퇴사 후에는 회사가 이를 다시 사들여 다른 임직원들에게 재분배함으로써 "오너가 없는" 기업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펀드 광고는 전혀 하지 않고 스타 펀드매니저도 두지 않는다"

버튼 멜키엘이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투자의 세계를 가장 정밀하게 볼 줄 아는 전략가와 투자업계의 가장 탁월한 투자회사가 만난 완벽한 궁합의 결실이다. 이 책의 저자 찰스 엘리스는 오늘의 캐피탈을 일궈낸 인물들 수십 명을 인터뷰했고, 캐피탈 그룹의 창업 과정과 이 회사를 지탱해주는 가치, 발군의 투자회사로 일궈낸 인물들에 대한 놀라운 이이야기를 이 책에 담아냈다. 찰스 엘리스가 재치 있으면서도 수려한 문체로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는 내용을 통해 우리는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을 끌어 모아 하나의 공동체로 일구는 일, 또 이들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넘어야 할 목표를 차근차근 높여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캐피탈의 성공요인을 찾자면 고객을 이롭게 하는 것에서 회사가 본질적인 성장동력을 얻는다는 점과 상하를 가르지 않는 상호존중의 기업문화를 꼽을 수 있다. 캐피탈의 창업자 조나단 벨 러브레이스(1895~1979)는 늘 "탐욕을 경계하라(Don't be greedy)" "공명정대하라(Be fair)"라고 이야기했는데, 여기에 캐피탈의 투자철학이 그대로 녹아있다. 러브레이스의 이 같은 메시지는 사실 당연한 것이지만, 단기적인 유행과 테마가 판을 치는 요즘 주식시장에서 캐피탈이 꿋꿋이 장기적인 안목과 일관된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창업자 세대부터 전해져 온 이런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캐피탈만의 독특한 기업정신… "탐욕을 경계하라, 공명정대하라"

캐피탈 그룹은 그때그때 유행하는 투자 테마가 계속 바뀌고, 인기 있는 투자 스타일이 끊임없이 변하는 와중에도 장기적인 관점을 꾸준히 지켜왔다. 바람을 타는 인기 펀드 상품들이 출시될 때도 캐피탈은 유사 펀드 상품의 출시를 자제한다. 캐피탈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광고를 하지 않았다. 캐피탈 경영진은 자사 펀드를 홍보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고, 아주 "인기가 달아오른" 펀드일수록 입 단속을 더욱 강하게 한다. 왜냐하면 그 때쯤이면 인기 펀드의 투자 수익률이 반전될 확률이 높고, 따라서 투자자들은 어김없이 최악의 시점에 투자하기 십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캐피탈은 투자실적을 설명할 때, 성과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는 "퍼포먼스(performance)"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캐피탈은 공연이라는 뜻으로도 쓰이는 이 용어는 할리우드나 뉴욕의 배우들이 하는 일에나 어울린다고 여긴다. 장기 투자자를 위한 뮤추얼펀드를 고집하는 캐피탈은 주가가 폭락을 거듭하며 시장이 무너진 뒤 "의혹이 밀물처럼 일 때" 신규 펀드를 출시하고 투자자들은 기꺼이 캐피탈에 돈을 맡긴다. 우수한 투자실적과 고객들의 철석 같은 신뢰가 어떻게 뿌리를 내리게 됐는지를 드러내기 위해, 이 책의 저자는 멀리 192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캐피탈 그룹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독자들은 지난 70여 년 동안 요란한 펀드 광고 하나 없이 묵묵히 자기 일만을 해온 캐피탈 그룹의 투자전문가들이 어떻게 세계 초일류 자산운용회사를 일궈낼 수 있었는지 이 책에서 생생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4월 26일 토요일

Chain Banking

Chain Banking: Definition and Much More from Answers.com

이중책임제도하에서 위험전가와 계열화 : 대공황시기 시카고 은행들을 대상으로 - 박경로(서울대학교 강사)

자료를 공개해주신 박경로 님께 감사드리며 ...

피어오르는 향 내음, 가슴에 품고




향불 하나 받들어 이바지하길 원하여
천리를 가는 마음, 공손되이 품으니
향 연기 타오르되 흩어지지 않고
천덕(天德) 향한 성심(誠心)은 깊어만 가네


회향시(懷香詩)라는 제가 좋아하는 글입니다.

欲供一爐奉 (욕공일로봉)
恭懷千里心 (공회천리심)
香煙飛不散 (향연비불산)
定向至誠深 (정향지성심)
제목부터 풀이까지 제 맘대로 읽은 저 나름의 해석일 뿐이고, 그런가 보다 하는 식으로 읽어 봅니다.
출처: 參佺戒經, 그 중의 성장(誠章) 第十一事 , 懷香, 誠之敬神 九用.

...... 2008년 4월 26일

언젠가 다시 보다가 바꾸어 읽어본다.
향불 하나 받들어 이바지하길 원하여
천리를 가는 마음, 공손되이 품으니
향 연기 타오르되 흩어지지 않고
이 길을 가리오, 새기는 마음 깊어만 가네
..... 2012년 7월 14일

2008년 4월 24일 목요일

자. 돌아가자, 그곳에 다시 돌아가자

***

잠시 머무는 이곳,
반갑지는 않아도
탓하고 싶지는 않아

탓해야 한다면 나를 탓하겠으나
탓할 나를 찾기도 쉽지 않은 일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내가 나인지, 네가 너인지

발딛은 이곳에
시선 둘 곳 없을지라도
여기서부터 다시
또다시 걸어서
그곳을 찾아가야지
그곳에 돌아가야지

2008년 4월 22일 화요일

ADHD와 현대사회

- 주의가 쉽게 흐트러지고 직면한 과제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증상,
- 다른 사람이 바로 면전에서 하는 말도 귀담아듣지 못하는 증상,
-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하는 증상,
- 단 몇 분 동안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증상,
- 신체적으로 아주 위험한 행동인데도 아무 생각 없이 몸을 맡길 정도의 주의력 상실 증상.

작년에 어느 출판사 사장님을 애먹이면서 번역하던 책의 한 구절이다. 이 구절을 번역하면서 나도 놀랐다. 내가 상당 정도 이상으로 만취해서 보이는 증상과 별반 다를 게 없어서이다. 또 작년 어느 명절연휴 어느 지하철 역에서 철로로 떨어질 듯 흐느적 거리는 그리 늙지도 않으신 어느 어르신을 붙잡으며 호통쳤을 때가 기억나게 하는 구절이다. 그때 그 어르신께 호통쳤지만 웃음만 지으셨다.

다음은 이어지는 구절의 발췌문이다.

***


이런 행동 유형들은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에서 "주의력결핍 장애(attention deficit disorder, ADD)"―혹은 "주의력결핍 과다행동 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로도 불림―로 특징짓고 있는 증상들이다. 미국에서 주의력결핍 장애(ADD) 진단의 빈도는 1990년대에 극적으로 늘어났다. ...


ADD는 늘어나는 빈도뿐만 아니라 그 처방에서도 현대사회의 이면을 많이 드러내준다. 즉 이 질환에 대한 현대사회의 대응은 약물치료로 진행됐다. 그 약물로 처방된 것은 코카인 종류의 물질에서 추출된 강력한 자극제인 리탈린(Ritalin)이었다. 이 약의 처방은 1990년~1999년에 미국에서 700% 증가했고, 4~5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이 약을 주기적으로 복용하고 있다. ... 리탈린은 ADD의 일부 증상들이 표출되지 못하도록 억제하지만, "리탈린 리바운드(Ritalin rebound)"라고 불리는 부작용으로 체중 감소, 불면증, 얼굴의 틱(tick) 증상, '비애감' 등을 유발한다. ...


『리탈린 열풍(Running on Ritalin)』이라는 저서를 낸 의사인 로렌스 딜러(Lawrence Diller)는 리탈린의 남용을 폭로하고, ADD 진단의 빈발과 리탈린 처방의 폭발적 증가를 사회적 변화에서 찾고 있다. 교실과 육아시설은 지금 사회경제적 압박을 동시에 느끼는 곳이 됐다. 1970년대에는 어린 아동을 둔 엄마들 가운데 30%만이 집 밖에서 일했다. 이제는 그 숫자가 70%를 웃돌고 부모 양쪽 모두 더 열심히 일하며 살아야 하지만, 일자리의 안정성은 오히려 떨어진 경우가 많다. 딜러는 단지 산만할 뿐이고 학교생활을 지루해 하는 아이들이나 공상을 즐기고 집안에서 스스로 해야 할 일에 게으를 뿐인 정상적인 아이들이 과민한 부모들에 의해 병원으로 인도되고 있으며, 뇌의 신경화학 물질에 장애가 있다는 의사들의 의욕적인 진단과 함께 강력한 약물 처방에 내맡겨진다고 주장한다. ... 리탈린이라는 약물은 스포츠계에서 불법으로 취급되는 경기력 향상 약물로 판정됐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들은 예전에는 조니의 행동에 문제가 있으면 조니의 엄마에 문제 가 있다고 했으나, 이제는 조니의 뇌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한다." ....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생계가 걸린 일자리에 전력투구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당연히 아이들에게 마땅히 요구되는 보살핌을 베풀 시간이 거의 없다. 예전에는 성인이 되기까지 신체적, 정서적 성숙을 향해 성장하는 것으로 족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부모들의 집착과 추상적인 욕망의 표현수단으로 변해가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 ADD라는 '전염병'은 아이들이라는 거울을 통해 가족구조의 변화, 곁에 없는 부모, 성공해야 한다는 중압감, 승자와 패자로 갈리는 문화를 말해주고 있다. ADD가 확산되고 악화될수록 그 거울은 보다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또 그 어느 때보다도 부유해진 경제가 뇌의 생화학에 투자할 자원은 있어도, 그 이상으로 교육에 쓸 자원은 없다는 사실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의료계를 좌지우지하는 제약회사들의 본질과 그 맞은편에는 규범에서 일탈하는 아이들을 순간적 인 치료에 맡기려는 부모들의 욕구도 드러내주고 있다. ADD의 열풍과 리탈린은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지만, 사회는 이 증상에 고유한 병리에는 대처하지 않고 행동의 문제를 일으킨 원인은 신경학적 질환이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몰고 가면 누구의 책임이라고 비난할 대상이 사라지고 만다. 부모나 교육 시스템, 가족구조에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 기대나 근로 유형의 변화, 부의 추구에 있는 것도 아니게 된다. 사회와 정책의 문제로부터 저 멀리에 있는 신경물질상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출처: Clive Hamilton, Growth Fetish

***

한편, 미국의 헬시네이션닷컴(HealthiNation.com)이란 곳에서 공익광고인지 이런 증상에 대한 비데오 링크가 눈에 띄어 붙여본다. 나중에 한 번 봐야겠다(ADHD Videos).

HEAVEN and its Wonders, and HELL: From Things Heard & Seen by EMANUEL SWEDENBORG, 1909

PUBLISHED BY J.M. DENT & SONS Ltd.(LONDON & TORONTO) & BY E.P. DUTTON & CO.(NEW YORK), 1909, Reprinted 1911, 1917, 1920.


  1. The INTRODUCTION reads as follows.
  2. The Lord is the God of Heaven (제2~6절)
  3. The Divine Sphere of the Lord Constitutes Heaven (제7~12절)
  4. The Divine Sphere of the Lord in Heaven is Love to Him, and Charity to the Neighbour (13-19)
  5. Heaven Is Divided into Two Kingdoms (20-28)
  6. There Are Three Heavens(29-40)
  7. The Heavens Consist of Countless Societes(41-50)
  8. Every Society is a Heaven on a Smaller Scale and Every Angel is a Heaven in Miniature (51~58)
  9. The Whole Heaven Viewed Collectively Is in the Human Form(59-67)
  10. Every Society in the Heavens Is in the Human Form(68-72)
  11. Hence Every Angel is in a Perfect Human Form (73~77)
  12. It is by Derivation from the Lord’s Divine Humanity that Heaven both in General and in Particular is in the Human Form (78-86)
  13. There is a Correspondence Between All Things of Heaven and All Things of Man (87~102)
  14. .

2008년 4월 19일 토요일

회사(시가총액)을 통째로 사는 관점: 주가매출액비율(PSR)

《슈퍼 스톡스Super Stocks》(켄 피셔Kenneth L. Fisher 지음. 이건/김홍식 옮김)에서 켄 피셔가 1984년 투자업계에 처음으로 제시했던 주가매출액비율 개념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이 책의 지은이는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Common Stocks and Uncommon Profits》의 지은이인 필립 피셔의 아들입니다. 1984년에 출판됐다가 다식 찍은 책인데, 뒤에 부록만 새로 붙었을 뿐 글자 하나 고치지 않고 다시 출간됐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상관 없이 여전히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입니다. 다음 달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1. 주식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시장에서 누구나 맞이하는 가장 큰 과제는, 주식 평가 방법을 파악하는 일이다. 가격 산정은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복잡한 작업도 아니다. 완벽하지 않은 경우라도 가격 산정은 얼마든지 잘 수행될 수 있다. 좋은 가격 산정 방법일수록 단순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가격 산정 개념을 제대로 파악한 사람은 아주 드물다. ...중략... 주식을 평가하는 가장 흔한 방법으로, 사람들은 이익이나 자산 가치라는 전통적 척도를 사용한다. 그러나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투자 업계에서 평가하는 방법은 대부분 틀렸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방식으로 사용하고, 어떤 사람들은 저런 방식으로 사용한다. ... 중략...


이익이나 자산이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어떤 활동에서 나온 결과다. 이익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주가의 움직임은 이익에 영향을 주는 원인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주가는 무엇인가 때문에 움직인다. 이익과 자산도 무엇인가 때문에 움직인다. 우리는 그 ‘원인’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중략... 이익 예측이 주식 평가의 가장 흔한 형식이 되었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그럴까? 구체적이고도 정확한 주당 순이익 예측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 중략...


2. 주식을 살 것인가, 회사를 살 것인가?

우리가 이익 예측을 하지 못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생각해보면, 이익에 기초한 평가방법의 약점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익을 빼버린다면 기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익을 빼버린다면, 금융 업계 대부분은 주식 평가능력을 상실할 것이다. 이익을 기초 자료로 사용할 수 없다면 기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주식 브로커에게 물어보라. 아마도 매우 재미있는 답변을 들을 것이다. ...중략... 주식 매수의 관점에서 생각하지 마라. 주식 형태는 잊어버려라. (결국 주당 어쩌고도 실적--즉 원인이 아니라 결과--의 한 형태가 아닌가?) 더 근본적인 개념은 기업을 사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기업 전체를 통째로 사려면 얼마나 지불해야 하는가? 주식을 매수하기 전에 투자자들이 항상 자신에게 이런 간단한 질문을 한다면,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업 전체를 사려고 사람들은 얼마나 지불할 것인가?"

투자자 대부분은 기업이 벌이는 사업이 얼마짜리인지 생각해보지도 않는다. 이들은 단지 주당순이익과 주당 순자산만 들여다본다. 투자비율 분석에 관한 진지한 학술서적에서도 손익계산서의 상반부조차 언급하지 않는다. 이들은 “이 회사에서는 도대체 얼마짜리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까?”라고 묻는 경우가 드물다. 이 분야를 선도하는 어떤 책은 다음의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 주가수익비율(PER)
- 이익성장률(1년과 4년)
- 벤 그레이엄 방식
- 배당, 배당 변화, 배당 성향
- 총투자수익률- 부채/자본 비율- 총투자자본
그러나 매출, 매출원가, 매출총이익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이 없다. 우리는 이익과 자산에 기초한 평가 방법에서 초점을 거두고자 한다. 대신 우리는 다음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 기업이 벌이는 사업의 가치
- 이 사업과 관련된 기본 원가구조
- 회사 자체를 매입할 개인 소유주라면 이 사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3. 회사(시가총액)를 통째로 사는 관점(whole company approach): 주가매출액비율

터무니없이 들릴지 모르지만, 똑같은 회사에 대해서 이익의 10배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될 수도 있고, 이익의 1,000배가 지나치게 낮은 가격이 될 수도 있다. ...중략... 나는 주가매출액비율(PSR: Price Sales Ratios), 실제 및 잠재 이익률, 주가연구비율(PRR: Price Research Ratios)로 주식의 가치를 평가한다. 이러한 가격 산정 개념이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이다. ...중략... 비상한 이익을 거두고자 한다면, 전통적인 평가 방법을 피해야 이치에 맞는다. 내가 확보한 최상의 종목들은, 손실이 발생하거나 이익이 거의 없어서 PER이 의미 없거나 무한대일 때 투자한 종목들이었다. 나는 이익의 1,000배 이상을 주고 매수한 주식에서는 많은 돈을 벌었지만, 이익의 10배 이하를 주고 매수한 주식에서는 돈을 거의 벌지 못했다. 개인 구매자라면 손실이 발생하거나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회사를 통째로 사들일 때, 얼마로 평가할 것인가? ...중략...
주가매출액비율(PSR)
= 시가총액/매출액 = (주가×총발행주식수)/최근 12개월간의 매출액
PSR은 내가 즐겨 쓰는 방법 중에 단연코 가장 강력한 평가방법이다. 이 방법은 잘 알려져 있지도 않고,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더 적으며, 월스트리트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PER보다 훨씬 더 잘 들어맞는 방법이다. 게다가 주식의 인기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는 거의 완벽하다. 4장에서 평가 방법과 이유를 설명한다. PSR을 적절하게 사용하려면 10~11장의 이익률을 이해해야 한다. ... PSR은 이익 대신 매출액을 사용한다는 점만 다를 뿐, PER과 매우 비슷하다. 이것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지난 12개월 동안의 매출액으로 나눈 수치다. 시가총액을 계산하려면, 주가에다 총발행주식수를 곱하면 된다. 주가가 15달러이고 발행주식수가 400만 주라면, 시가총액은 6,000만 달러다. 기업의 전년도 매출액이 8,000만 달러였다면, PSR은 0.75(6000/8000 = 0.75)다. 만일 매출액이 2,000만 달러에 불과했다면, PSR은 3.0이 된다.

출처: 다음 책에서 일부를 발췌. 《슈퍼 스톡스Super Stocks

2008년 4월 18일 금요일

letter security: Definition and Much More from Answers.com

A security that is not registered with the SEC, and so cannot be sold publicly in the marketplace.
Investopedia Says:The name comes from the SEC requirement for an "investment letter" from the purchaser, stating that the purchase is for investment purposes and is not intended for resale. Also known as "letter stock" or "letter bond". 출처: letter security: Definition and Much More from Answers.com

"비등록 사모증권"이라는 용어가 적당하겠다.
"unregistered stocks"라는 용어의 정의를 확인하다 보니, 원저의 문맥과 정확히 들어맞는 것이 이 정의다. 한편, "unregistered stocks"을 무기명 증권이라고 해설해놓은 자료도 있으니 조심해야 겠다. 같은 표현이 두 가지 의미로 쓰일 수 있어 보인다.

cf. investment letter(투자확인서): 사모집증권을 취득하는 개인 투자자가 자신의 증권취득이 투자를 목적으로 한 것이며, 2년이내에 처분하지 않을 것임을 SEC에 확인하는 서한. 이것은 사모집증권이 조기 유통됨으로써 실질적으로 신주공모와 같은 결과가 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다(출처: 드림위즈 금융).

시간 지평이 분명한 투자

바야흐로 급속한 고령화 추세로 들어선 우리나라에서 투자는 시간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은퇴와 노후 생활을 대비해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서, 투자는 이제 재산을 불린다는 좁은 의미에서 벗어나 노후 생활을 대비하는 프로그램이라는 폭넓은 의미로 바뀌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투자할 여윳돈이 있는 ‘돈 많은 사람들’이나 손실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용감한 사람들’이 투자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고려했었지만, 이제는 주식시장만 해도 개인투자자 층이 두텁게 형성될 정도로 관심이 높아진 지 오래다. 또 미용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다 보면 해외투자 펀드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올 정도로 간접투자 상품의 저변도 많이 넓어졌다.

오래전부터 서서히 형성되어온 이러한 개인들의 추세에는 은퇴와 노후생활에 대비해야 한다는--그것도 나 스스로 대비하지 않으면 누구도 대비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무의식적인 강박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 투자에 대한 진지한 시각에서 이 강박관념을 풀어줄 논의가 아쉽다. 옵션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들의 거래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듯이, 시장 참여자들의 행태는 진지한 투자라기보다는 도박판을 방불케 한다. 쏟아지는 재테크 서적과 경제전문 방송의 주식투자 프로그램들을 보면, 홈트레이딩 시스템의 주가차트로 도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자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판가름하는 최소한의 기준을 옮긴이는 이렇게 제시하고 싶다: ‘투자의 시간지평이 설정되지 않은 모든 이야기는 진지하지 않다.’ 즉 투자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변수는 시간이며, 투자할 시간투자자의 목적에 따라 심사숙고하지 않는 모든 논의는 도박판으로 안내하는 지름길들이다. 온갖 재테크 서적들과 방송 프로그램을 주의 깊게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투자할 시간’을 명시적으로 밝히는 논의가 과연 몇 개나 있는가?
그 흔한 기술적 분석에서 만고불변의 진리인 양 따오는 '지지선'과 '저항선', '쌍봉'과 '쌍바닥', 머리어깨형과 역머리어깨형 등의 기술적 생김새(techical patterns)는 3주나 3 개월의 시간지평에서 볼 때와 5년, 10년의 시간지평에서 볼 때에 전혀 다르게 보일 뿐 아니라, 5년, 10년의 지평에서 볼 때는 아예 존재하지 않을 때도 있다. 내가 어느 지평에 서 있느냐를 잊은 채 아무리 다각도로 시장을 본들 그것은 모두 환상일 뿐이다. (어느 경제전문방송의 주식고민상담소 같은 프로그램에서 어느 '전문가'가 마치 주가차트를 자신이 그려내는 그림인 양 청산유수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든 생각이다. "저기 저 창세기의 창조주처럼 주가 흐름을 읽어내는 사람은 과연 어느 시간지평에 서 있는 것인가?")

《위대한 가치투자자 캐피탈 그룹》은 투자의 시간지평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진지한 투자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이런 진지한 투자 전문가들이 1931년 임직원 8명에 운용자산 1200만 달러로 시작해, 2003년 임직원 6000명에 운용자산 6500억 달러가 넘는 세계적인 투자회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총 15개 장으로 조목조목 다루고 있다. 캐피탈 그룹이 투자하는 시간지평은 10년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이보다 더 길어지기도 한다. 뮤추얼펀드에 투자하는 고객이 투자 자금을 10년 동안 맡기려면, 투자회사에 대한 철석 같은 신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책은 캐피탈 그룹을 만든 사람들이 어떻게 그러한 신뢰를 쌓아왔는가를 보여준다. 캐피탈 그룹의 뮤추얼펀드에 투자하는 에드워드 존스라는 증권회사의 투자자들은 심지어 뮤추얼펀드를 후손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기까지 한다. 이러한 투자 목적의 시간지평은 30년을 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10년이나 30년에 걸친 장기투자를 하는 사람이 없지야 않겠지만, 수익의 재투자와 복리증식이 결합되는 장기투자의 어마어마한 위력을 진지하게 안내해주는 곳이 없는 현실에서 보면, 감동적으로 읽히기도 한다. 또 투자자와 전문가가 맺는 두터운 신뢰관계가 부럽기까지 하다. 주가가 폭락을 거듭하며 시장이 무너진 뒤 “의혹이 밀물처럼 일 때 신규 펀드를 출시”하는 캐피탈 그룹에 투자자들은 기꺼이 돈을 맡긴다.

우수한 투자실적이 입증되지 않고는 고객의 신뢰가 생길 수 없다. 우수한 투자실적과 고객들의 철석 같은 신뢰가 어떻게 뿌리를 내리게 됐는지를 드러내기 위해, 지은이 찰스 D. 엘리스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캐피탈 그룹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독자들은 192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미국 투자업계에서 요란한 펀드 광고 하나 없이 묵묵히 “자기 일”만을 해온 캐피탈 그룹의 투자 전문가들이 어떻게 일해 왔는가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윳돈’을 투자하는 것도 아니요, ‘용감하게’ 투자할 것도 아닌 ‘진지한 투자자’라면, ‘진지한 투자 전문가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알아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 그리고 나


번역하면서 되새기게 되는 몇 구절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이렇게 뽑아본 글을 보며 내일 다시 생각해 보렵니다. 며칠 전입니다. 어느 대형 서점이죠. 큰 복합 쇼핑 공간 안의 서점입니다. 주로 사진들과 광고가 많이 들어있는 여성지와 패션지를 약 십수 권을 사시면서 거스름돈 포함해 현금으로 이십만 원을 내시는 분을 봤습니다.

유효수요(effective demand)의 파워!
쇼핑의 파워!
유 갓 더 파워!(You got the power!)


순간 기죽고 싶었지만 아래 번역문구가 떠올랐습니다. 쇼핑이란 행위와 아울러, 현대를 사는 개인의 자기 얼굴은 어떤 것일까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

우울증은 구미 사회에서 갈수록 늘어나는 흔한 정신질환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우울 증세에는 살면서 아무 의미도 없다는 느낌이 오래 지속되는 일종의 공허감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다들 삶이 즐거운 시간들의 끝없는 연속이라고 생각하는 사회 환경에서 공허한 느낌이 밀려오게 되면 누구나 마음을 가누기 어렵게 된다. 침묵을 동반하는 이런 곤혹감은 경악할 정도로 늘고 있는 청년층 자살의 주된 요인이다. 이렇게 존재감의 뿌리까지 파고드는 '실존적 우울감(existential depression)'에 대응하는 일상적인 반응은 쇼핑하러 가는 것이다. 특히 일상 생필품 이외의 품목들을 사러가는 쇼핑은 우리 의식 속에 깊숙이 스며든 일련의 강력한 연상기제와 연결돼 있다. 우리는 소유하는 것이 힘을 얻는 것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섬세한 교육환경에서 살고 있다. 사실 소유는 우리 사회에서 권력의 원천이다. 우리의 잠재의식에는 물건을 지배하는 힘이 곧 삶을 지배하는 힘―적어도 우리 삶을 지배하는 힘―이라고 속삭이는 연상기제가 뿌리 깊게 침투해있다.

쇼핑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은 활동이라면, 지금 모든 도시들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쇼핑몰은 우리가 그러한 힘을 동경하며 짓고 있는 신전(神殿)이다. 겉모습만 본다면 쇼핑몰은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쇼핑몰에는 세심하게 설계된 강력한 심리학이 작용하고 있다. 재래시장이나 바자회, 또 교외 지역의 중심상가와는 달리, 쇼핑몰은 오로지 돈을 쓰는 소비자들의 행위만이 이루어지도록 설계돼있다. 쇼핑몰은 바깥세상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쇼핑몰은 바깥의 적의에 찬 사나운 세상으로부터 차단된 별개의 시공처럼 소비자들을 빨아들인다. 어느 쇼핑몰이든지 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무슨 명상의 경지에 들어선 듯 황홀경에 직면한다. "여기 펼쳐진 온갖 상품들이 그대에게 복을 주리라"는 주문이 우리의 오감을 향해 달려드는 동안, 우리 의식은 본말이 전도된 채 우리 앞에 자유가 열리고 있다는 최면에 걸린다. 저 모든 좋은 상품들과 그것들이 상징하는 힘이 우리를 위해 거기에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구매 행위에 이러한 심리적 기능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무상으로 얻은 상품을 대하는 태도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무슨 이유에서든 우리는 돈을 지불하고 얻은 상품에 비해 공짜로 얻은 상품을 덜 귀하게 여긴다. 우리 자신의 돈을 쓰게 되면, 우리는 구입하는 대상에 우리 자신의 일부를 투자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즉 우리 안에만 머물던 자아의 권능을 우리 육체의 경계선 밖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집안 텃밭에서 키운 재료를 먹으며 만족을 느낄 때처럼 시장의 문화와는 별개의 규범이나 정서가 공짜 상품을 경시하는 태도에 앞서는 경우도 꽤 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서는 이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현대의 아이들은 가게에서 산 물건이라야 열망하고 가지고 싶어 한다. 집에서 직접 만든 음식이나 의류 또 장남간들을 대할 때, 아이들은 소비 행위가 가져다주는 마력을 느끼지 못한다. 아이들은 용돈을 저축해서 사는 물건이나 부모가 '희생한' 돈으로 얻게 되는 물건이 엄청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배우게 된다. 돈을 대가로 얻게 된 물건은 아이들에게 구매력의 행사에서 나오는 나만의 권력이란 것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쇼핑몰에는 시장의 장터에서 이루어지던 공동체적 기능은 전혀 없으며, 그 유일한 기능은 판매하는 것이다. 쇼핑몰은 판매 행위를 통해 소외된 사람들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극히 모순된 말로 들리겠지만, 쇼핑은 일종의 공동체감을 되찾으려는 시도다. 폭스와 레어스(Fox and Lears)는 소비가 담당했던 사회적 기능의 변화를 추적한다.

20세기 미국의 중산층 대다수와 노동계급에 속하는 다수의 미국인들은 끊임없이 '좋은 생활'을 추구하는 삶과 동시에 되풀이해서 무력감을 확인하는 삶을 이어왔다. 우리 문화를 지배하는 제도들은 소비자에게 공동체 생활에 참여하는 보람된 활동을 제공한다는 의도를 밝혀왔지만, 대부분 이 제도들이 제시해온 것은 개인으로서 시장에 참여한다는 공허한 전망이었다.


사람들이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을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산업 자본주의의 도래와 함께 예전의 공동체들은 해체되고 경제적 개인이라는 새로운 인간형이 등장했다. 동시에 사회는 전혀 새로운 의미를 지닌 존재로 탈바꿈했고, 이 사회변혁의 진폭은 지역의 공동체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포괄하는 것이었다. 예전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은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 길은 적합한 사회적 행동양식들을 받아들이는 것임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그 새로운 행동양식들은 소득과 물질적 취득을 중시했고 모든 것에 우선해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이것이었기 때문에, 소유욕의 발현은 일종의 공동체감을 발견하는 수단이 됐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생기는 공동체감이라는 것은 얼마나 고독한 것이었겠는가!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아니라, 아무 인간관계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아 인격성이 사라져버린 상품을 시장에서 구매하는 행위에 의존하는 것이다. 마치 사회가 인정하는 상품을 사는 행위로 일종의 소속감을 돈을 주고 산다는 듯한 양상이다. 우리는 주변의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슈퍼마켓과 옷가게의 진열대에서 공동체감을 찾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내 존재가 세계 속에 함몰되는 듯한 느낌, 단조롭고 고된 삶의 역정을 따라 지친 몸이나 끌고 가려고 이 세상에 던져진 것인가라는 느낌이 밀려올 때는 누구나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쇼핑은 이렇게 엄습해오는 실존적 우울감에 대한 반응이다. 우리는 잠시나마 쇼핑을 통해 그 속박감에서 벗어나고자 반항하는 것이다. 더욱이 쇼핑 행위에는 우리가 붙들려 있는 세계와 삶에 도전한다는 심리까지 들어있다. "나는 저걸 살 돈이 없어, 젠장! 그래도 사고 말거야!" 우리를 집어삼키려는 시스템을 향해 지르는 욕설이다. 그렇지만 쇼핑은 궁극적인 위안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쇼핑으로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든다. 구매 행위에서 얻을 수 있는 순간적인 권력감은 또다시 채워 넣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공허감을 더욱 크게 파놓을 뿐이다. 그것은 모래늪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는 것처럼,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우리는 더 깊은 진창 속으로 빨려 들어갈 뿐이다. 그 종국적인 의미에서 소비 행위는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양상의 소비는 천천히 죽어가는 것과도 같다.

실존적 공허 속에 허우적대며 부(富)를 좇으려 아우성치는 것은 현대 사회에만 고유한 현상은 아니다. 물질적 부에 매달리는 욕망은 오직 더 큰 욕망만을 불러올 뿐이어서, 이렇게 찾으려는 행복은 그저 헛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수백 년을 이어온 깨달음이다. 괴테(Goethe)는 이 깨달음을 『파우스트』에서 이야기한다.

헛된 욕망을 좇아 부질없이 달려가봐야

그 결실이 영근다 한들 더 큰 욕망에 목마를 뿐이다.

그런데 예전에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 허황된 행동을 좇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대다수 일반인들이 본분으로 삼는 일이 됐다. 물질적 취득이 허황되다는 개인 사례들이 허다해지고 있지만, 언제 어느 곳에 있더라도 우리는 돈의 힘이 옳다는 메시지들의 폭격 속에 살고 있다. 돈의 위력은 전혀 거짓이 아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힘을 행사한다. 그러나 그들이 행사하는 힘은 오로지 물질적인 자원을 지배하고 또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는 통제력을 소유한다는 의미밖에 없다. 끊임없이 물질적 축적을 추구하는 데 몰입하는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 의식도 못할뿐더러 통제도 할 수 없는 내면의 충동과 채울 수 없는 욕구에 휘둘리는 사람들이다.

요즈음은 소비 행위가 사람들과 접촉하는 사회 참여의 수단으로도 변했다. 즉, 전화 서비스, 정보통신, 인터넷은 사람들이 세계와 접촉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장려된다. 그러나 E.J. 미샨이 1960년대에 지적했던 것처럼, 그 어마어마한 통신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웃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인간의 역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질적인 접촉이 사라짐에 따른 그 정적의 빈 공간을 쇼핑몰, 라디오 광고, 공항 대합실의 TV에서 흘러나오는 상업용 배경음악과 같은 의미 없는 잡음과 오락거리들로 애써 채우려는 행동들이 유발됐다. 이와 같이 고요와 정적을 불편해하는 것은 현대 사회의 한 현상이지만, 적어도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심화되기 시작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인구밀도의 증가와 도시화가 가져온 심리적 충격을 일찍이 눈여겨본 사람 중의 하나였다.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해 같은 종족들에 둘러싸여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홀로 있을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사라져버린 사회는 이상이라고 하기에는 척박하기 짝이 없다. 생각과 인격의 깊이를 조금이라도 다지려면 홀로 지내는 시간이 꽤 있다는 뜻으로 본 고독은 아주 긴요한 것이다."

'너무 외로우면서도(too much loneliness)' '홀로 지낼 시간은 별로 없다(not enough solitude)'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고통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

어쩌다가 미국의 헬시네이션닷컴(HealtiNation.com)에 들러보니 우울증을 소개하는 비디오(Depression Videos)가 있어 붙여 본다. 나중에 한 번 봐야겠다.

2008년 4월 17일 목요일

1930년대 미국 뉴딜 경제정책의 공과

"1930년대 미국 뉴딜 경제정책의 공과", 양동휴 저


" ... 1932년 7월 2일 저녁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미국시민에게 뉴딜을 공약하고 당원들과 자기자신에 맹세한 유명한 연설(“I pledge you, I pledge myself to a new deal for the Americanpeople.") 이후 거의 70년이 흘렀고 루즈벨트 사후 55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간의 뉴딜 연구성과의 백미를 모아 교과서적으로 편집한 최근 전문가의 표현을 빌지 않더라도 뉴딜정책의 근원, 형태, 효과, 유산에 관한 질문들은 지속적으로 미국사의 최대관심사로 남아 있다. 사실 1981년 로날드 레건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미국정치사의 한 시기가 종말을 고했다고 지적되기도한다. “근본사상과 공공정책, 정치적 연대 등에서 지배적 질서로서의 뉴딜은, 그 유령이 아직혼란스러운 정치체제 주변에서 방황하고 있을지라도, 죽었다.” “역사적 시체해부” 밖에 중요한일이 없다.

자유주의와 국가의 역할을 둘러싼 여러 이데올로기 논쟁은 냉전체제의 붕괴에 따라 급속도로 시장경제중심의 세계화-미국화 대체로 편향되고 있다.3) 뉴딜이 “죽었”기 때문이며 그러므로 뉴딜역사에 대한 연구가 동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 최근 몇 년 전부터 동남아시아, 동아시아,브라질, 러시아를 휩쓴 경제위기로부터 탈피하려는 과정에서 상당부분 미국역사의 뉴딜과 흡사한 정책시도가 있음을 볼 때 “시체해부”이건 아니건 뉴딜, 특히 뉴딜의 경제정책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

뉴딜이 무엇인지 학자마다 나름대로의 정의를 갖고 있다. 이 글에서는 뉴딜을 1930년대 초 대공황하에서 경기회복과 사회적 재분배에 목표를 두고 금융, 산업, 농업, 임금결정에 정부가직접 개입하는 여러조치들이라고 하자. 대개는 1933년 3월 루즈벨트 대통령 취임 후 2차 세계대전 발발기까지 기간 동안 대공황의 혼란에 대처한 일련의 조치를 뜻하는 “한번도 명확하게 정의된 적이 없는 표어”라고 기록된다. 실험적이고 심지어는 “기회적”이고 일관성과 논리를 결여한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역사적 안목”이었다는 것이다.
... " (본문 중에서)

2008년 4월 16일 수요일

증권 불공정 거래 법규 및 해설

인터넷 증권 범죄 신고센터

육도삼략(六韜三略) 입구: 第一篇 文韜

이곳 URL이 이렇게 바뀌었군-->第一篇 文韜

이 자료의 상위 URL은 http://folkdoc.com/ 다. 이곳에서 老子 道經과 같은 다른 문헌들도 찾아볼 수 있다.

  • 왜 절대 URL을 자꾸 바꾸냐고. 링크 또 깨졌잖아? (2010.03.06)
대만 사이트라서 친숙하지는 않지만, 엉뚱한 해석을 보느니 수고스럽더라도 원문을 천천히 보겠다 (단, 제대로 옮겨 적어놓은 원문인지는 확인해봐야 한다. 인터넷에서 수시로 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일단 만족한다).

2008년 4월 14일 월요일

절망과 낚시

언젠가 오래 전부터 어느 친구를 설득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런데 도무지 제 메시지가 들어갈 틈바구니가 없었습니다. 그 친구는 제가 그렇게도 말리던 주식 파생상품에 투자하다가 서너 달만에 수천 만원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어느 날에 들었습니다. 그 순간 제 가슴까지 무너져 내렸습니다.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까?

시장.
여러 가지 시장 상황들.
서로 엇갈리며 피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서로 다른 전략과 전술이 부딪는 전선.
돈 많은 진영과 돈 없는 진영.
돈 많은 진영 간에도 여러 가지 숨겨진 이유로 갈라지는 진영들.
내가 어느 전선을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이는 시장.
내 참호에 실을 수 있는 무기와 탄약, 내 사격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시장
....


"이 친구야, 이건 전쟁이야! 뭘 모르는 초식동물들은 우르르 몰려 다니고 온갖 맹수들은 나름대로 발톱과 이빨을 갈면서 달려드는 피 튀기는 생태계! 그리고 ... "

그렇게 계속 이야기가 오고갔습니다. 저는 줄곧 맹수와 초식동물 이야기를 했습니다. 참호와 전선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였습니다.

맹수와 초식동물은 큰 자본을 움직일 수 있는 세력과 개인투자자들을 가리키기에 어느 정도 어울립니다.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참호와 전선이 있기 마련입니다. 맹수와 초식동물이 만들수 있는 참호와 전선은 서로 다릅니다. 저는 그 친구에게 맹수들이 다니는 전선에 개인의 참호 수준으로 무장한 채 뛰어든 격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설명하는 사람도 어려웠고 듣는 측에서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귀가 멍멍해지는 전쟁의 포화와 주변에 널린 피비린내에 지쳐 돌아온 상이용사에게 "네가 있던 전쟁터는 본래 그런 데가 아니었어"라고 이야기해봐야 그 속뜻이 들릴 리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당분간은.

저는 그런 전쟁터를 아수라판이라고 봅니다만, 어쩌면 시장에 투입할 거래자금을 삼국지류의 전쟁터에 나오는 병사 수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예컨대, 나에게 1만의 병사가 있고, 적진에는 10만의 병사가 있습니다. 나는 1만의 병사를 투입해 한 방에 승부에 몰입할 수도 있습니다. 10만을 가진 적진은 유인계로 3천을 투입해 나와 피흘리는 백병전에서 3천을 버리는 대신 내 병사 7천을 계곡으로 유인합니다. 의기 충천한 7천의 내 병사는 계곡에서 고작 2천도 안 되는 적진의 병사들에게 몰살당합니다. 적진은 3천의 목을 버리고 제가 애지중지하던 1만의 목을 거두어 갑니다. 이런 옛날 전쟁터의 모습이 오늘의 현대판 금융시장에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내게 1만의 병사가 있음을 나는 알지만, 적진에 병사가 얼마나 있으며 적장이 어느 전선으로 얼마나 많은 병사들을 투입할지, 노림수인지 유인계인지, 그 순서는 어떻게 될지를 알 수 없는 게 요즈음의 시장이라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현대의 시장에는 옛날 전쟁터와 달리 새로운 전선이 있습니다. 바로 시간이라는 전선입니다. 시간의 지평을 내가 바꾸면 그 지평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적들도 전혀 달라집니다. 맹수들은 성미 급하게 짧은 시간 안에 승부를 보지만, 어쨌거나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모두 용해되기 마련입니다.

그 친구, 나름대로 설정한 전선에서 크게 패배한 경험에 대해 너무 큰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을 상처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 이야기의 마디마디가 끝나기 전에 "맞아, 그래 맞아"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니, 그 친구 역시 이미 되새기고 있던 아픈 과오를 제가 다시 후벼 놓았나 봅니다. 그리고 그 친구와 저는 커피 한 잔을 나누며 헤어졌습니다. 그 친구는 한강가의 낚시터로 가겠다 하고 저는 집으로 향하며, 서로의 발길은 그렇게 갈라졌습니다.

집으로 향하던 길에 그 친구가 아직 한강가의 낚시하는 데 있겠지 하는 생각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친구의 마음을 달래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에 이런 메시지를 문자로 보내고 대화는 이어졌습니다.


"후회와 탄식이 클수록 새출발 또한 커지니, 부디 마음의 밭을 가꿀수록 시야는 밝아지리.."

"동감"

"무얼 낚든 낚시대 드리운 사람은 물고기 만나기 전의 뜻이 있으리"

"지금 생각을 낚는 중"

"추석 앞둔 달빛 좋은 강가에 생각을 낚는 친구 있으니, 또 좋고!"

"동감"

2008년 4월 12일 토요일

금융위기와 킨들버거의 《광기, 패닉, 붕괴》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가 심상치 않은 국면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언제 시간이 나는 대로 자세히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만 할 뿐, 일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부동산이나 주택을 담보로 발행한 채무증서(부동산 담보부 증권 외에 여러 용어가 사용되는데 통일돼있지 않아 보인다) 를 금융기관이 채권자가 되어 인수하는 대신, 채무자인 거주자는 일정한 계획에 따라 채무액을 해당 금융기관에 상환하는 자금조달 관계가 발생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다시 이 채무증서(이걸 간단히 모기지mortgage라고 줄여 부르기도 한다)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파생되는 각종 금융거래가 아주 복잡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얼른 보면, 서브프라임 위기도 이 파생상품들이 촘촘하게 연결된 보다 광범한 구조에서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왠지 불안해지는 점은 이렇게 거미줄처럼 파생상품들이 진화하는 과정을 정책 변수로 조절하기도 힘들고, 아마도 그 내용과 심각성 자체가 위기 진행 중에는 파악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어쩌면 위기가 터질 대로 터져서 모두 마무리된 뒤에야 그 내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을까 짐작된다. 항상 정책이 시장을 뒤에서 따라갔고, 새로운 정책이 나오기 전에 진상을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찰스 킨들버거의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2006.11, 굿모닝북스)는 약 400년 동안의 수많은 금융위기를 다루었는데, 새로운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판이 출간되었다. 현재 5판까지 나와 있는 이 책의 6 판에는 서브프라임 위기와 달러화 약세가 추가될 듯하다. 킨들버거는 타계했지만, 5판의 공저자 로버트 알리버가 2010년쯤에는 6판을 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이지만, 이 책은 도무지 요약해서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일반화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다음과 같이 책의 내용을 곱씹어 본다.


메시지 1 : 눈앞의 자본이득(capital gain) 앞에 인간과 시장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수백 년간 되풀이된 광기와 거품들이 이를 입증한다.

 - 세계 10대 금융거품:
  1. 네덜란드 튤립 알뿌리 거품(1636년),
  2. 영국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 거품(1720년),
  3. 프랑스 미시시피회사(Mississippi Company) 거품(1720년),
  4. 대공황 직전 주식거품(1920년대 말),
  5. 멕시코 및 여타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은행여신의 급증(1970년대),
  6. 일본 부동산 및 주식 거품(1985-89년),
  7. 북구 3개국의 부동산 및 주식 거품(1985-89년),
  8. 동남아 부동산 및 주식 거품(1992-97년),
  9. 멕시코 외국인투자의 급증(1990-93년),
  10. 미국 나스닥 주식거품(1995-2000년)

메시지 2 : 광기와 거품으로 시작되는 금융위기에는 전형적인 유형이 있다.

 (1) 변위요인의 출현과 호황 국면의 시작
 (2) 경제적 풍요감의 확산과 신용 확대
 (3) 거품 형성
 (4) 위기와 불안
 (5) 거품의 붕괴 또는 패닉
 (6) 궁극적 대여자의 성공적 개입 또는 붕괴와 패닉의 후속 파장 지속

메시지 3: 금융위기가 몰고올 파탄과 후속 파장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면 궁극적 대여자의 효과적이고 기민한 개입이 필요할 때가 많다. 그러나 잘못 개입하면 위기가 악화될 수도 있다.


좀 더 논리를 보태서 풀어헤치면 다음과 같이 금융위기를 보는 저자들의 시각을 정리해볼 수 있겠다.


■ 금융위기에 대한 민스키 모델의 설명력은 여전히 타당하다.
  • 경기확장기에 신용 공급도 늘어나며 경기수축기에는 신용 공급도 줄어드는데, 하이먼 민스키(Hyman Minsky)는 경기순환의 파동과 함께 오르내리며 과도하게 증폭됐다가 난폭하게 경색되는 신용 공급의 변동성이 금융질서의 취약성을 초래하고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증폭시킨다고 봤다.
  • 세계 10대 금융거품을 보면 모두 과도한 신용 팽창 혹은 지속 불가능한 자금조달 유형이 상당 기간 지속됐고, 이에 동반해 비상식적인 수준으로 자산가격이 폭등하다가 폭락으로 급반전하는 금융위기가 초래됐다.

■ 금융위기가 전개되는 유형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해봤다.

 (1) 변위요인의 출현과 호황 국면의 시작
  • 새로운 혁신이나 시장의 출현과 같은 ‘변위요인(變位要因,displacement)’이 출현하면서 상당한 비중의 경제 부문에서 수익 기회가 향상되고 호황 국면이 시작된다.
 (2) 경제적 풍요감의 확산과 신용 확대
  • 호황 국면의 지속과 함께 경제적 풍요감이 고개를 들고 가격이 오르는 자산 한두 가지가 매혹적인 투자기회로 등장한다.
  • 이런 자산을 매입해 자본이득을 노리는 자금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신용도 늘어나기 시작한다.
 (3) 거품 형성
  • 경제성장의 증대와 자산가격의 상승 효과가 겹치면서 부가 늘고 소비와 투자를 자극한다. 투기와 경제 전반 사이의 되먹임이 강화되면서 자산가격에 탄력이 붙고 그 상승세가 지속된다. 
  • 과도한 낙관론이 자리 잡는다.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자자, 즉 빌린 돈으로 자산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신용 공급이 급격히 증가한다. 매수자가 늘어나니 자산가격이 오르고, 자산가격이 오르니 더 많은 매수자가 몰리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눈앞의 현실로 벌어진다. 광기(mania)가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 한편, 경제활동이 거품의 팽창에 빨려드는 동안 경제의 불균형은 점점 누적된다.
 (4) 위기와 불안
  • 역사상 전례가 없는 비상식적인 수준까지 자산가격이 폭등한다.
  • 어느 순간 소리 없이 “누군가가 매도”하면서 자산가격의 상승세가 주춤거리는 불안 국면이 시작되거나, “누군가가 부도”를 내면서 돌발적인 위기가 출현하기도 한다.
 (5) 거품의 붕괴 또는 패닉
  • 급등을 이어온 자산가격이 상승 행진을 멈추면 가파른 폭락이 돌발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투자 결정을 부추겼던 광기에서 깨어나면서 공포에 질려 팔아 치우기에 급급한 패닉에 휩싸인다.
  • 자산가격의 폭락이 이어지고 기업과 금융기관이 파산하면서 경제 활동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붕괴가 나타난다. 신용경색과 비관론이 확대되면서 정규적인 경제 활동을 중개하는 금융 기능이 마비된다.
(6) 궁극적 대여자의 성공적 개입 또는 붕괴와 패닉의 후속 파장 지속
  •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마침내 궁극적 대여자(the lender of last resort)의 효과적인 개입으로 패닉이나 붕괴 과정이 멈출 때까지 금융위기는 경제 전반에 가공할 충격을 미친다.

■ 금융위기가 몰고올 파탄과 후속파장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면 궁극적 대여자의 효과적이고 기민한 개입이 필요할 때가 많다. 그러나 잘못 개입하면 위기가 악화될 수도 있다.
  • 투기적 광기와 신용 팽창은 경제정책으로 원천봉쇄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통화당국이 통화 공급을 억제하고 신용 팽창을 규제해도 시장은 정책과 제도를 우회해 신용을 팽창시키는 새로운 금융상품과 금융혁신을 만들어낸다.
  • 따라서 거품의 형성을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면 금융위기로 치닫지 않도록 정책당국은 자산가격 추이와 위험한 자금조달 유형을 예의주시하고 기민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경기확장이 점점 더 세게 그 강도를 높여 가면, 패닉이 촉발되지 않도록 하면서 확장의 강도를 늦추어야 한다.
  • 일단 금융위기가 발생했거나 피할 수 없다면 궁극적 대여자가 구원투수로 나서야 하지만, 경제행위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예방하기 위해 시점 선택과 정책 선택에 능숙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붕괴가 발생한 후에는, 채무 지불능력이 없는 기업들이 파산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뛰어난 수영 선수들마저 익사할 때까지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한다.” 개입시점이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어서도 안 되며, 구제 대상이 너무 제한적이어도 안 되고 너무 방만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비와 나를 섞으며

며칠 전 아침, 일에 지쳐 있을지 모를 어느 분에게 업무적인 전자우편을 띄우면서 스트레스가 될지 모를 그 편지 밑에 좀 엉뚱한 추신이라도 달아보자는 생각에 시 같지 않은 시를 짤막히 적어 붙였습니다.


비는 같은 비로되,
지난 번 비는 무겁더니
내가 비가 되어 대지를 적시고 싶어서인가
오늘 비는 상큼하기 그지 없구나.


이렇게 추신을 달면서 속마음으로 웃음지었습니다. 상대편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도, 적어도 아침에 길을 나서며 부딪는 종달새 소리 정도의 기쁨은 되리라고 저 혼자 좋아했습니다. 사실은 그 전날에 인간의 감정을 생각하다가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며 얼굴을 적시는 빗물에 제 정감을 이입하다가 적어봤던 글이었습니다. 자신의 우울감이나 우울 증세가 심각하다고 말했던 어느 분을 떠올리며 스며든 정취였습니다. 우울감을 생각하다가 왜 비가 생각났고 대지가 생각났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제가 그렇게 우울했을 때 자연을 벗 삼아 스스로를 추스렸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우울이라는 마음 상태와 하늘이 내려주는 비가 어느 정도 어울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감정은 탐구해도 탐구해도, 오리무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감(止感)>이란 말을 되뇌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 말이 희노애락애오욕의 칠정을 거두라는 말로 들립니다만, 아무튼 오묘한 게, 또 맹랑한 게, 인간 감정인 듯합니다.


<집착> <상실> <우울> <허무> <증오> <무력> ...


이렇게 나누어 보는 감정의 범주들이 다 다른 것 같으면서 일정 부분은 서로 겹쳐 있다고 저는 느낍니다.
  • 너무 집착이 강하다 보면 상실감이 커지기 마련이고, 상실이 우울이나 허무로 번지기도 하지만, 증오와 무력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 나라는 존재감의 뿌리가 흔들릴 때면 우울감이 밀려옵니다만, 우울의 극단으로 치닫다 보면 허무마저 잊게 됩니다. 허무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우울할 때도 있습니다. 허무와 우울의 차이는 정확히 정의할 수는 없어도 웃을 여유가 있느냐 없느냐는 차이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우울과 허무는 차원을 달리 합니다.
  • 아닌 게 아니라 허무의 극단으로 치닫다 보면, 내심 미소를 지을 여유까지 생길 때도 있습니다. 그 미소는 우울감과는 전혀 다른 감정입니다. 둘 다 긍정적인 감정이 아니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허무감은 우울감보다 좀 더 열린 감정 상태라고 봅니다.
  • 허무와 우울이 겹칠 때 종횡무진으로 펼쳐지는 인간 감정의 변이는 위험할 정도로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허무와 우울이라는 감정 자체도 그 테두리가 무정형한 것이기에 이 둘이 겹친다는 말 자체가 말 장난일 것입니다. 다만, 어떤 행동을 해석할 때 붙여대는 용어일지도 모릅니다.

왜 이렇게 인간의 감정은 그 감정의 주인인 인간이 부릴 수 없다고 진단될 만큼 어려워진 것일까? 계속 연구해 보렵니다. 사실 저도 상당 부분 그 연구를 하면서 살고 있는 중입니다.

연구의 주체는 나요, 그 대상도 나입니다. 남들은 거울에 비친 나일 뿐입니다.



어느 불경에 나왔다는 다음 구절에서 그 앎이란 우리말로 지식도 아니요, 영어로 knowledge도 아니라고 봅니다.


應所知量 順業發顯(응소지량 순업발현)

앎의 그릇에 따라 업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知量을 <앎의 크기>라고 표현하기에는 본래 경전의 의미를 담기 어렵다고 보여져서 저는 <그릇>이라고 옮겨봤습니다. 언어를 초월한 앎일 것이라고 저는 보기에, 크기라는 의미까지 부여하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그릇이라는 은유를 택해 봤습니다. 제 해석일 따름입니다.

2008년 4월 11일 금요일

불감명량: 계절은 바뀌는데 임께서는...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분께서는 무언가를 가르쳐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여름은 가고 있고 추석이 멀지 않은데, 이번에는 임께서 어떤 가르침을 주실까? 남몰래 짝사랑하는 이처럼 그 가르침을 준비하는 마음을 가다듬어 봅니다. 금년의 봄이 지나가며 여름이 들이밀기 시작할 때쯤이었나 봅니다. 아침이었죠. 길가에 촉촉한 흙이 있는 곳을 놓아두고 햇볕에 달구어지는 아스팔트를 향해 한떼의 지렁이들이 종족 대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때 지나보니 모두 말라 죽어있었습니다.


"녀석들, 참으로 딱하구나. 나야 알 수 없지만,
기를 쓰고 달려갔던 것을 보면 무슨 생리적 욕구들이 일었나 본데,
촉촉한 흙속을 떠나 펄펄 끓는 아스팔트에서 타죽다니..."


언제부터인가 참 이상한 변화가 제 안에서 일고 있었습니다. 온 천하를 둘러봐도 세상에 제 마음 둘 곳이 없어 보였습니다. 단, 한 군데 마음 둘 곳이 있었는데 부모님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슴아파하실까봐 자주 뵙지는 못하고 조그마한 기쁜 소식이라도 얻어야 찾아뵐 수 있었습니다. 그 즈음에 몸과 마음을 수련하기 시작했는데, 수련이 깊어지면서 두 해쯤 지나다보니 그 이상한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예전에는 산길에서 송충이나 애벌레 같은 벌레들을 보면 징그럽기만 했는데 그들을 보는 제 마음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어느 날 풀 잎사귀에서 기어가는 애벌레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초록빛과 노란색 등의 천연색으로 수놓아진 그놈이 "아름답다"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더 봤습니다. 애벌레를 본 것이었지만, 아마도 그 천연색의 움직임에서 푸근하고 생기 넘치는 자연의 숨결을 보았나봅니다.

그리고 또 어느 날 집을 나서는데 집 근처의 어느 빌라 화단에서 지렁이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두툼하고 큼지막한 녀석이었는데 한 20 센티미터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녀석이 하는 짓거리를 보니 지난 번 그 족속들의 떼죽음이 기억났습니다. 녀석은 화단의 촉촉한 흙을 놔두고 아스팔트로 이어지는 화단의 시멘트 경계선을 기를 쓰고 넘어가려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측은지심이 일어 배낭을 열고 스프링 노트를 꺼내 노트 한 장을 좍 뜯어냈습니다. 불쌍하기는 한데 너무 큰 놈이라 만지기는 징그럽고 노트 종이로 그 놈을 들어내서 다시 화단 안으로 던져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종이 끝이 녀석의 몸에 닿자마자 녀석은 반사적으로 몸을 되튕기며 제 시도를 거절했습니다. 거절하는 그 반사동작은 기를 쓰고 아스팔트로 가려는 그 힘보다도 훨씬 강해서 마치 살모사가 또아리를 틀다가 탁 돌격하는 그런 양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내버려둬!" 내지는 "헉! 무시무시한 놈이 날 죽이려나봐!" 하는 반응 같았습니다. 그렇게 지렁이는 죽어갔겠지만, 그 초여름에 그분께서는 이런 가르침을 주시려 했나 봅니다.


"사랑과 자비를 베푸신다 한들
저 녀석처럼 삐쳐버리거나 어리석다면
그 무슨 소용 있으리."


그분은 누구실까? 이렇게 성큼 다가오는 초가을에는 어떤 가르침을 주실까 기대하면서 그분을 칭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칭호는 없으리라 싶었던 구절을 적어보며 또 한 차례 공부해 봅니다.


창창비천 현현비천(蒼蒼非天 玄玄非天) .. 푸르디 푸른 저 하늘이 하늘이 아니요 검디 검은 밤 하늘도 하늘이 아니다.
천 무형질 무단예 무상하사방(天 無形質 無端倪 無上下四方) .. 하늘은 모양도 바탕도 없고 모가 나 맞닿은 가장자리도 없으며 위아래 앞뒤좌우도 없이
허허공공 무부재 무불용(虛虛空空 無不在 無不容) .. 허하고 허하며 공하고 공하여 미치지 않는 곳이 없고 감싸지 않는 것도 없다.
신재 무상일위(神在 無上一位) .. 신께서는 더 높은 데가 없는 지고의 한 자리에 계시며
유 대덕 대혜 대력(有 大德大慧大力) .. 큰 덕과 큰 지혜와 큰 힘을 가지고 계셔서
생천 주무수세계(生天 主無數世界) .. 허하고 허하며 공하고 공한 그 하늘을 여시고 무수한 세계를 주관하신다.
조신신물 섬진무루(造兟兟物 纖塵無漏) .. 무수히 많은 물건들을 창조하시며 가느다란 먼지 한 톨도 빠뜨리지 않으셨다.
소소영영 불감명량(昭昭靈靈 不敢名量) .. 눈부시도록 환하고 환하시며 영험하심이 그지 없어 감히 이름지어 헤아릴 수 없는 분이니라.
성기원도 절친견(聲氣願禱 絶親見) .. 소리내고 기를 쓰고 발원하고 기도해도 절대 직접 만나뵐 수 없으나
자성구자 강재이뇌(自性求子 降在爾腦) .. 네 안의 본성으로 그 아들(씨앗)이 되고자 하면 너희들 머리 속으로 벌써 내려와 계시느니라.


저는 역설적으로 그분의 이름을 불감명량(不敢名量)이라 불러봅니다.

영원한 트레이더: 리오 멜라메드


'금융선물시장의 아버지(Founding Father of Financial Futures Market)'로 불리는 리오 멜라메드의 자서전. 저자는 30여 년간 시카고상업거래소(CME)를 이끌면서 금융선물이라는 현대적 선물산업을 처음으로 만들어냈고, 끊임없이 새로운 금융선물상품을 개발해낸 개척자다. 1972년 달러화와 엔화, 파운드화 등 외환을 기초상품으로 하는 통화선물시장을 세계 최초로 개설한 이래,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혁신을 통해 재무부증권(T-bill)과 유로달러, S&P 지수선물을 처음으로 상장시켰고, 하루 24시간 거래되는 선물시장인 글로벡스(GLOBEX)를 창안했다.저자는 양파와 달걀, 냉동돈육 선물을 거래하는 보잘것없는 트레이더로 시작했지만 농축산물에 국한됐던 선물시장의 영역에 금융선물을 도입함으로써 그 후 30여 년 동안 선물산업 자체를 새로운 차원으로 변모시켰다.


리오 멜라메드 - 폴란드 비알리스토크 태생으로 1939년 홀로코스트 전야에 부모와 함께 유럽을 탈출, 시베리아와 일본을 거쳐 1941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로스쿨 재학 중이던 1953년 CME에서 잔심부름꾼으로 출발해 전업 선물 트레이더가 된 그는 38세가 되던 1969년에 CME 회장으로 선출된다. 그리고 1977년 특별고문을 시작으로 또 다른 경영일선을 맡아 1991년 명예회장으로 은퇴하기까지 그는 20년 이상 보수 한푼 받지 않고 CME를 이끌었다. 그는 오로지 입회장에서의 트레이딩으로 생계비와 소득을 마련했다. 스톡옵션은 고사하고 월급도 받지 않았던 그는 한마디로 영원한 트레이더였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히는 멜라메드는 1996년 5월 3일 한국을 방문해 코스피 200 지수선물 개장식에서 첫 거래를 시작하는 부저를 누르기도 했다. 그는 현재 CME 명예회장이자 자신이 세운 세계적인 선물거래 회사 사쿠라 델셔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로 일하고 있다.

옮긴이 후기: 금융선물 탄생의 대 서사시: 영원한 트레이더, 리오 멜라메드

차례

프롤로그: 시장은 언제나 진실을 말한다

제1부 미래의 전령을 참수하라
1. 조기 경보
2. 블랙 먼데이
3. 자유 낙하
4. 마녀사냥

제2부 시베리아 특급
5. 전쟁과 평화
6. 탈출
7. 임무
8. 스기하라의 항명
9. 비알리스토크 신드롬
10. 일본과의 작별, 미국과의 만남
11. 아메리칸 드림
12. 선물시장과의 첫 대면
제3부 훌륭한 트레이더
13. 혁명
14. 거래장 속으로
15. 리오, 회장이 되다
16. 시장의 규칙
17. 첫 번째 이정표
18. 매버릭 아이디어
19. 국제통화선물시장의 대성공
20. 우리는 트레이더였다
21. 금융선물을 전파하는 십자군
22. 가격통제와 연방정부의 감독
제4부 새로운 선물시장을 찾아서
23. 금리선물의 탄생
24. 원대한 구상
25. 권력과 리더십
26. 워싱턴을 향한 발걸음
27. 달리는 트레이딩
28. 궁극적 계약, 주가지수선물
29. 마지막 퍼즐조각
30. 다시 태평양 너머로
제5부 시장의 아름다움
31. 글로벡스
32. FBI의 표적수사
33. 무기여 잘 있거라
34. 프리드먼의 경고

에필로그: 백악관에서 걸려온 긴급전화

돌아서는 친구 뒷 모습 보며

환히 웃은 얼굴엔
앞으로의 그리움 배어 있고
헤어지자 뒤돌아선 그 모습 속에
버릴 수 없는 내 모습 보이는데
아무 말 없는 그 뒷모습은
가는 너 붙잡지 말고
여기 있는 나나 잘 붙잡으라 하나 봐

2008년 4월 6일 일요일

까치야, 까치야

세상과 통하는 번역이라는 창(窓)을 열어둔 지 조금 되었지만 세상과 사귀기는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세상은 도무지 아무 거침이 없는지 마구 변해 가는데, 저는 그 변해 가는 모습이 허무하기만 합니다.
얼마 전에는 제 안에 있는 여성의 원형(原型)이 그리웠는지 남자 아닌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을 시도했습니다. 한 분과의 시도는 제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 중도에 포기했고, 그 다음 분과의 시도는 그 분이 몹시 아파서 불발됐습니다. 정작 대화를 해야할 사람과는 대화의 줄을 끊어놓은 상태에서 피할 수 없는 '마음 무거움'을 더 느끼라는 메시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피곤한 심신을 돌보려 아침 일찍 일어나 제가 작업하는 도서관 근처의 공원 벤치를 찾았습니다. 한 두 시간 앉았다 꺾었다 하며 수련을 했습니다. 오늘따라 유달리 기운의 운행이 청신하게 찰랑거립니다. 수련을 마치고 행로를 따라 걷는데 아주 가까이에서 우렁찬 까치소리가 직격탄으로 날아옵니다.

"아이구 깜짝이야! 이 놈아, 애 떨어지는 줄 알았다!"

까치의 우렁찬 소리가 계속 끊이지 않습니다. 까치가 어디 있나 찾아봐도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계속 이어지는 우렁찬 그 소리를 추적해보니 잎이 무성한 나무의 가지들 사이에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는 까치가 보입니다. 저와 눈을 마주친 것도 같은데, 계속 우렁차게 짖어대는 소리가 한 5분은 이어진 것 같았습니다.

"네가 지금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게로구나?
그런데, 나는 네 소리를 알아들을 수가 없구나.
그래도 대화의 상대가 되어 주겠다니 고맙다."

그리고 발을 돌려 걷는데 갑자기 굵은 빗줄기들이 습격해 옵니다. 허둥대며 비를 피하고 나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의 말을 못하는 까치가 바보인가? 아니면, 까치의 말을 못 알아듣는 내가 바보인가? 분명히 나뭇가지 깊숙이 자리를 튼 것을 보면 너는 비올 줄 알았나 본데. 그럼 네 소리는 별 정취를 느낄 만한 것도 없이 이런 뜻이었나?

"금세 비 내릴 거니까, 빨리 들어가. 따샤!
허, 참. 뭘 그렇게 보니?
빨리 들어가래두! "

그래서 까치는 그토록 큰 소리로 짖어댔던 것인가?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Manias, Panics, and Crashes: A History of Financial Crises

이 책을 교재로 채택하고 있어요!--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4학년
국내도서 > 경제경영 > 재테크/투자 > 재테크/투자 일반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경상계열 > 재무/금융 국내도서 >
추천도서 > 간행물윤리위원회 이달의읽을만한책 > 2007년 1월
(알라딘 자료 제공)

투기적 광기에서 비롯되는 거품과 이에 뒤따르는 금융위기에 관한 고전으로, 17세기 화폐변조시대와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튤립 광기부터 2001년 아르헨티나 페소화 위기까지 지난 400년간 전세계적으로 발생한 수십 차례의 거품을 분석했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금융위기를 야기하는 광기와 패닉, 붕괴의 진행과정과 궁극적 대여자의 역할 및 그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은 전체적으로 잘 작동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무력해지기도 하므로 지원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 게 킨들버거가 이 책에서 전해주는 교훈이다.

"다른 사람들이 투기적 매입으로 이익을 얻는 것을 기업과 개인이 지켜보면서, 선행자 따라하기 과정이 나타난다. '친구가 부자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사람들의 안락과 판단력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없다.' 자본이득을 위한 투기는 사람들을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에서 일탈시켜 광기나 거품이라는 표현 말고는 달리 묘사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이끈다." - 본문 64p 중에서

찰스 P. 킨들버거 - 1910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펜실베니아 대학교를 거쳐,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MIT 및 미국 정부의 재무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등에서 일했고, 국무부 재직 당시 마셜 플랜에 관여하기도 했다. 2003년 타계했으며, 지은 책으로 <광기, 패닉, 붕괴>, <대공황의 세계>, <서유럽 금융사>, <경제 강대국 흥망사> 등이 있다.
로버트 Z. 알리버 - 윌리엄스 칼리지를 거쳐 캠브리지 대학교와 예일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현재 시카고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국제경제금융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가 있다.
김홍식 -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거쳐 파리 10대학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주임연구원, 삼성전자 국제본부 과장 등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번역 및 조사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에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가 있다.

로버트 솔로의 제5판 서문
찰스 킨들버거의 제3판 서문
찰스 킨들버거의 제2판 서문

1. 금융위기: 계속 피어 오르는 질긴 다년생화
2.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기의 해부
3. 투기적 광기
4. 화염에 기름을 붓다: 신용의 팽창
5. 결정적 단계
6. 풍요감의 만연과 경제 호황
7. 국제적 전염
8. 거품의 전염: 도쿄에서 방콕, 방콕에서 뉴욕으로
9. 부정과 사기, 신용의 순환
10. 정책 대응: 방임과 그 밖의 장치들
11. 일국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
12. 국제적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
13. 사상 최대의 혼란기와 역사의 교훈

부록: 1618~1998년 금융위기 유형의 개요
주석
역자 후기

※ 이 책을 요약한 역자의 글: 금융위기와 킨들버거의 《광기, 패닉, 붕괴》